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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경제 현실로] 20여년 만에 다시 드리운 역성장 그림자


입력 2020.05.29 06:00 수정 2020.05.29 05:2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한은 올해 -0.2% 관측…1998년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 가시화

코로나 여파에 수출 경고등…내수 동반 위축에 디플레 우려까지

연간 경제성장률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연간 경제성장률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외환위기 이후 20여년 만에 우리나라의 마이너스 경제 성장이 현실로 다가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성장 엔진인 수출에 비상등이 켜지데 이어 내수까지 급격히 위축되면서 디플레이션 공포까지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이 사회적 방역 국면을 넘어 이제 경제적 측면에서도 본격적으로 제 모습을 드러내는 형국이다.


29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2월 예상했던 2.1%에 비해 대폭 하향된 수치다. 우리나라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건 외환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웠던 1998년(-5.1%)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그 동안 경제성장률 조정에 있어 어떤 기관들보다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런데 결국 한은까지 이 같은 관측을 내놓으면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은 더욱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한은에 앞서 국내외 주요 경제·금융 관련 단체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코로나19로 인해 외환위기 이후 첫 역성장의 늪에 빠질 것이란 예상을 줄지어 쏟아내 왔다. 지난 2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악의 경우 올해 국내의 경제성장률이 -1.6%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국제통화기금은 이미 지난 달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2%로 예상해 둔 상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도 다소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한 목소리로 우리나라 경제가 마이너스의 늪에 빠질 것이라 점쳐 왔다. 무디스 -0.5%, 스탠더드앤드푸어스 -0.6%, 피치 -1.2% 등으로 다소 차이는 있었지만 국제 3대 신용평가사 모두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로 제시한 상태였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핵심 버팀목인 수출의 흐름이 심상치 않았다. 5월 들어 같은 달 20일까지 수출은 20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3%나 줄었다. 지난 4월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3% 급감한 369억2000만달러에 머물며, 2016년 2월(359억3000만달러)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최소를 기록한 이후 악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수출 부진에 무역수지도 99개월 만에 처음 적자로 돌아선 실정이다.


밖에서의 부진이 심화하는 가운데 국내라고 사정이 나을 리 없었다. 코로나19로 경제적 여유가 사라진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하면서 소비 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소비자들이 경기를 어떻게 체감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이번 달 77.6까지 떨어졌다. CCSI가 100을 밑돌면 장기평균(2003~2018년)보다 소비자심리가 부정적임을 의미하는데, 지금의 CCSI 수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72.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경기 침체 속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을 염려하는 시선도 짙어져 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지표는 전년 동월 대비 0.1%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1999년 12월(0.1%) 이후 20여년 만에 최저치다. 이에 한은은 올해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3%에 머물 것이라 예측했다.


이제 관건은 앞으로의 상황이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장기화 추세로 접어들면서 경제적 악영향이 점점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앞당긴 것도 이런 우려에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번 금통위 결과에 대해 "코로나19 영향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0% 이하로 낮아지고 물가상승률 역시 크게 낮아질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최종적인 경제성장률이 이번 한은의 예상보다 더 떨어질 것이란 비관론이 나온다. 코로나19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만큼, 당분간 눈에 띄는 경기 회복은 힘겨울 것이란 관측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간 내 금리 인하를 권고한 KDI의 베이스보다 훨씬 낮은 전망치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한은의 보수적 경기 판단이 확인됐다"면서도 "오는 8월로 예정된 수정경제전망 발표에서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추가 하향 조정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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