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차 한국인 인체치수조사…20~69세 6400여명 대상
세탁기 뚜껑 위치와 높이는 어떻게 정할까. 세탁물을 넣고 꺼낼 때 허리를 숙이거나 무릎을 굽히게 되는 만큼 관절에 부담이 없어야 한다.
냉장고도 마찬가지다. 근력이 약한 어린이와 노인들도 문을 쉽게 열고 닫을 수 있어야 한다. 자동차 내비게이션과 계기판은 운전자 시선 이동을 최소화하는 곳에 위치해야 한다.
사소해 보이지만 모두 사용자 편의와 안전에 직결되는 요소들이다. 최적 위치, 높이 등을 찾으려면 사용자 체형, 즉 인체치수를 알아야 한다.
체형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기 때문에 최신 정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1979년부터 주기적으로 우리 국민 인체치수를 조사해 산업계와 학계, 연구 분야에 보급하고 있다.
제품과 생활공간 설계에 활용되는 인체 치수와 3차원 형상 자료를 산·학·연에 보급해 온 한국인 인체치수 조사사업이 8회째를 맞았다.
국가기술표준원(원장 이승우)은 ‘제8차 한국인 인체치수조사(이하 조사사업)’을 이달부터 내년까지 2개년에 걸쳐 실시한다고 6일 밝혔다.
정부는 1979년 ‘제1차 국민체위조사’ 사업 이래 주기적으로 조사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40여년간 한국인 인체치수를 측정해 온 결과 의류, 가구, 가전, 전기전자기기, 자동차,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 체형에 맞는 제품을 설계·생산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세탁기의 경우 인체치수를 이용해 사용자 허리와 무릎의 충격을 완화하고 관절을 보호할 수 있는 높이로 설계하고, 엄지손가락 길이와 동작범위를 스마트폰 설계에 반영해 인체적합성과 편리성을 높였다.
해외에서 민간 주도로 인체치수를 조사한 사례는 간혹 있지만 40여년간 국가 주도로 조사사업을 시행한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제8차 조사사업은 성인 20~69세 남녀 총 6400여명을 대상으로 잡았다. 산업계 수요를 반영해 측정 항목을 종전 332개에서 365개(직접측정항목 73개, 3차원측정항목 292개)로 확대했다.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20~44세 3200여명(남여 각 1600여명)을 조사하고 이후 45~69세 남녀 3200여명을 조사할 예정이다.
조사 사업단은 동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최경미 교수)과 충북대학교 산학협력단(한현숙 교수)이 공동으로 구성했다. 웹사이트를 통해 피측정자를 모집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3차원(3D) 인체측정 항목을 대폭 강화했다. 이를 위해 3차원 인체형상 정보를 정확히 자동 계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충북대학교 한현숙 교수)했따.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조사 시 방역대책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측정실(면적 약165㎡)에는 측정자와 피측정자를 합쳐 10명 이하 인원만 들어갈 수 있도록 제한한다. 내부에는 공기살균청정기와 손소독제, 마스크 등을 비치하고 1일 1회 측정실 내·외부 전체를 소독한다.
이승우 국가기술표준원장은 “인체치수 조사사업은 최신의 한국인 인체치수를 보급해 양질의 제품을 설계하는데 활용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이라며 “지난 40여년간 축적된 한국인 인체치수 정보가 미래 데이터기반 경제에서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