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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오미의 여의도잼] 번역기가 필요한 정치인의 말

  • [데일리안] 입력 2020.07.22 07:00
  • 수정 2020.07.22 05:06
  •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민감한 이슈 범람 시기, 정치인 말 더욱 현란해져

'운신의 폭' 넓히기 위해 아리송한 말 사용

행간 꼼꼼하게 살펴야 진의 파악 가능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야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원 선서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야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원 선서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을 해야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거론되는 더불어민주당의 한 인사 A씨가 21일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날 한 말이다.


"(선거와는) 거리를 두고 현재의 직분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지금은' 사죄의 시간이지 선거의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거론되는 민주당의 한 인사 B씨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A씨와 B씨의 말을 언뜻 보면,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속내는 그게 아닐 것이다. 정치권에서 '지금은', '현재로선', '일단은', '아직은' 등의 표현이 붙는 말의 경우,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는 얼마든지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된다.


"총선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다. '지금은' 지역구나 당선에 대한 고민보다 큰 싸움을 해야 할 때다." 이언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2018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우클릭 행보가 2020년 총선에서 부산 출마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 한 대답이다. 당시 이 전 의원의 지역구는 경기 광명을이었지만, 2020년 4·15 총선 때 부산 남구을에 출마해 낙선했다.


"'오거돈 사태'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차원에서 부산시장 후보를 안 내는 게 맞다. 하지만 서울시장 보궐선거라는 변수가 생긴 만큼, 당내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내년 보궐선거에 부산시장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주장해왔던 민주당의 한 인사 C씨가 '박원순 사태'가 터진 이후 한 말이다. 언뜻 보면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 같다. 그러나 '무공천'에서 '고려'로 말의 온도가 달라진 것을 보면, 이전보다 공천과 관련된 입장을 보다 폭넓게 가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처럼 정치인들이 아리송한 말의 향연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한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정치권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만큼, 섣불리 확언했다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감한 이슈가 범람하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정치인의 말이 더욱 현란해지는 만큼, 정신을 단단히 차려야 한다. 행간을 두세 번 꼼꼼하게 살펴야 할 필요성을 더욱 느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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