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문 대통령 대북 구상에 제동 건 북한…돌파구 있나


입력 2020.07.06 10:57 수정 2020.07.06 11:00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北 "마주앉을 필요 없다"…文 북미대화 중재 역할 암초

최선희 담화 '반전카드 요구'로 해석…靑은 신중 기류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 과제 언급…文-비건 대면 주목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미국 대통령선거 전 북미회담 개최를 동력으로 남북 교착 국면을 타개하려던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구상이 암초를 만났다. 지난 4일 "마주앉을 필요가 없다"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담화 이후 북한 대외선전매체도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남북관계를 맡기지 말라"며 한미워킹그룹을 비판하면서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마련할 돌파구에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대북 전단 살포를 계기로 악화된 남북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최근 안보라인에 변화를 줬다. 서훈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정의용·임종석 외교안보특별보좌관에 이르는 '북한통' 전면 배치를 택했다. 올해 초 북미 관계의 진전을 떠나 남북이 독자 협력 길을 모색해야 한다던 문 대통령이 이 기조를 보다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됐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문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한테 '지금은 행동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며 "미국 대선이 끝나면 정치적 유동성이 더욱 더 심해질텐데, 그런 의미에서 미국과 북한에게 지금이 대단 히 중요한 순간이라는 점을 잊지 말라는 문 대통령의 당부이기도 하고 반드시 길을 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북한이 여기에 사실상 '거절' 의사를 내비치면서 문 대통령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청와대는 최 제1부상의 담화에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북한의 4일 메시지가 액면 그대로의 '대화 거부'가 아닌, 미국의 전면 제재 완화 등 '반전 카드'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기류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조언자 중 한 명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최 제1부상의 담화에 사용된 '새 판'이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미국이 북한의 선 비핵화만 주장하면서 압박해 들어오는 것을 북한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확인한 뒤에 이런 식으로 해서는 도저히 정상회담을 또 해도 의미가 없다(라는 것을 밝힌 것)"라며 "미국이 유연한 접근을 할 테니까 북한도 유연한 접근을 하라는 식의 '스톡홀롬 협상' 같은 건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통' 안보라인의 한계만 부각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 앞에 놓인 시급한 과제로 가장 먼저 오는 8월로 예상되는 한미연합훈련 중단이 언급된다. 북한은 그간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정 수석부의장은 "북한으로서는 남한이 앞으로 군사분야 합의서를 얼마나 더 훼손할 것인지를 지켜보고 있는데 군사분야 합의서를 이행한다는 차원에서 그리고 꽉 막힌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올해 훈련만큼은 우리가 나서서 2018년 봄 훈련을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중단시켰던 것과 같은 식으로 일을 새롭게 벌여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그러면서 "그것이 중요하고 물밑 접촉은 그 다음"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7~9일 방한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대면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해 12월 방한 당시 문 대통령을 만나 비핵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의지를 밝힌데 이어, 북한과의 만남을 제안한 바 있다. 비건 부장관의 메시지 내용에 따라 문 대통령의 암초를 만난 대북 구상에도 물꼬가 트일 수 있다. 다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알지도 못하거니와 안다 해도 말씀드릴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