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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오! 삼광빌라!’마저…온 가족 즐기는 KBS 주말극의 타락


입력 2020.10.02 00:00 수정 2020.10.01 19:33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KBS

KBS 주말극은 ‘시청률 보증수표’로 불린다. 보통 가족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들이 편성되면서 시청률 40%를 훌쩍 넘기는 ‘대박’ 이 자주 등장한다. 다른 드라마들은 상상하기도 힘든 30%대 시청률이 나와도 ‘평타’로 치부되고, 20% 시청률이 나오면 ‘망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내 딸 서영이’ ‘넝쿨째 굴러온 당신’ ‘황금빛 내 인생’ ‘하나 뿐인 내편’ 등을 비롯해 최근 종영한 ‘한 번 다녀왔습니다’ 역시 평균 30% 중반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끝을 맺었다. 9월 19일 첫 방송을 시작한 ‘오! 삼광빌라’도 평균 시청률 20%초중반의 성적을 내놓고 있다. 앞선 주말극들이 후반으로 갈수록 시청률이 상승하는 추이를 보였기 때문에, ‘오! 삼광빌라!’ 역시 큰 이변이 없는 한 30%까지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높은 시청률과 더불어 주말극에는 불치병, 출생의 비밀, 성상품화 등의 자극적인 소재들로 인한 막장 논란도 매번 반복된다. 다양한 사연들을 안고 삼광빌라에 모여든 사람들, 타인이었던 이들이 서로에게 정을 느끼고 마음을 열고, 사랑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겠다는 따뜻한 의도와는 달리 ‘오! 삼광빌라!’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지난 27일 방송된 4회 엔딩 장면에서 우재희(이장우 분)의 욕실 노출신이 등장했는데, 그의 중요 부위가 모자이크 처리된 채 그대로 전파를 탔고, 여기에 코끼리 울음소리까지 삽입되면서 시청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제작진도 논란이 이어지자 “일부 장면에 대한 시청자분들의 불편함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해당 신은 재방송과 다시보기를 포함, 이후 제공되는 방송분에서 수정될 예정”이라며 “앞으로 더욱 유의해서 제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식 사과했다.


ⓒKBS

제작진의 사과에도 시청자들의 항의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유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사과가 무색하게 이런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불과 전작에서도 유사한 논란을 겪었던 KBS다. 전작인 ‘한다다’는 여성 성상품화, 양육비에 대한 편견 조장, 성 고정관념을 고착시키는 대사, 외모 칭찬을 빙자한 성희롱 등 각종 논란이 난무했다.


특히 유흥업소를 운영하던 강초연(이정은 분)이 김밥집을 개업하는 모습에서 짧은 치마에 진한 화장을 한 여성 직원들이 ‘폭탄주’를 만들 듯 사이다를 따라 손님들에게 나눠주고, 남성 고객들은 이 같은 접객 행위에 홀린 듯 줄지어 가게를 방문했다. 고객 중엔 교복을 입은 청소년도 있었다.


이 같은 장면이 여성을 성적 상품으로 보는 유흥업소 논리를 공영방송에서 ‘밝고 경쾌하게’ 보여줬다는 것이 문제가 됐고, 제작진은 이번 ‘오! 삼광빌라!’ 해명과 똑같이 “신중을 기하겠다”고 사과한 뒤 재방송과 다시보기를 포함, 이후 제공되는 일체의 방송분을 수정 편집본으로 대체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해당 방송분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도 “고등학생 등 남성 손님들에게 호객행위 하는 김밥집 여성 종업원들의 다리 등 신체 일부를 근접 촬영해 방송하고, 김밥집에 방문한 남성들의 모습을 희화화하는 등 성을 상품화해 묘사했다”며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자극적인 소재를 꾸준히 사용하면서 논란이 되면 복사, 붙여넣기 한 듯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건 더 이상 시청자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주말극을 왜 보는지, 그 본질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특히 높은 시청률을 점하는 위치에 있는 만큼, KBS 주말극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감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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