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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보호 조치 없나?… 방송가, 미성년자 향한 무례함


입력 2020.08.28 08:20 수정 2020.08.28 08:25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TV조선

방송가에서 미성년자를 다루는데 있어서 다소 무례하다는 의견이 많다.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부적절한 접촉이나 필요 이상의 사적인 영역 노출 등을 ‘어리니까 괜찮다’는 식으로 활용한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이 없어 미성년자 출연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법규와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실제 기존 EBS·KBS·MBC 등 공영방송 3사가 마련했던 ‘아동보호를 위한 제작 가이드라인’은 형식적인 수준에 그친다. 3사의 ‘방송 소재 및 표현’에 관한 규정은 ‘흡연·음주 장면을 묘사해서는 안 된다’ ‘지나치게 선정적인 장면을 연출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등 대부분 구체적이지 않다.


지난해 EBS ‘보니하니’에서 미성년자 출연자에 대한 폭행 및 성희롱성 발언이 논란이 된 후 프로그램은 방송을 중단하고 제작진이 전면 교체되는 일이 있었다. (당시 폭행 의혹이 있었던 최용수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방송에 출연하는 미성년자 연예인들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따라 올해 초 청소년 출연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주요 내용은 아동출연자의 근로기준, 신체접촉, 욕설 등 부적절한 언어사용 금지로 여전히 두루뭉술하다.


이 때문인지 방송가에서는 여전히 유사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이하 ‘아내의 맛’)은 미성년자 성희롱 논란이 불거지자 사과하고 관련 영상을 삭제했다.


당시 방송에서는 가수 정동원과 임도형이 변성기 검사를 위해 이비인후과를 찾았고, 의사가 이들에게 2차 성징 여부를 물어보는 진료 현장이 공개됐다. 의사는 자신의 질문에 당황하지 말라며 직설적인 단어를 사용하여 2차 성징 여부를 확인했다. 스튜디오에서 영상을 통해 이를 지켜보던 출연진도 당황하며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정동원과 임도형 역시 곤란한 표정으로 어렵사리 대답을 이어갔다.


TV조선은 담당 주치의의 말을 빌려 “변성기는 2차 성징의 하나의 증거가 되기 때문에 변성기 진료에 있어 2차 성징 관련한 건 기본적인 질문”이라며 의학적 접근이라고 밝혔지만, 지극히 사적인 부분을 여과 없이 다뤘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해당 장면에서 고추 그림을 활용하고, 방청객의 웃음소리를 배경음으로 사용하는 등의 연출이 진료 내용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앞서 김민아 역시 ‘대한민국 정부’ 유튜브 채널의 코너 ‘왓더빽’에서 한 중학생과 화상 통화를 하던 중 부적절한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김민아의 발언 자체의 문제도 크지만, 이를 관리하는 채널의 둔감함도 비판을 받았다. 제작진의 역할 중에 하나가 송출되기 전 콘텐츠의 적절성을 파악하는 것인데 ‘대한민국 정부’ 제작진은 문제가 되는 이 발언에 문제가 있다는 것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던 터다.


이런 사례뿐만 아니라 수위가 높은 방송에 ‘19금 딱지’ 하나만 붙여놓고 ‘애들은 보지 마라’는 식의 방송 송출 방식도 미성년자의 보호하지 못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유해 방송으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 ‘방송프로그램 등급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런 고지만으로는 미성년자의 ‘19금 프로그램’ 시청을 제지하기는 쉽지 않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심의규정 연구반을 운영하면서 어린이·청소년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방송가에서 미성년자를 다루는데 있어서 문제가 발생하면, 뒤늦게 사과하고 클립 영상을 삭제하는 등의 조치가 전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방송이 미성년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제도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미성년자 출연자에 대한 보호 조치는 더 절실하다. 아동 특성상 의사표현의 부족으로 인해 스스로에게 주어진 불편한 상황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방송사의 지도 감독을 통한 ‘사전 예방’ 역시 중요한 시점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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