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성장률 -1.3% 역성장…금융위기 이후 최악
수출도 암울…“소비 확장·일자리 창출력 제고” 필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태세다.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생활 패턴이 가져올 변화는 그야말로 예측불허다. 경제 대동맥 역할을 하는 금융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오고 있다. ‘언텍트’ 기류와 함께 성큼 다가올 금융의 새로운 지형은 한국 경제의 나침반일 수 밖에 없다. 앞으로 펼쳐질 금융 넥스트노멀의 다양한 모습과 이에 대한 생산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코로나19 확산에 한국경제가 위기에 휩싸였다. 수출, 성장률 등 여러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는데다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공포까지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발(發) 경제 위기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등 과거 위기 때보다 충격이 더 클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 2일 발표한 ‘2020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치)’을 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3%로 뒷걸음질 쳤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4분기 -3.3%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분기 정부 소비는 재정 투입 효과로 전기대비 1.4% 늘었지만 민간소비는 지난해 4분기보다 -6.5% 감소해 외환위기였던 1998년 1분기(-13.8%)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의류, 화장품 등 재화, 음식·숙박 등 서비스 소비가 줄줄이 감소한 탓이다.
업종별로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서비스업이 -2.4% 감소해 외환위기였던 1998년 1분기 (-6.2%)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소비 위축으로 도소매, 숙박·음식업, 운수업, 문화, 기타 서비스업 등이 타격을 입은 영항이다.
국민들의 지갑도 가벼워졌다.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기대비 0.8% 하락하며 지난 2017년 4분기(-1.4%) 이후 2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실질 GNI는 국민총소득은 국민이 일정기간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명목 GNI도 전기대비 2.0% 줄어 외환위기였던 1998년 2분기(-3.6%) 이후 약 20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소비자물가상승률 또한 마이너스로 고꾸라졌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71(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3% 하락했다. 지난해 9월(-0.4%) 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 이후 8개월 만에 마이너스 상승률이다.
이런 와중에 한국경제 버팀목인 수출 역시 두 달째 20%대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작년 동기보다 23.7% 급감했다. 품목별로 보면 승용차 수출이 글로벌 수요 감소에 따른 재고 물량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5월보다 54.1%나 줄었다. 석유제품 역시 유가 급락 영향으로 69.9%나 급감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의 회복 시기와 정도를 예견하기가 힘든 만큼 단기간 내 경제가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한 2분기에는 더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힌은은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을 -2%대 초반 정도로 예상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작년 분기별 성장률과 올해 1분기 잠정 성장률을 고려했을 때 2분기 성장률은 -2%대 초중반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며 “추경의 효과가 얼마나 가시화될지, 수출 흐름이 어떻게 될지에 따라 2분기 성장률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1분기의 극심한 경기 침체가 2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며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을 나타내는 5월 근원물가상승률이 전년동월대비 0.5%로 4월(0.3%)보다 상승했기 때문에 현재가 디플레이션 국면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향후 시장 수요 위축이 장기화된다면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 심리의 회복강도, 중국경제의 경기 개선 속도, 2차 미·중 무역전쟁의 발발 가능성 등에 향후 우리경제의 방향성이 달려있다”며 “이 리스크 요인들이 현실화되지 않거나 그 영향이 제한적인 수준에서 그친다면 하반기 경기 방향성은 개선되는 추세를 가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시적 소득 보전이 아닌 항상 소득 증가를 통한 소비 확장 정책으로 내수 진작을 도모하고 공공일자리의 확대 지속, 소비 산업 일자리 창출력 제고 등에 주력해야 한다”며 “중국경제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리스크 관리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