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 속 경매시장 ‘활기’…경쟁률‧낙찰가율↑
“경매, 채권자 권리 보호가 1차 목표”…경기‧인천 등 인기 높아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위축된 부동산 시장과 달리 경매 시장은 호황이다. 최근 시장을 옥죄는 일부 규제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이 같은 경매 시장의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부동산 시장과 마찬가지로 규제지역보다는 수도권 비규제지역으로의 쏠림현상도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5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 진행건수는 1만3784건으로 이 중 4574건이 낙찰됐다. 낙찰률은 33.2%, 낙찰가율은 71.1%를 기록했고 평균응찰자 수는 4.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1월(1만1536건)과2월(1만1723건)과 비교하면 약 2000여건 이상 경매 건수가 늘어난 셈이다.
코로나19로 경기 악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매 열기는 뜨겁다는 분석이다. 매매시장을 틀어막은 부동산 규제가 일부 적용되지 않는 게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주택 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관리하기 위해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요건을 강화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서울 전 지역과 경기 과천, 하남 등 45곳의 조정대상지역에서 3억원 이상의 주택을 거래할 때에도 관할 지자체에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투기과열지구 또는 조정대상지역이 아닌 일반지역에서도 6억원 이상의 주택을 거래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경매 물건의 경우 이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한 체납압류 부동산의 공매, 법원에서 수행하는 부동산의 임의 경매 및 강제 경매를 통해 낙찰 받은 물건은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
또한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도 예외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14조 ‘국가 등의 토지거래계약에 관한 특례’ 등에 따라 경매 물건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일지라도 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용산구는 법원 경매에서 감정가보다 2배 가량 높은 금액에 낙찰되는 등 용산구의 경매 물건의 몸값이 치솟는 분위기다.
경매의 경우 채권자의 채권 회수가 1차 목표이기 때문에 부동산 규제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경매에서는 돈을 빌려준 사람의 권리 보호가 가장 우선시 돼야 한다”며 “만약 부동산 규제가 그대로 경매에 적용되면 채권자의 채권회수 권리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 법적으로 규제 예외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매시장에서도 비규제지역 물건에 대한 선호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4월 기준 수도권 주거시설 낙찰가율(91.2%)은 2018년 10월(90%) 이후 처음으로 9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비규제지역으로 주목 받는 인천의 낙찰가율(92.5%)이 크게 올랐고, 경기(89%) 또한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는 모양새다.
오 연구원은 “아직 5월 기준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인천이나 경기도 등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물건의 경쟁률과 낙찰가율이 높다”며 “한동안 경매시장의 활기가 이어질 전망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