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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에도 꿈쩍 않던 ‘빚투 이자’…금융수장 서슬에 인하 러시


입력 2020.09.01 05:00 수정 2020.08.31 14:49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은성수 금융위원장 "기준금리 떨어져도 증권사 신용융자 고금리 여전" 비판

미래에셋·케이프證 곧바로 대출 금리 각각 9%→8.5%, 8.5%→6.5%로 인하





최근 증권사들의 잇단 신용융자 기본이자율 인하 배경을 놓고 투자자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증권사들이 '빚투(빚내서 투자한다) 금리'를 하향 조정하기 시작한 배경을 놓고 투자자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 진입에도 꿋꿋이 버티다가 금융수장의 일갈에 약속이나 한 듯 잇달아 인하 조치에 나서고 있어서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달 28일 신용거래약관을 개정하고 다이렉트 계좌의 신용융자 기본이자율을 기존 연 9.0%에서 연 8.5%로 0.5%포인트 인하했다. 변경된 이자율은 신용거래융자와 증권담보융자에 모두 적용된다. 케이프투자증권도 같은 날 약관을 변경하고, 기존 8.5%이던 30일 미만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6.5%로 2.0%포인트 내렸다.


키움증권은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우선 신용융자 대용비율을 기존 80%에서 75%로 낮췄다. 이 비율이 감소하면 줄어든 만큼 융자금액이 축소된다. 선제적으로 대출조건을 까다롭게 해 추가 잔액 상승을 막자는 취지로 금융당국의 빚투 억제 정책과 일맥상통하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신용융자 금리인하 움직임은 최근 불거진 빚투 고금리 논란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인투자자의 주식시장 진입이 대거 늘어나면서 신용거래·예탁증권담보융자 등 빚투 금액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26일 6조4361억원이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 27일 15조8785억원으로 146.7%(9조4424억원) 급증했다.


하지만 해당 신용융자 금리는 일반 대출 상품보다 높은 수준으로 책정됐다. 실제로 국내 증권사 28곳의 31~60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금리는 평균 7.72%에 달했다. 일부 증권사는 9%가 넘는 금리를 받고 있다. 국내 17개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의 평균금리가 3.58%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이다. 이에 증권사가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데일리안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을 활용하거나 한국증권금융에서 돈을 조달해 신용융자를 제공한다. 2%대 초반 수준으로 자금을 조달해 이자 수익을 붙여 개인투자자에게 대출해주는 식이다. 결국 증권사들은 신용융자를 통해 6~7%포인트 이상의 마진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증권사의 고금리 대출 논란이 지속되자 금융당국이 직접 증권사를 압박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열린 5개 증권사 사장과의 간담회에서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하는 동안 신용융자 금리를 전혀 변동시키지 않은 증권사들이 있다"며 "이를 두고 개인투자자들이 불투명성과 비합리성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금리 정책을 비판했다.


실제로 기준금리가 인하된 3월 16일 이후 지난 달 26일까지 신용공여 이자율을 내린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SK증권, BNK투자증권 등 전체 28개사 중 5개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은 위원장 발언한 직후 벌써 두 개 증권사가 금리인하를 결정했다. 이처럼 당국의 압박과 사회적 분위기가 금리인하를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금리는 각 증권사 별로 신용공여가격정책 정기심사위원회를 열어 유동성·신용 프리미엄이나 업무원가, 목표이익률 등을 고려해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하지만 최근엔 코로나19로 인해 실제로 시장 금리가 떨어지는 부분과 함께 증권사 이자율이 높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어 인하를 결정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금리인하 움직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과 증권사들은 이번 달 안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신용융자 금리산정의 투명성과 합리성 제고에 돌입할 예정이다. 당국이 이미 고금리 정책을 압박한 만큼 미래에셋이나 케이프증권처럼 선제적인 금리인하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신용융자가 가격탄력성이 매우 떨어지는 시장이어서 마진이 남지 않는만큼 금리인하에 회의적인 입장일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주식을 담보로 잡고 있어 리스크가 크지 않은데 금리가 너무 높다는 논리로 당국이 압박을 가한다면 증권사들은 인하를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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