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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고 귀 닫은 외국계 은행…걸어 잠근 채용 '빗장'


입력 2020.04.29 06:00 수정 2020.04.29 04:57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SC제일·씨티銀, 최근 1년 정규직 신규채용 61명 그쳐

사회적 요구에도 제 갈 길…"불가피한 변화" 비관론도

국내 시중은행 정규직 신규채용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최근 1년 동안 채용한 정규직 직원 수가 고작 수십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인 일자리 창출 요구에 수백명 규모의 신규 채용을 단행한 다른 시중은행들과 크게 상반된 모습이다. 이를 두고 국내에서 수천억원의 돈을 벌어가면서도 여론에는 크게 아랑곳하지 않는 외국계 은행의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어야 하는 변화란 비관론도 새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KB국민·우리·하나·SC제일·씨티은행 등 국내 6개 시중은행들이 새로 채용한 정규직 수는 총 1866명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전체만 놓고 보면 해당 은행들이 평균 300여명씩 정규직을 뽑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온도차가 상당했다. 실제로 전체 정규직 신규채용에서 4대 은행이 담당한 몫만 96.7%(1805명)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 536명 ▲신한은행 497명 ▲국민은행 394명 ▲하나은행 378명 등 순이었다.


이 와중 외국계 시중은행이 채용한 신규 정직원은 SC제일은행 52명, 씨티은행 9명 등 61명에 그쳤다. 이는 과거에 비해 더욱 급감한 숫자다. 전년 대비 SC제일은행은 74명에서 29.7%(22명), 씨티은행은 16명에서 43.8%(7명)씩 신입 정규직 선발이 축소됐다.


외국계 은행의 몸집 자체가 상대적으로 작은 현실을 감안해도 이 같은 고용 수준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신한·국민·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서 근무한 전체 정규직 중 신규채용 인원 비중은 3.2%를 기록했다. 우리은행(3.8%)과 신한은행(3.6%), 하나은행(3.1%) 등이 3%대를 나타냈고, 국민은행(2.3%)은 2%대였다.


반면 씨티은행의 정규직 일자리 가운데 신규 채용 인원의 비중은 0.3%로 대형 시중은행 대비 10분의 1에 머물렀다. SC제일은행의 해당 비율도 1.2%로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그렇다고 외국계 은행들의 경영 여건이 크게 나빠진 것도 아니었다.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이 지난해 거둔 당기순이익은 6086억원으로 전년(5293억원)보다 15.0%(793억원)나 늘었다. 도리어 같은 기간 4대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8조6573억원에서 8조4136억원으로 다소(2.8%·2437억원) 줄었다.


특히 외국계 은행들의 일자리 축소 흐름에 남다른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지난해 정부가 금융권을 향해 줄곧 고용 확대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벌어진 변화라는데 있다. 정책적인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마이웨이를 고수한 셈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일자리 만들기에 있어 금융권이 역할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해 왔다. 이번 정부가 주도하는 고용 확대 정책에 힘을 싣기 위한 취지였다. 그 중에서도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은행들을 상대로 이를 강력히 어필했다. 그러면서 은행들의 일자리 창출 현황을 파악하고, 그 효과를 공표하겠다며 직접적인 압력 행사에 나섰다. 다만 이런 행보가 은행들의 줄 세우기식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 일자, 당초 진행하기로 했던 개별 회사의 고용 실적 발표를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올해 상반기 은행들의 채용은 사실상 중단 사태를 맞았다. 그러다 최근 국책은행들을 중심으로 채용이 시작되면서 재개되면서 주요 시중은행들도 공채에 나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 외국계 은행에서의 채용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외국계 은행의 행보를 두고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본의 뿌리는 해외에 두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하고 있고 같은 시장의 룰을 따르는 만큼, 우리 사회의 요구에도 함께 발맞춰야 한다는 비판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이어진 국내 대출 시장의 성장으로 외국계 은행들도 수익적 측면에서 많은 수혜를 본 만큼, 의지만 있었다면 지금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공동체적 책임에 대한 기여 측면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평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시장 환경 상 어쩔 수 없는 조치란 반박도 제기된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금융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점포를 중심으로 한 과거의 영업 구조는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일자리 감소는 이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란 해석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의 금융 변화를 감안하면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무리가 있었다고 본다"며 "결국 앞으로 우리도 가야할 길에서 외국계 자본에 뒤처지고 있는건 아닐지 고민해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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