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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듣기 불편한 가수의 노래, 걸러 들을 수 있나


입력 2020.04.26 07:00 수정 2020.04.26 06:0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사회적 물의 일으킨 가수의 노래, 음원사 차원에서 '규제' 가능한가

국내 음원사이트 '이용자가 알아서' 거르는 서비스 시행 중

ⓒ멜론 ⓒ멜론

3인조 밴드 엠씨더맥스(M.C The Max)의 새 앨범 ‘세레모니아’(CEREMONIA)가 발매 이후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달 25일 신곡 발매 당시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에서 1위에 오른 것을 넘어 지금까지도 그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음원사이트 멜론을 살펴보면 타이틀곡 ‘처음처럼’은 일간차트(24일 기준)에서 3위, 주간차트(4월 13일~4월 19일)에서도 2위에 랭크됐다. 각종 음악 방송에서도 엑소 수호, 있지(ITZY), 방탄소년단, (여자)아이들, 에이핑크, 위너 등 쟁쟁한 가수들과 1위 대결을 펼친다.


음원의 인기와 달리 여론은 신통치 않다. 엠씨더맥스의 보컬인 이수가 과거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던 것 때문이다. 이수는 2009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입건된 바 있다. 당시 그는 성매매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상대가 미성년자인 것은 몰랐다고 주장했고, 이듬해 법원으로부터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사건 이후 이수는 MBC ‘나는 가수다3’을 통해 복귀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2016년 뮤지컬 ‘모차르트!’ 출연도 불발된 바 있다.


엠씨더맥스의 음원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일부 그의 복귀를 반기지 않는 이들은 SNS 등을 통해 ‘듣기 불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로 TOP100을 랜덤 재생하는 이용자들의 경우 의도치 않게 그의 노래를 듣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음원 사이트 자체적으로 중대범죄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뮤지션에 대해 별도의 제한 조치를 둬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방송의 경우 논란이 되는 출연자의 출연분을 편집하거나, 방송 이후 VOD를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처럼, 음원 사이트에서도 자체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사이트의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인 스포티파이는 2018년 혐오 콘텐츠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만들었다. ‘종교, 인종, 젠더, 정체성, 민족성, 국가성, 퇴역 군인, 장애에 대해 차별과 증오를 부추기고 촉진하는’ 노래를 강력히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그 첫 번째 대상은 강도·임산부 폭행 범죄를 저지른 힙합 뮤지션 엑스엑스엑스텐타시온(XXXTentacion)과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 등으로 기소된 가수 알 켈리(R.Kelly)였다. 그들의 모든 노래는 공식 플레이리스트에서 제거됐고, ‘추천’(Recommended) 영역에서 삭제됐다.


국내의 음원사이트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듣기 불편한 가수의 노래를 걸러 들을 수 있다. 다만, 음원 사이트 자체적인 규제는 없다. 소비자가 스스로 원하지 않는 가수를 설정해야 한다. 이는 지난해 멜론이 음악 추천 서비스 포유 섹션에 사회적 물의를 빚고 연예계 은퇴를 발표한 정준영의 ‘데뷔 앨범 9주년 기념 믹스’ 창을 띄우면서 논란이 일자 급히 도입한 제도다.


논란이 커지자 멜론은 “사회적 물의를 빚은 아티스트를 추천 서비스에서 제외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멜론을 비롯한 일부 음원 사이트들 ‘재생 목록 담지 않기’(추가한 아티스트의 곡이 재생 목록에 포함되지 않도록 함) ‘아티스트 건너뛰기’(추가한 아티스트의 곡을 재생하지 않고 자동으로 다음 곡으로 넘어가도록 함) ‘이 곡을 추천 받지 않기’(추가한 곡을 추천에서 제외하도록 함) 등의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결국 이용자들이 알아서 거르도록 하는 시스템인데, 일각에서는 범죄에 연루된 가수들의 노래에 대한 음원사 자체적인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노래를 거르는 것은 ‘대중이 판단할 영역’이지, 기업이 나서서 규제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의견이 분분하다. 먼저 이런 규제를 도입한 스포티파이도 당시 일부 아티스트를 비롯해 네티즌들로부터 ‘음악 규제’라는 반대 의견에 부딪힌 바 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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