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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번 주 뭐 볼까] 일단 터졌다, ‘반도’의 장점 그리고 복병


입력 2020.07.17 10:02 수정 2020.07.17 18:45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최고의 사전인지도-기대감 속 15일 개봉

코로나19 뚫고 개봉 첫날 35만 관객 기염

흥행 가능했던 이유와 복병에 대한 소고(小考)

K좀비의 시작, 4년만의 귀환 '반도' ⓒ NEW 제공 K좀비의 시작, 4년만의 귀환 '반도' ⓒ NEW 제공

극장 출입을 망설이던 관객들 마음의 빗장을 영화 ‘#살아있다’가 풀더니 ‘반도’(감독 연상호, 제작 ㈜영화사레드피터, 배급 ㈜NEW)가 완전히 열어젖혔다. 개봉 첫날 35만명 관람, 당연히 올해 들어 최고의 오프닝 기록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한 안전불안감이 여전한데 어떻게 가능했을까.


우선 영화 개봉 전부터 영화 ‘반도’는 ‘부산행2’라는 기대 속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영화 한 편의 제목을 알리고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영화를 제작하고 배급하고 투자한 사람들에게는 피 말리는 일인데, ‘반도’는 사전인지도 및 기대감이 대단했다. 1157만명이 관람했던 천만영화 ‘부산행’, 게다가 제69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돼 국제적으로 사랑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애국심마저 보태진 영화의 후속작을 4년이나 기다렸기 때문이다.


액션의 귀재 강동원 ⓒ NEW 제공 액션의 귀재 강동원 ⓒ NEW 제공

두 번째는 강동원의 캐스팅 소식이었다. 액션에 능한 신체적 조건과 반응체계를 갖춘, 정우성과 더불어 미모에 더해 유려한 액션을 보여 주는 것으로 ‘이미 검증 끝난’ 몇 안 되는 배우가 주인공 정석을 맡다 보니 기대감을 키웠다. 그리고 17세 데뷔작 영화 ‘꽃잎’부터 21년이 흐른 뒤의 ‘군함도’에 이르기까지 맡은 역할은 제대로 해내는 배우 이정현이 두 아이의 엄마 민정 역의 출연을 결정하면서, 탄탄한 바탕이 다져지는 느낌이었다.


연상호 감독에 대한 관객의 기대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돼지의 왕’ ‘사이비’ 등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와 잿빛 감성의 애니메이션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었던 데다 ‘과연 실사영화도 잘할까’라는 우려감을 ‘부산행’으로 깨끗이 씻은 뒤이기에, 어쩌면 ‘염력’으로 살짝 아쉬웠기에 더욱, 기대가 컸다. ‘K좀비’라는 용어를 가능케 했던 그가, 자신의 전공과목인 좀비물로 ‘부산행’ 2편을 내놓는 것이니 의심은 없었다.


박진감 넘치는 컴퓨터그래픽 '흥행에 한몫' ⓒ NEW 제공 박진감 넘치는 컴퓨터그래픽 '흥행에 한몫' ⓒ NEW 제공

그리고 개봉, 말 그대로 뚜껑이 열렸다. 예상했던 바대로 터.졌.다. 중요한 것은 2주차, 3주차, 이 기세가 이어질 것이냐의 문제인데. 이 전망에는 ‘반도’의 여러 장점, 그리고 아쉬움이 공존한다.


우선 장점으로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훅, 영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사실 상업영화에 이만한 장점이 어디 있는가. 최고의 미덕이다.


또, 근래 개봉했던 어떤 영화보다 컴퓨터그래픽의 박진감이 크다. 기술적으로 어느 영화가 더 우위에 있느냐를 따지기 전에 박진감, 말 그대로 진짜에 가까운 느낌이 크다. 아직 경험한 적 없는 폐허가 된 대한민국의 도심 풍경인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국내외 디스토피아 작품들을 통해 학습된 결과기도 하지만,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잘했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컴퓨터그래픽을 1년의 사전제작 기간을 통해 미리 만들어놓고, 그린매트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촬영 전에 보여 주고 촬영 후 연기와 합성해 확인시키는 방식으로 진행한 효과가 톡톡하다. 배우들의 실사 연기가 컴퓨터그래픽 배경에 착 붙으니 결과적 박진감이 커질 수밖에.


미술이 한몫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세트, 의상 할 것 없이 일관된 톤으로 잘 정리돼 있고 폐허가 된 공간의 황량함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어둑한 심리를 풍성하게 관객에게 전달한다. 상을 줄 권한은 없지만, 트로피를 안기고 싶을 정도다.


'올해의 발견' 배우 이레 ⓒ NEW 제공 '올해의 발견' 배우 이레 ⓒ NEW 제공

그리고 배우 이레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반도’가 새롭게 발견해 낸 올해의 배우다. 이준익 연출, 설경구 엄지원 주연의 영화 ‘소원’의 그 어린이가 맞나 싶을 만큼 폭풍 성장했는데. 외형만 달라진 게 아니라 강동원과 이정현, 권해효와 김민재 등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자신을 오롯이 빛낼 만큼 배우로서 멋지게 성장했다. 관객을 영화로 끌어들이는 최고의 창구는 결국 배우인데, 이레 배우가 연기한 준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술술(막힘없이) 흐른다.


철민(김도윤 분)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의리의 정석(강동원 분) ⓒ NEW 제공 철민(김도윤 분)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의리의 정석(강동원 분) ⓒ NEW 제공

아쉬움. 가장 아쉬운 건 ‘우리의 강동원’을 돋보이게 찍거나 편집한 장면이 없다는 것이다. 관객이 사랑하는 대배우는 스토리 전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어도 한 번쯤은 멋지게 연출해 주는 게 대국민 서비스다. ‘반도’ 속에서 강동원은 너무나 열심히 움직인다, 그런데 저 멀리에 있고 손에 닿지 않는 느낌이다. 이것은 강동원 배우에게만 아쉬운 게 아니라 관객에게 아쉽고, 영화에 주는 별의 개수를 깎는 일이다. 영화 전체를 틀어쥐고 효과적으로 진행하는 감독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다.


‘반도’의 강동원과 이정현은 ‘부산행’의 마동석과 공유를 대신한다. 이정현은 공유 이상으로 내 아이를 지키는 강인한 ‘엄마전사’로 분했는데, 강동원의 총은 마동석의 주먹보다 약하다. 이건 연기의 문제가 아니라 연출의 결과다. 모든 무술감독들이 칭찬해 마지않는 대한민국 최고 액션배우가 출연했는데, 믿기지 않는 결과다.


든든한 배우 김민재(왼쪽)와 내일이 기대되는 구교환 ⓒ NEW 제공 든든한 배우 김민재(왼쪽)와 내일이 기대되는 구교환 ⓒ NEW 제공

‘반도’에 강력한 빌런(villein, 악당)이 없다는 것도 아쉽다. 좀비만으로 된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불빛과 소리에 반사적으로 무조건 반응하는 좀비는 더이상 불가항력의 두려운 대상이 아니라 조정해서 내 무기로 쓸 수 있는 객체다. 결국, '사람 대 사람'의 싸움이 되는데 이정현-이레 모녀에 강동원이 연합한 ‘착한 사람’ 편에 맞서는 ‘나쁜 사람’ 쪽 631부대 황 중사 김민재와 서 대위 구교환이 그다지 무섭지도, 세 보이지도 않는다. 적이 누구인지 구분 못하고 황 중사와 서 대위가 대결하며 화력을 낭비한다. ‘부산행’의 김의성을 넘어서기엔 김민재에게 '중과부적'이었고, 많은 독립영화에서 연기하고 연출하며 또렷한 존재감을 빛냈던 구교환은 “조커를 보게 되리라”던 연상호 감독의 예고를 실행하지 못했다. 스토리 구조 자체가 김민재와 구교환이 역량을 뿜어내기엔 불리했다.


어머니는 강하다 '엄마전사' 이정현 ⓒ NEW 제공 어머니는 강하다 '엄마전사' 이정현 ⓒ NEW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반도’를 봐야 하느냐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다. 먼저 언급한 장점들이 훌륭하고, 관람 후기들을 보니 기자가 느낀 아쉬움을 전혀 느끼지 않은 호평 일색이 많다. 시사회 때도 두 자리 건너 관객이 눈물을 연신 흘리는 것을 보았는데, 좀비 액션물이 사람을 이렇게 울려도 되느냐며 뜨거운 눈물을 자백하는 후기들이 눈에 띈다. 영화 ‘반도’가 코로나19를 뚫고 흥행 가도를 달릴지 주목된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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