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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 요금제 10주년①] 새 시대 연 SKT…‘콸콸콸’ 이렇게 탄생했다


입력 2020.08.26 07:00 수정 2020.08.25 22:36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네이트’ 버튼 ‘요금 폭탄’에서 월 5만원에 데이터 ‘펑펑’

‘데이터 음성통화·테더링’ 길 열려…모바일 역사 ‘한 획’

SK텔레콤 모델이 지난 2010년 8월 26일 출시된 국내 최초 스마트폰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소개하고 있다.ⓒSK텔레콤 SK텔레콤 모델이 지난 2010년 8월 26일 출시된 국내 최초 스마트폰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소개하고 있다.ⓒSK텔레콤

스마트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출시된 지 10년을 맞았다. 2010년 8월 26일 SK텔레콤을 시작으로 이동통신사들이 잇달아 내놓은 무제한 요금제는 데이터 사용량 증가를 불러왔고, 콘텐츠 소비 형태가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 방식으로 바뀌며 관련 산업도 확대됐다. 반면 망 사용료 부담 소재에 대한 기업 간 갈등과 폭증한 데이터량을 처리하기 위해 증설된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환경 파괴 문제 등 부작용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편집자주)


피처폰 시절 키패드 한가운데 자리 잡은 ‘네이트’ 버튼은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잘못 눌렀다가 데이터 요금 ‘폭탄’을 맞기 십상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고 스트리밍 방식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게 익숙한 현세대는 당시 분위기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대한민국 모바일 시장에 한 획을 그은 한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0년 8월 26일 일어났다. 이날 SK텔레콤은 국내 최초로 3세대 이동통신(3G) 스마트폰 데이터 무제한 ‘올인원 55’ 요금제를 출시했다. 과거 데이터 요금제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들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KT ⓒKT

◆스마트폰 태동기 폭발적 성장…10일만에 100만명 가입


SK텔레콤은 단순히 무제한 데이터 제공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로 음성통화(m-VoIP)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지금은 노트북 등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테더링’을 추가 요금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된 것도 이때다.


삼성전자 ‘갤럭시S’ 등 국내 스마트폰 태동기와 맞물려 무제한 요금제는 출시 10일 만에 100만 가입자를 돌파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당시 SK텔레콤 스마트폰 가입자 10명 중 6명이 데이터 무제한을 선택했고, 신규 가입자 중에서도 70% 이상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했다.


SK텔레콤은 분위기를 몰아 데이터가 쏟아진다는 의성어 ‘콸콸콸’을 슬로건으로 정하고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졸졸졸 감질나는 데이터는 그만! 무선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로 언제 어디서나 콸콸콸 사용하세요!”라는 광고문구는 소비자들을 유혹하기 충분했고, 출시 50일 만에 가입자 150만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9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도 전월 대비 1인당 약 2배 증가했다.


유선의 강자인 KT 생각은 달랐다. 유선 네트워크 기반 와이파이로도 늘어난 데이터 사용량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KT는 SK텔레콤을 견제하면서 2011년까지 와이파이존을 10만국소로 늘리고 와이브로 커버리지 확대하는 등 롱텀에볼루션(LTE)에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로 전환되는 흐름을 거스르진 못했다. 와이파이는 속도가 빠르고 설치된 지역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동성과 커버리지, 품질 등 한계가 분명했다.


애플 스마트폰 ‘아이폰4’.ⓒ애플 애플 스마트폰 ‘아이폰4’.ⓒ애플

◆통신비 부담 증가…KT ‘아이폰’ 견제 ‘승부수’ 해석도


결국 KT와 LG유플러스도 같은해 무제한 요금제를 잇달아 출시했다. KT는 9월 10일, 5만5000원 ‘i-밸류 요금제’부터 데이터 무제한을 도입했다. LG유플러스는 이통 3사 중 가장 늦은 2010년 10월 1일 5만5000원 ‘오즈(OZ) 스마트55 이상 요금제’를 선보였다.


그렇다면 SK텔레콤은 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했을까. 첫 번째 이유는 장기적으로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상승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3G 시절 5만원대였던 것이 5세대 이동통신(5G)에 이르자 월 10만원대로 2배 가까이 뛰었고 이통사 ARPU 상승에 기여했다. 그만큼 제공하는 데이터량이 늘긴 했지만, 가계통신비 부담도 증가했다.


‘아이폰’을 단독 출시하면서 SK텔레콤의 무선 점유율 1위 자리를 위협했던 KT를 따돌리기 위해 던진 ‘승부수’였다는 해석도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2008년 삼성전자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모바일 운영체제(OS) 기반 스마트폰 ‘옴니아’를 출시했지만, KT와 애플이 손잡고 내놓은 아이폰의 적수가 되지 못한 채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폰 출시 효과로 우량 고객이 KT로 빠져나가자 SK텔레콤이 느끼는 위기감이 컸을 것”이라며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SK텔레콤이 무제한 요금제로 승부를 건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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