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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편의점이 일자리 줄인다고?...노동의 질 향상이 핵심


입력 2020.07.09 07:00 수정 2020.07.08 17:38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편중된 업무 줄이기 위한 선택”

‘연중무휴, 24시간 운영’이란 편의점 업태 유지 수단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3.0 모델 매장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3.0 모델 매장 ⓒ세븐일레븐

편의점 업계에 무인점포 열풍이 불고 있다. 24시간 운영으로 인건비 부담이 큰 데다 최근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새로운 대안으로 무인점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쇼핑 환경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표본으로서 미래 유통 채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데 대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인건비 절감에 대한 장점이 일자리 감소로도 연결되면서 부정 이슈도 함께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편의점업계는 지난 2017년 세븐일레븐의 무인편의점 ‘스마트편의점 시그니처’를 시작으로 무인점포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과거 본인 인증을 거쳐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기본적인 플랫폼은 유지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접목시켜 보안과 기술을 강화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편의점 무인 점포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무인과 유인 두 가지로 형태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형, 완전 무인으로 운영되며 직접 결제를 해야 하는 셀프형, 셀프형에 점포를 나가는 순간 알아서 결제가 되는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형 등이다.


업계에서 가장 일반적인 형태인 하이브리드점은 씨유(CU)가 2018년 ‘바이셀프점’이란 이름으로 처음 도입했다. 말 그대로 점포 내 근무자가 상주해 있고, 동시에 손님이 스스로 계산할 수 있도록 한 모델이다. 24시간 인력 상주가 어려운 곳에서 심야시간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이마트24와 GS25는 지난해와 올해 초 각각 미국 ‘아마존 고’처럼 아예 계산대까지 없앤 무인점포를 선보였다. 특정 간편결제를 사용하는 이용자가 큐알(QR)코드를 찍고 입장해서 물건을 고르고 게이트를 통과하면, 자동결제가 이뤄지는 식이다.


최초 무인편의점 모델을 선보인 세븐일레븐 역시 시그니처 매장 1.0모델을 선보인 이후 3.0 모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최초의 시그니처 점포는 출입 및 결제가 ‘핸드페이’라는 시스템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때문에 결제를 하고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정맥을 등록해야 하는 등 상당수 제약이 뒤따랐다.


이에 세븐일레븐은 출입절차를 완화하고 신용카드, 교통카드 등 결제 시스템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줬다. 이후 2.0세대에 접어들면서 호텔, 주유소 등 다양한 상권에 진출하고, 출입인증 단말 시스템을 개발해 유인과 무인을 효과적으로 번갈아 가며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브니’ 라는 인공지능 로봇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제품 스캔부터 결제까지 안내해 점원 도움 없이 소비자 스스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무인점포가 갖는 한계를 보완하기도 했다.


미래형 GS25에서 이용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GS리테일 미래형 GS25에서 이용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GS리테일

이처럼 편의점 업계의 무인 편의점의 도입은 가맹점의 운영력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부분 1인체계로 움직이다 보니 “어떻게 하면 인력 손실없이 점주의 수고를 덜까” 하는 데서 출발했다. 혼자 감당해야 할 편의점 업무가 점차 방대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편의점은 발주, 진열, 계산 같은 본래 영역뿐 아니라 치킨 튀기기, 세탁물 접수, 금융 업무 등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근무자가 처리해야 할 업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극한 알바’라고 부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인편의점의 본질은, 인건비 축소보다는 노동의 질 향상에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실제 자체 조사결과 점포 근무자의 업무 중 60% 이상이 카운터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직원을 더 채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60%에 해당하는 편중된 업무를 일부 자동화해줌으로써 점포 매출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핵심업무인 진열, 청결, 발주, 매출분석 등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완하기 위해 무인점포를 도입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연중무휴, 24시간 운영’이란 편의점 업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인화 점포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가맹점 중에서는 야간 인력을 구하지 못해서 정상 운영이 어렵거나, 심야 매출이 높지 않아 별도 인력을 고용하는 게 손해인 점포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무인화 시스템이 보편화되면 이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기술 소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노년층들이 이용하기 힘든 복잡한 인증 절차와 결제 시스템의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무인 점포의 도난 문제와 술·담배 판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복잡한 인증 절차 역시 걸림돌이로 작용하고 있다.


CU의 바이셀프 매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자체 모바일앱을 다운받고 가입 절차를 거쳐 점포 곳곳에 비치된 고유 QR코드를 스캔한 뒤,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의 바코드를 직접 스캔해 구매 수량을 결정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무인점포의 경우 지자체별 담배권 거리 등 규제를 받고 있는 데다, 보완 등의 문제로 상용화가 쉽지 않고 상권 분석 등으로 인해 마음대로 늘릴 수도 없다”며 “무인 편의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따른 변화다. 외식업계에서 키오스크 도입을 하는 것처럼 무인 편의점 역시 기술 진화에 따른 필연적 요소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부분 대학가 중심이라든지 제한된 상권에 들어가 있고, 하이브리드형으로 유인과 무인의 결합된 형태가 많아 기술 소외 문제와는 거리가 멀지만, 100% 무인형 점포의 경우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라도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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