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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생존백서③] 최종목적지는 복합쇼핑몰…유산법 규제 변수 '최악'


입력 2020.06.12 06:00 수정 2020.06.12 08:17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볼거리, 즐길거리 등 체험 콘텐츠 강화…체류시간 늘리기에 ‘안간힘’

“과거 머물러 있는 규제 안타까워”…단계적 완화 필요성 강조

이마트타운 월계점 ⓒ이마트

대형마트 업계가 단순 유통매장에서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한 복합쇼핑몰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매장 리뉴얼을 통한 체질 개선과 함께 수익성이 없는 매장은 과감히 정리하는 구조조정도 불사하는 등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상품 구색 강화와 함께 볼거리, 즐길거리 콘텐츠를 대폭 확장시켜 장보기 그 이상의 공간으로 탈바꿈 하고 있다.


이마트타운 월계점은 최근 식품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대폭 강화했다. 이같은 변화는 매장 크기로도 짐작할 수 있다. 기존에 1100평 규모였던 식품 매장은 1200평으로 커진 반면, 3600평이던 기존 비식품 부문은 500평 규모로 압축했다.


새로 마련한 공간은 각종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채웠다. 리뉴얼 전 마트와 엔터테인먼트 매장 비중이 8대2였다면, 리뉴얼 후엔 3대7이 됐다. 마트가 있는 쇼핑몰로 탈바꿈한 셈이다. 이마트는 월계점을 “앞으로 대형마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점포”라고 설명했다.


같은 달 롯데쇼핑도 경기도 광명에 위치한 롯데 프리미엄아울렛 광명점을 복합쇼핑몰인 ‘롯데몰 광명점’으로 전환했다. 유동인구가 많고 젊은 층이 주 고객인 상권 특성을 고려해 복합쇼핑몰로의 전환을 결정하고 지난해부터 준비 작업을 해왔다.


새롭게 개장한 롯데몰 광명점은 고객 체험형 매장을 대폭 늘렸다. 골프 스튜디오, 미술품 대여점 등을 비롯해 이들과 연계한 문화센터 시설을 개장했다. 또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된 맛집과 젊은 층이 선호하는 패션·잡화 브랜드를 대거 유치했다.


이처럼 이들 대형마트가 복합몰 형태의 ‘고객이 오래 체류하고 싶은 매장’으로 점포를 재구성한 이유는 간단하다. 급변하는 유통 환경 변화 속에서 온라인과 차별화되는 오프라인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특히 기존 대형마트 점포를 이용해 복합쇼핑몰 형태로 리뉴얼 할 경우, 도심 외곽에 위치해 있는 복합쇼핑몰 대비 접근성이 좋고, 장보기부터 쇼핑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장을 보고 있다. ⓒ임유정 기자

◇오프라인 점포도 변하는데…규제는 그대로?


대형마트 업계는 온라인 쇼핑 성장과 함께 오프라인 점포의 강점을 이용, 생존하기 위한 다양한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다. 온라인 중심으로 소비트렌드가 변화하면서 대형마트를 소비자가 찾고 싶은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이른바 ‘심폐소생술’에 들어간 것이다.


대형마트 쇠락의 원인은 온라인 쇼핑의 성장에 있다. 같은 파이를 나눠 먹는 국내 유통 시장에서, 온라인 비중이 확대되면서 이에 비례해 마트 비중이 자연적으로 줄게 됐다. 오프라인 유통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신선식품 시장마저 새벽 배송을 앞세운 온라인 시장에 잠식당하기 시작하면서 오프라인 공간을 활용해 새 판을 짜는 것에 포커스를 뒀다.


그러나 대형마트 업계의 꾸준한 노력에도 유통산업발전법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대형마트를 향한 규제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2년 정부는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등을 보호 대상으로 보고, 대규모 점포에 영업 제한을 하는 등 대형마트 및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규제를 강화했다. 심야영업 금지와 월 2회 의무 휴업 등 대표적이다.


이런 가운데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4.15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반(反) 기업적 규제 강화에 대한 유통업계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여당을 포함한 범진보 진영이 꾸준히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 정책을 추진해 온 만큼, 그동안 발의했던 법안 처리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총선기간 중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 권익 보호’를 명분으로 복합쇼핑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세부적으로는 대형마트처럼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무일 ▲복합쇼핑몰 입지 제한 등이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대적 흐름’을 읽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제는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온라인 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최근 10년 동안의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흐름을 읽고, 이에 맞는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유통학회장을 역임했던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 규제의 경우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기업들 보다도 세상 변화에 둔감한 듯 하다”며 “대형마트 월 2회 휴무 규제는 없어져야 마땅하지만 당장 그것이 어렵다면 단계적으로 라도 주 2회에서 주 1회로 줄인다거나 일요 휴무를 수요 휴무로 바꾸는 등 점차 완화해 나가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온라인이라는 막강한 적에 서로 운명을 함께 하고 있는데도 대형마트에만 대기업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강도 높은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수년에 걸쳐 해당 규제가 효과성이 떨어졌음을 확인했음도 소비자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마존만 예를 들더라도 알고리즘을 매개로 소비자의 취향을 완전히 지배하는 등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업계는 언택트 소비에 맞춰 프라이빗과 프리미엄 전략을 동시에 써야만 지속 생존할 수 있다”면서 “또 멤버십 제도를 통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볼거리를 늘리는 등을 통해 생존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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