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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생존게임-車] ‘빅3’ 시장 절망적…"감산에 판로 모색" 버티기


입력 2020.04.14 05:00 수정 2020.04.14 05:28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비용절감으로 장기 불황 대비…투자 속도 조절하고 유동성 확보 나서

코로나 사태 종식후 조속한 정상화에 만전…코로나 출구전략도 모색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 전경.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위기에 놓인 자동차 업계가 실적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판로를 모색하는 한편, 감산과 현금 확보를 통해 유동성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 미국, 유럽 등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이 코로나19 사태로 일제히 침체를 보이면서 장기 불황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내수 판매는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지탱해 주고 있지만 이는 단기 처방에 불과한데다, 수출 및 해외 생산판매 비중이 높아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된다면 생존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실정이다.


유동성 위기도 자동차 기업들의 목줄을 죄고 있다. 이미 쌍용차는 모기업인 마힌드라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재정난으로 계획된 투자를 철회하며 유동성 위기에 놓였고, 2년 전 제너럴모터스(GM)와 산업은행의 지원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난 한국GM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미래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한 투자 속도를 조정하고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야 할 판이다.


현대차는 지난 3월 해외판매(수출, 해외생산판매 포함)에서 전년 동월 대비 26.2% 감소한 23만6323대의 실적을 보였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는 3.0% 증가한 7만2180대를 판매했지만 규모 면에서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기아차 역시 3월 내수판매에서는 전년 동월 대비 15.3% 증가한 5만1008대를 기록했지만 해외 판매가 11.2% 감소한 17만5952대에 그치며 전체 실적이 내려앉았다.


코로나19 사태의 진원지인 중국을 시작으로 유럽과 미국 등으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며 현대·기아차의 3대 시장이 모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3월 실적까지는 그나마 코로나19 사태 이전 계약물량이 일부 반영됐다지만 4월 이후로는 판매 감소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중국 정도를 제외한 주요 국가들은 길에서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고, 각국 정부가 생필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장에 셧다운 명령을 내린 상태”라며 “주요 딜러들도 문을 닫은 형편이라 4월 이후 판매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전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현대·기아차는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며 ‘버티기’에 나서고 있다. 생산설비도 수요 상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가동을 멈추는 등 재고 조정과 고정비 절감에 들어갔다.


현대차의 경우 이날부터 17일까지 울산5공장 투싼 생산라인을 멈춘다. 이 생산라인은 주로 수출용 차량을 생산하는 만큼 우선적으로 가동을 멈추게 됐다. 미국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수출용 벨로스터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도 가동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도 수출 물량이 많은 생산라인의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측은 지난 10일 노동조합에 소하1공장과 소하2공장, 광주2공장을 오는 23~29일 가동을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수요가 줄면서 이달 공장별로 5000대씩 물량이 남는다는 판단에서다.


소하1공장은 카니발과 스팅어, K9을 생산한다. 소하2공장은 프라이드와 스토닉을, 광주2공장은 스포티지와 쏘울을 제조한다. 모두 그동안 수출물량이 많았던 차종들이다.


판매활동이 가능한 중국 시장에서는 판매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국 현지 법인인 베이징현대와 동풍위에다기아는 최근 각각 ‘신안리더(心安礼得, 마음의 평온과 다양한 혜택을 드립니다)’와 ‘아이신부두안(愛新不斷, 사랑하는 마음은 끝이 없다)’이라는 고객 케어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이는 차량 구매 후 실직, 전염병, 사고 등 고객이 처한 상황이 변하면 차량을 교환하거나 반납할 수 있는 신개념 구매 안심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국내에서만 운영해 왔던 것을 중국 시장에 적용한 것이다.


글로벌 판매 부진에 따른 유동성 위기에도 사전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각 계열사들에 현금성 자산을 최대한 확보하라는 지침을 내린 상태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차도 각각 수조원 씩의 현금 조달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가장 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코로나19 사태 종식 이후의 출구전략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3월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컨틴전시 계획을 수립해 당면한 위기 극복은 물론 이후에도 조기에 경영 안정을 이룰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 시점에서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대한 버티면서 사태 종식 이후 신속히 정상화 단계에 이를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북미나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는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잠잠해졌을 때 바로 치고 올라갈 수 있도록 치밀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GM 부평공장 전경.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GM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출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3월 한국GM의 수출은 2만8953대로 전년 동월 대비 20.8%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내수판매는 39.6% 증가한 8965대였으나, 수출에서의 감소분을 만회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한국GM은 GM 본사가 위치한 북미시장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미국의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기존 주력 수출 모델인 소형 SUV 트랙스와 경차 스파크의 판매가 모델 노후화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를 대체하려면 신형 SUV 트레일블레이저의 미국 시장 안착이 필수적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아직 미국 시장 출시 전으로, 성공적인 출시를 위해 지난달 1만대가량의 초도물량을 선적해 미국 전역 판매망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따른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의 비상경영 방침에 따라 팀장급 이상 간부의 임금 지급을 유예한다. 임원들은 추가로 임금 삭감까지 더해진다.


각종 비용절감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 이달부터 팀장급 이상 직원의 임금 20%를 지급 유예하는 한편, 임원들은 직급별로 급여의 5~10%를 삭감키로 했다. 그밖에도 회사 운영에 필요한 필수 항목을 제외한 비용 소요를 최소화하고 있다.


안정적인 노사 관계 확립도 위기 극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다. 한국GM 노사는 지난달 25일 2019년 임금협상(임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상태로, 이날부터 이틀간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최종 타결 여부가 결정된다.


한국GM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협력적인 노사관계로 안정적인 생산 체제를 유지하는 게 최선의 대응책”이라고 말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앞줄 왼쪽 두 번째)이 9일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을 방문해 XM3를 살펴보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은 신차 XM3의 인기로 국내 판매는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수출은 북미 판매용 닛산 로그 수탁생산물량 계약 종료로 큰 타격을 입었다.


3월 내수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83.7% 증가한 1만2012대를 기록했지만, 수출은 62.8% 감소한 3088대에 머물렀다. 로그 생산은 지난달 잔여 물량 1433대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종료됐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QM6 수출도 급감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는 수출 물량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2교대를 가동해 생산하는 최소 물량인 20만대를 채우려면 XM3를 국내 시장 뿐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팔아야 한다.


르노삼성은 안정적 노사 관계를 바탕으로 르노 본사에 XM3 생산물량 배정을 적극 어필할 방침이다. 다행히 노사는 지난 10일 2019년 임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해 장기간 이어졌던 갈등을 봉합한 상태다.


지난 9일에는 오거돈 부산시장이 르노삼성 부산공장을 방문해 노사 화합을 통한 위기 극복을 당부하는 한편, XM3 수출을 위한 각종 지원에 나서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전경. ⓒ쌍용자동차

쌍용차는 다른 완성차 업체들에 비해 수출 의존도가 낮아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진 않았으나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유동성 위기가 문제다.


여기에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코로나19에 따른 인도 공장 가동중단으로 재무상황이 악화돼 기존 약속했던 2300억원 투자 계획을 철회하면서 유동성 위기는 더 심해졌다.


쌍용차는 마힌드라가 지원을 확정한 400억원의 특별 자금지원에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부산물류센터 매각을 통해 2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임금과 성과급, 복지 축소 등을 통한 고정비용 절감 노력도 지속한다. 회사 위기상황을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해주는 노조가 쌍용차에게는 가장 큰 힘이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해 상여금 200% 반납, PI 성과급 및 생산격려금 반납, 연차 지급율 변경(150%→100%), 사무직 대상 안식년제 시행, 명절 선물 지급중단, 장기근속자 포상 중단, 의료비 및 학자금 지원 축소 등을 통해 연간 총 1000억원의 인건비를 절감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쌍용차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자체 경영쇄신 노력과 함께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제시한 지원방안의 조기 가시화를 통해 회사의 실현 가능한 경영계획을 조속히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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