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나'서 변호사 정금자 역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 대표
<배우의 얼굴은 변화무쌍합니다. 비슷한 캐릭터라도 작품에 따라 달라지고, 같은 작품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색을 냅니다. 대중은 그 변화하는 얼굴에서 희로애락을 읽으며 감정을 이입합니다. 여기서는 최근 주목할 만하거나 화제가 된 배우들의 작품 속 얼굴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
"여기 조선 시대야? 안되는 게 어딨어. 돈이든 마음이든 잡으면 되지."
최근 종영한 SBS '하이에나'의 정금자(김혜수 분)는 그간 방송에서 보지 못했던 여성 캐릭터였다. 성공과 돈을 위해서라면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다. 변호사인데도 말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하고 기죽지 않는 얼굴을 한다. 연기하는 내내 타인의 시선에 짓눌리지 않았던 김혜수는 정금자 캐릭터를 오롯이 자기 것으로 받아들였다.
금자는 변호사법을 위반해 가짜 이름과 신분으로 윤희재(주지훈 분)를 속이고 사건의 증거 자료를 빼내 승소한다. 이 과정에서 김혜수는 시시각각 변하는 얼굴을 드러낸다. 묘령의 연인 김희선으로 분할 땐 누구라도 빠질 수밖에 없는 여유로움과 묘한 매력을 온몸으로 내뿜는다. 이후 다시 변호사로 돌아올 때는 슈트로 갈아입고 냉철한 표정을 짓는다.
그간 필모그래피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김혜수는 김혜수만의 여유로움과 당당함을 잃지 않는다. 고개를 빳빳하게 들어 걷는 모습, 입꼬리를 싹 올리며 웃는 모습에선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다.
정금자가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했을 때도 김혜수는 인물의 하이에나 본성을 강렬한 눈빛과 흔들리지 않는 표정으로 연기해냈다. 자신을 해치려는 사람의 팔을 물어뜯고 벽돌로 내리치는 장면에선 얼굴에서 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학벌도 집안도 달리는 '무스펙' 정금자가 송&김 로펌에 입성하고, 자신을 무시하던 엘리트 변호사들을 쥐락펴락하며 "안되는 게 어딨어. 돈이든 마음이든 잡으면 되지"라고 던졌던 대사에서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달려나간다.
김혜수의 얼굴엔 진중한 면모만 있는 게 아니다. 모두가 양복을 입고 모인 주총 자리에 혼자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타난 정금자의 모습을 어린아이 같은 해맑은 표정으로 표현했다. 능청스러운 웃음은 덤이요, 트레이드마크인 '코찡긋' 미소는 시청자들을 무장해제시킨다.
자신과 같은 가정 폭력의 기억을 가진 의뢰인 백운미(문예원 분)에게 "널 해방시켜줄 수 있어"라고 말하는 장면에선 김혜수만이 줄 수 있는 단단한 신뢰가 얼굴에 스쳤다. 시청자 역시 김혜수라는 배우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이유다.
멜로는 또 어떤가. 상대 역 주지훈과는 '으른 멜로'를 선보였다. 사랑을 쟁취할 때도 주저하지 않는다. 감정을 속이지 않고 직진하는 눈빛이 상대방을 매료시키며 끌어당긴다.
데뷔 후 줄곧 톱스타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은 김혜수는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남자 배우들이 판치는 영화계에서도 독보적 존재감을 자랑했다. 이번 '하이에나'에서도 그랬다. 잘나가는 주지훈 앞에서도 김혜수는 자기 판을 깔아놓고 뛰어다녔다. 자신감 넘치고 믿음직스럽다. "그냥 나만 믿어. 내가 곧 돈이요 길이요 미래니까"라는 대사처럼 누구든 따라가고 믿고 싶은 얼굴, 김혜수의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