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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의 견제구] 청와대식 인국공 사태 수습법은 '꼬리자르기' 인가


입력 2020.09.17 07:00 수정 2020.09.16 21:43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국토부, 구본환 인천공항 사장 해임 건의…'토사구팽' 의혹

비정규직 정규직화 대통령 1호 공약인데 사장만 해임?…"청와대 책임이 더 커"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16일 오후 인천공항공사 대강당에서 정부의 사장 해임 추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날 구 사장은 국토부 해임건의안에 포함된 1년 전 태풍 ‘미탁’의 상륙 때 대처 문제와 지난 2월 직원 직위해제건에 대해 해명하며 사장직에서 물어날 뜻이 없다고 밝혔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16일 오후 인천공항공사 대강당에서 정부의 사장 해임 추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날 구 사장은 국토부 해임건의안에 포함된 1년 전 태풍 ‘미탁’의 상륙 때 대처 문제와 지난 2월 직원 직위해제건에 대해 해명하며 사장직에서 물어날 뜻이 없다고 밝혔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1년 전 태풍 대처 문제와 2월 있었던 직원 직위해제 건이 전부인데, 그것으로 해임한다고 하니 당혹스럽다. (자진사퇴 요구부터 해임 건의까지) 모든 게 불과 일주일이 걸렸다. 그만둬야 하는 사유를 모르겠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해임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에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개최를 요구한 것에 대해 구 사장이 직접 입을 열었다.


지난 1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 사장은 “이달 초 국토부 고위 관계자를 면담하는 자리에서 갑작스런 자진 사퇴를 요구받았다”면서 “바로 나갈 수 없다면 해임 건의를 하겠다고 했다”고 사건의 전말을 밝혔다.


구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태풍 대비를 위해 국감장을 먼저 떠났지만, 자택 인근 고깃집에서 법인카드를 결제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지난 2월 있었던 인사 갑질 문제도 이번 사건의 사유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감을 돌이켜보면 태풍 대응 문제로 논란이 됐던 건 구 사장 한사람 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이강래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도 태풍 대응을 이유로 국감장을 떠났지만, 마찬가지로 위치확인이 되지 않고 연락이 두절 돼 논란이 된 바 있다.


기관장으로서 질책 받아 마땅한 사안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토록 엄중하게 여기는 사안이라면, 구 사장과 달리 이 전 사장은 어떻게 지난 총선에서 아무 문제없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로 출마할 수 있었을까.


이번 구 사장의 해임 문제는 개인의 억울함을 떠나 전형적인 ‘토사구팽’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가 그야말로 폭풍 같은 논란을 일으킨 ‘인국공 사태’의 책임을 구 사장 개인에게 묻고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이란 의혹이 상당하다.


지난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요원을 청원경찰로 정규직화 하는 과정에서 불공정 논란으로 많은 청년들이 청와대와 정부에 등을 돌리는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마음이 급해진 정부는 손가락질의 대상을 축소해야만 했을까. 사장을 경질의 도마위에 올렸고, 도마위에 오른 자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과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를 기관장이 단독 진두지휘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이고 임기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런 만큼 청와대는 그 책임의 중심에 서있다.


정부 정책을 밀어붙인 기관장에게 책임을 떠넘기거나, 책임을 떠 넘기는 것 처럼 보여서도 안되는 이유다.


더구나 타이밍상 노련하지 못한 해임 추진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되돌리기는 커녕 의혹만 더 키우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구 사장 개인을 해임한다고 해 인국공 사태의 불씨가 꺼지는 것도 아니다.


구 사장 개인을 평가하는 것도, 그를 두둔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정부가 인국공 사태를 너무 단편적이고, 가볍게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정말 꼬리자르기 식 인사로 모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사태의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이번 해임이 인국공 사태에 따른 경질이냐는 질문에 “추측은 하는데 말할 순 없고, 같이 추측해 달라”는 구 사장의 답변에 씁쓸함이 남는다.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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