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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욱의 저격] 틈만 나면 여성 인권 외치던 그녀들은 어디로 갔나


입력 2020.07.15 07:00 수정 2020.07.15 05:08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진보 진영 여성 인사들, 박원순 성추행 의혹에 일제히 거리두기·침묵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분노, '상대 편'과 '내 편'에 다른 기준 적용되나

인권은 정당 논리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가치 아냐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용기 잃지 않길

왼쪽부터 서지현 검사·공지영 작가·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사진 DB 왼쪽부터 서지현 검사·공지영 작가·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사진 DB

2018년 1월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해 국내 '미투 운동'의 시작점이 됐던 한 여검사는 최근 4년여 간 여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한 다음 날 극단적 선택을 한 64세 서울시청 공무원 박 모씨 사건에 대해 돌연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입을 닫았다.


틈만 나면 여성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내왔고, 청각장애학생 성폭행 사건을 다룬 소설 '도가니'를 쓰기도 했던 한 여성 소설가는 어떤가. 피해자의 아픔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주님께서 박 모씨를 안아주실 것"이라는 발언과 함께 고인을 애도하는 데만 열중했다.


한 생명이 세상을 떠난 것은 그 자체로 안타깝다. 고인과의 개인적인 인연을 떠올리며 마음 아파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전도유망한 한 젊은 여성의 "그저 한 인간으로 살고 싶다"는 절규도 들었다.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그간 여성 인권을 중시하며 '미투 운동'의 선봉장에 섰던 진보 진영 여성 인사들의 침묵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서두에 언급한 전도유망한 여검사는 현재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을 역임하고 있는 서지현 검사이며, 여성 소설가는 공지영 씨, 64세 서울시청 공무원 박 모씨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다.


서지현 검사는 불과 1주일 전 성착취물 공유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씨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에 대해 SNS로 맹렬히 비판한 바 있다. 그리고 불과 1주일 만에 SNS에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입장 발표를 회피했다. 참으로 절묘하고 신기한 타이밍이다.


결국 이들이 그토록 외치던 여성 인권에 대한 목소리와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분노는 '상대 편'과 '내 편'에 다르게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선택적 분노와 이중잣대를 기반으로, 정치적 의도를 내포했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지내며 성 관련 문제에 언제나 앞장섰던 민주당 젠더폭력근절대책TF 단장 남인순 의원을 비롯해 여성인권운동가 출신 정춘숙 의원, 문재인 정부서 여성가족부장관을 지낸 진선미 의원도 침묵으로 일관하다 박 전 시장의 유고 5일 만인 14일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뒤늦은 입장문을 냈다.


보수정당 인사들의 성 관련 사건이 터졌을 때 보였던 모습과 너무나 상반되는 이들의 행보에 의아함만 느껴진다. 더군다나 피해자중심주의를 그토록 외쳤던 이들은 입장문에서 '피해자'라는 표현 대신 '피해 호소 여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공정과 정의를 외쳤던 진보 인사들의 '내로남불'과 '이중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현직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까지 부른 이번 사건에서 보인 이들의 행태에 참담한 마음만 느껴진다.


인권은 정당 논리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극렬 지지자들의 비이성에 휩쓸리지 않고 피해자의 안위를 먼저 생각했던 류호정·장혜영 정의당 의원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신상털이'와 '2차 가해'에 떨고 있을 한 여성에게 필자 또한 기자가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힘내라고, 절대 용기를 잃지 말라고 전해주고 싶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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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도로가자 2020.07.2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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