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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장 수급 주도하는 금융투자회사…차익거래 오버행 그림자


입력 2020.06.09 05:00 수정 2020.06.08 17:11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증권사, 지난주 코스피 1조9685억원 순매수…2조4279억 매도한 개인과 대비

선물가격 하락으로 인한 현물매수세…향후 시장 전환되면 대량매도 가능성↑

지난 3일 코스피가 전장 보다 2.87% 오른 2147에 마감했다. 이날 금융투자회사는 1조332억원을 순매수했다. ⓒ뉴시스

증권사들이 주식을 역대 최대치로 사들이며 상승장을 주도하고 있다. 차익실현을 위한 개인투자자들의 매도세를 증권사가 받아낸 것이다. 이는 선물가격 하락으로 인해 현물주식을 매입한 뒤 향후 차익을 위해 팔아버리기 위한 일시적 매수세다. 이에 선물가격이 오르게 되면 증권사가 주식을 대량 매도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증시에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5거래일 간 증권사(금융투자)가 코스피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1조9685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2조4279억원의 매도세를 쏟아낸 개인과 반대되는 수급이다.


특히 지난 3일 1조332억원을 홀로 순매수하면서 코스피의 59.81포인트(2.87%) 급상승을 이끌었다. 이에 지수는 2147.00으로 마감했다. 이날은 개인 투자자가 1조3182억원을 팔아치운 날이다. 3일 이후에도 증권사는 4782억원(4일), 3630억원(5일)을 추가로 매수하면서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다.


증권사가 이 같은 강매수세를 나타낸 이유는 선물과 현물의 가격이 역전됐기 때문이다. 코스피200선물시장은 지난 3월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처음으로 현물 가격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지난 5일 코스피200 선물은 292.85로 마감하면서 코스피200 현물지수인 291.80을 넘어섰다. 코스피200 선물은 지난 3일 이후 현물보다 높게 거래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콘탱고'라고 부른다.


코스피200선물은 코로나19로 증시가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현물보다 낮게 거래돼 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로 선물 매수 현물 판매 방식의 차익 거래가 불가능해진 외국인들이 모든 돈을 코스피200선물시장에 투입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매수세가 몰려들자 선물이 현물보다 높게 거래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외국인이 선물가격 상승을 주도하자 증권사들은 싼 현물을 대량 매수하고, 비싼 선물을 매도하는 차익 거래 전략을 실행했다. 이에 사상 최대치로 주식을 매수한 것이다. 현물인 주식을 매수해 선물이 다시 싸질 때 현물을 다시 팔아 차익을 거두기 위함이다.


김동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콘탱고 폭이 크지 않음에도 금융투자사가 현물을 강하게 순매수한 이유는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차익거래 세력인 증권사의 현물 보유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라며 "현재 금융투자의 매도차익잔고 청산 물량이 약 1조10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낮아진 조달금리 때문에 대차비용 부담이 커진만큼 상황이 바뀌면 잔고를 대부분 청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데일리안

이에 콘탱고 상태가 지속될 것이냐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결국 관건은 11일로 예정된 코스피200선물의 만기일까지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외국인은 지난 3월 만기 이후 지난 3일까지 코스피200선물을 4조5300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증권사가 이 같은 오버행(대량 매매 대기 주식) 물량을 쏟아내면 코스피가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코스피시장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것은 시장자금이다. 시장에 퍼진 대규모의 수급이 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코스피 상장 기업의 실적 전망이 좋지 않은 가운데 주가만 뛰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는 시장 유동성이 뒤를 받쳐줬지만 실적이 실제로 무너질 경우 지수의 상승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시장에 퍼져있는 코스피 기업 고평가 우려로 인한 지수 조정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코스피의 최근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25.00배로 집계됐다. 이는 2002년 7월의 25.31배 이후 약 18년 만에 최대치다. PER는 주가가 해당 기업 주식 한 주당 수익의 몇 배가 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비율이 높을수록 고평가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코스피의 PER는 상장된 기업 실적 전망에 비해 주가가 높게 형성돼있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부 업종과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익 전망치가 상향되는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2분기의 실적악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의 차익실현 매물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대량 매수를 선택한다면 수급 변화가 있더라도 증시 조정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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