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직후 통화에서 '김종인만한 사람이 없다'
그 때는 동화은행 사건 몰랐나…표변하고 비겁
금도조차 없다…洪, 우리 당의 미래 될 수 없어"
비(非)영남 최다선인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이 최근 '김종인 비대위'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홍준표 무소속 당선인이 총선 직후 "김종인을 띄워달라"고 요청해왔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정진석 의원은 "막말을 쏟아내는 홍준표 전 대표는 우리 당의 미래가 될 수 없다"고 맹공을 가했다.
정진석 통합당 의원은 29일 오후 페이스북에 "홍준표 대표가 총선 직후 전화 통화에서 '김종인만한 사람이 없다. 비대위원장으로 모셔야 하니 정(진석) 대표가 김종인을 좀 띄워달라'고 요청했다"며 "그 때는 김종인 씨가 동화은행 사건에 연루됐던 사실을 몰랐나. 홍 대표가 이렇게 표변하고 비겁한 사람이었느냐"라고 포문을 열었다.
홍준표 당선인은 최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의 27년 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을 끄집어내 "80이 넘은 뇌물 브로커에 불과하다"며 '김종인 비대위' 무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원래는 오히려 "김종인만한 사람이 없다"며 "띄워달라"는 물밑 요청까지 했던 사실이 폭로된 것이다.
실제로 홍 당선인은 총선 직후에는 조기 전당대회보다 '김종인 비대위'가 당 수습 방안으로 좋다는 입장을 나타냈었다. 입장이 달라진 것은 김종인 위원장이 차기 대선후보로 홍 당선인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나타낸 뒤다. 정진석 의원은 이같은 입장 '표변'을 대권욕 때문으로 진단한 것이다.
정진석 의원은 "터줏대감 운운하며 공당을 자신의 사유물처럼 생각하는 전근대적인 사고에 넌더리가 난다"며 "홍 대표는 지금 '내가 당에 들어가면 대선주자 자리는 내 것이고 당헌을 바꿔서 당대표도 겸할테니 까불지 말라'고 우리 당 구성원들을 협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당이 홍 대표의 대권욕에 소모돼야 할 존재냐. 우리 당 구성원들이 홍 대표의 대권가도에 들러리나 서주는 사람들이냐"라며 "누가 터줏대감이고 누가 주인이냐. 이 당의 터줏대감은 전국의 당원 동지들과 국민"이라고 맞받았다.
나아가 "홍 대표의 언행은 미래와도 통합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2018년 지방선거 때 전국의 절대다수 우리 당 후보들이 홍준표 대표의 지원유세를 한사코 거부했던 촌극을 벌써 잊었느냐"라며 "공인으로서 최소한의 금도조차 없는 그가 우리 당의 미래가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홍준표 당선인은 이날 대구 서문시장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를 겨냥해 "80이 넘은 사람에 매달리는 모습이 부끄럽고 창피하고 안타깝다"며 "본인이 80이 넘었기 때문에 당을 접수하려고 개혁의 명분을 내세우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뜨내기에 불과한 사람들이 당 주인 행세하면서 홍준표 복당을 운운하는 게 기가 막힌다. 그 사람들은 뜨내기고, 내가 터줏대감"이라며, 정진석 의원을 향해서도 "자민련에서 들어와 MB(이명박)에게 붙었다가 박근혜에게 붙었다가 이제는 김종인에게 붙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와 관련, 정진석 의원은 "나는 김종필 총리 밑에서 정치를 시작했다"며 "공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야하는지 그분에게서 배웠다"고 반박했다.
이어 "2012년 총선 때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서울 출마를 요구받았지만, 당의 결정을 말없이 받아들여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며 "홍 대표 같았다면 곧바로 온 세상이 떠들썩하도록 목청을 높였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종인 내정자에게 '뇌물 받아먹은 사람'이라며 욕하는 게 비겁해보여 며칠 전 충고 한 마디 했더니 그것을 못 참고 날 향해 '총질'을 하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언행으로 보수 세력의 반성과 수습에 동참하길 바란다. 자중자애 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