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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코로나에 적금마저 '뚝'…서민 경제 안전판 '흔들'


입력 2020.05.14 05:00 수정 2020.05.14 05:23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5대 은행 정기적금, 올해 들어서만 1.5조↓

목돈 마련 상품 '옛말'…여유 자금도 고갈

국내 4대 은행 정기적금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확보한 정기적금 규모가 올해 들어서만 1조5000억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면서 적금의 매력이 예전만 못해진 데다, 갑작스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시중에 여유 자금이 부족해진 현실이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목돈 마련 수단인 정기적금이 힘을 잃으면서 서민 경제 안전판도 점점 부실해지는 모습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들이 보유한 정기적금 잔액은 총 38조369억원으로 지난해 말(39조6350억원)보다 4.0%(1조5981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예금을 포함한 해당 은행들의 전체 예수금이 1513조5328억원에서 1544조7940억원으로 2.1%(31조2612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상반된 흐름이다.


은행별로 봐도 거의 모든 곳들의 정기적금이 감소세를 나타냈다. 우선 국민은행의 정기적금이 13조6043억원에서 12조5746억원으로 7.6%(1조297억원)나 줄었다. 농협은행 역시 8조153억원에서 7조6569억원으로, 우리은행은 4조7976억원에서 4조4144억원으로 각각 4.5%(3584억원)와 8.0%(3832억원)씩 정기적금이 감소했다. 또 신한은행도 6조1960억원에서 6조1949억원으로 정기적금이 소폭(0.02%·11억원) 줄었다. 하나은행의 정기적금만 7조218억원에서 7조1961억원으로 2.5%(1743억원) 늘었다.


이렇게 정기적금이 위축되고 있는 핵심 요인으로는 낮아진 이자율이 꼽힌다. 지난해부터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본격적인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은행 예·적금 상품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이자 수익도 함께 줄어들고 있어서다. 한은은 지난 7월 1.75%에서 1.50%로, 10월에는 1.50%에서 1.25%로 지난해에만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다.


여기에 올해 초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가 겹쳐지면서 기준금리는 사상 최초로 0%대까지 추락한 상태다. 한은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커지자 지난 3월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더 내린 0.75%로 운용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1%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예·적금 이자율은 역대 가장 낮은 수준까지 곤두박질 친 상태다. 국내 은행들이 올해 3월 저축성수신에 적용한 금리는 평균 1.27%로, 전달(1.43%)보다 0.16%포인트 더 하락하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계가 늘고 있는 현실도 정기적금 수요를 제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당장 눈앞의 살림살이가 나빠지면서 은행에 맡길 여유 자금을 확보하기가 한층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달 국내 현재생활형편 소비자동향지수(CSI)는 77로 전월(83) 대비 6포인트나 떨어지면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71) 이래 최저를 나타냈다. CSI는 소비자들이 경기를 어떻게 체감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2003~2018년 평균을 기준값 100으로 삼아 산출된다. 이 수치가 100을 밑돌면 장기평균보다 소비자심리가 부정적임을 의미한다. 이 중 현재생활형편 CSI는 이름 그대로 가계가 체감하고 있는 경제적 상태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가계와 함께 은행의 핵심 고객인 기업들도 상황도 힘겹긴 마찬가지다. 특히 생계형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차주들은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달 자금사정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6으로 전월(68) 대비 2포인트 하락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치던 2008년 12월(65)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자금사정에 대해 기업이 인식하고 있는 전망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보다 낮을수록 이를 비관적으로 여기고 있는 기업이 낙관하는 곳보다 많아졌다는 뜻이다. 업종별로 보면 서비스 자영업이 중심인 비제조업의 자금사정 BSI(66)가 크게 떨어졌고, 제조업에서는 중소기업(57)의 악화가 두드러졌다.


주변 여건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은행 정기적금으로 들어가는 자금은 당분간 계속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이 더 어둡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3월을 넘어, 실물 경기에 직접적인 타격이 전해진 4월부터 경제적 타격이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자율이 유래 없이 낮아지면서 정기적금이 갖는 목돈 만들기 역할이 크게 퇴색된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시장 금리 하락 속 꾸준히 늘어 온 부동자금의 보관처로서 꾸준히 기능을 해 왔다"며 "그런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결국 정기적금마저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안전 자산의 최후 보루까지 소진되고 있는 최근의 흐름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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