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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리 똑 닮은 스트레일리, 곤궁해도 대인배


입력 2020.06.19 00:13 수정 2020.06.19 10:58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최저 득점지원으로 고작 1승 그쳐도 동료들 먼저 챙겨

불운에도 대인배 성품..세부지표에서 KBO리그 에이스급

댄 스트레일리 ⓒ 롯데 자이언츠

롯데 댄 스트레일리(32)를 보노라면 브룩스 레일리가 떠오른다.


이름 때문만은 아니다. 타선의 득점지원 빈곤에 시달리는 모습이 똑 닮았다.


스트레일리는 18일 고척 스카이돔서 펼쳐진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 2실점(3피안타 무사사구 12탈삼진) 호투했지만 역시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다. 그나마 1-2 뒤진 9회초 안치홍의 극적인 동점 적시타로 패전은 면했다.


스트레일리는 이날도 KBO리그 진출 이래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비록 2회말 폭투와 희생플라이로 2실점 했지만,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앞세워 8회까지 매회 삼진을 빼앗으며 키움 타선을 틀어막았다. 스트레일리가 역투하는 사이 롯데 타선은 불과 1점을 뽑는데 그쳤다. 이런 곤궁한 상황에서 8이닝을 2실점으로 버텨도 승리는 따낼 수 없었다.


지난 시즌까지 커리어 대부분을 선발 투수로 활약하며 MLB 통산 44승을 따낸 스트레일리는 KBO리그에서 1승(2패)에 머물러 있다. 스트레일리 마지막 승리는 개막전에 이어 두 번째 등판한 5월 10일 부산 사직 SK전이다. 당시 스트레일리는 7이닝 동안 1점도 내주지 않고 첫 승리를 따냈다.


스트레일리 ⓒ 롯데 자이언츠

스트레일리는 이닝 1위(55.2), 탈삼진 1위(62), 평균자책점 3위(2.10), WHIP 3위(1.01) 등 투수 세부지표에서 눈부신 성적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승리는 고작 1승에 그친다. 평균자책점 4.50으로 벌써 6승을 챙긴 알칸타라와는 사정이 다르다. 투수를 평가할 때, 승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예전과 달라졌다고 해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승수다.


스트레일리는 이날 키움전 포함 5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는 동안 총 5점의 득점 지원만 받았다. 그야말로 곤궁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최저수준인 경기 당 평균 1점대 지원만 받다보니 선발승은 거둘 수 없었다. 우스개로 완봉승을 거두지 못한 자신을 탓해야 할 판이다.


지난해 퀄리티스타트 19회를 기록하고도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해 최다패(14)를 떠안고 롯데를 떠난 레일리와 똑 닮아가는 스트레일리다. 레일리의 지난해 경기당 득점 지원은 2.73에 그쳤다. 다른 팀에서 뛰었다면 15승 투수가 됐을 것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그런 레일리보다 1점 이상 지원을 덜 받고 있는 스트레일리다.


곤궁한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을 만도 하지만 오히려 어깨가 처진 선수들을 위로하고 격려한다. 직전 등판이었던 LG트윈스전에서 호흡한 포수 지성준은 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것에 대해 스트레일리를 찾아와 사과했다. 스트레일리는 더그아웃에서 진심을 담아 지성준을 안아주며 따뜻한 격려의 말까지 건넸다.


이에 앞서 포수 김준태의 기를 살리기 위해 ‘김준태 티셔츠’까지 제작해 입었다. 티를 입은 이후에도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스트레일리는 김준태의 타율이 더 올라갔다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이날 키움전에서는 10회말 주효상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오현택을 지나치지 않고 격려했다. '곤궁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스트레일리의 대인배 다운 성품만 보면 이미 15승 에이스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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