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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어음 수요 늘어나는데…증권사, 시장 확대 '막막'


입력 2020.10.14 05:00 수정 2020.10.13 15:10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9월말 발행어음 수신잔고 17조4775억원…6개월 새 1조6000억원 '껑충'

기존 사업자 발행 한도 '아슬'…하나투자·메리츠증권 등은 제재에 막혀

증권사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거나 법률리스크에 휘말리면서 발행어음에 대한 신규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데일리안

경기침체 장기화 등 영향으로 발행어음 수요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추가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업 신청 요건을 갖춘 신규 증권사들이 금융당국 규제와 법률 리스크에 휩싸이면서 추가 인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규제가 국내 증권사의 투자은행(IB) 부문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데다 투자 수요에 대한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는 만큼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NH투자·KB 등 3개 증권사의 지난달 말 발행어음 수신잔고는 17조4775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3월 말의 14조6291억원 대비 19.4%(2조8484억원) 늘어난 규모다. 증권사별로 한국투자증권은 올해에만 9조478억어치의 발행어음을 판매했다. 올해 3월 말의 7조3726억원보다도 22.7%(1조6752억원) 늘어난 수치로 올해 연간 목표치인 8조원을 상회한 기록이기도 하다.


NH투자증권은 총 4조8697억원의 발행어음 수신잔고를 기록했다. 지난 3월 말의 4조1465억원보다 17.4%(7232억원) 늘어난 규모다. KB증권은 지난 3월 잔액 3조1100억원보다 14.4%(4500억원) 증가한 3조5600억원의 발행어음잔고를 기록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IB로 지정된 증권사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단기금융업무 인가를 받아야 취급이 가능한 상품이다. 증권사가 자기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어음으로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된다. 현재는 한투증권, NH증권, KB증권 등 3개 증권사만 운용하고 있다.


이처럼 발행어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건 최근 급증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연관이 있다. 올 들어 주식투자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늘어나면서 파킹통장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CMA는 올 대형 공모주 청약을 위한 투자자금까지 더해져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에 CMA를 기반으로 한 발행어음 상품 잔고가 크게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1월 2일 4조5973억원 수준이던 'CMA 발행어음' 잔고는 지난달 29일 8조8459억원으로 92.4%(4조2486억원) 급증했다. CMA 발행어음은 일반 CMA 계좌보다 더 높은 2~3%의 수익률을 제공한다. 이에 수익률이 높은 CMA 발행어음을 찾는 투자자 수요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데일리안

문제는 이미 발행어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증권사들의 발행한도가 턱밑까지 차올랐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투증권은 지난 8월 말 발행어음 한도관리를 위해 신규가입고객을 받지 않았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200%까지만 발행할 수 있다. 올 상반기 5조3468억원의 자기자본을 기록한 한투증권이 판매한 발행어음이 9조원을 넘기면서 10조원인 발행한도에 거의 다다른 셈이다. KB증권도 이미 3조원으로 설정한 연간 목표치를 넘겼다.


신규 증권사 투입도 어렵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2일 하나금융투자와 메리츠증권에 대해 기관주의 및 임직원 견책조치를 내렸다. 두 증권사가 해외 대체투자 과정에서 부당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가 기관경고를 받게 되면 향후 2년 간 신사업에 대한 진출이 불가능하다. 이에 하나금투(4조1853억원)와 메리츠증권(4조4022억) 모두 올 상반기 발행어음 진출을 위한 자기자본 요건을 갖췄음에도 신규인가를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기관경고를 받아 신규 사업이 제한되면서 계획하고 있던 발행어음 진출에 대해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발행어음 진출로 인한 신규 동력 확보가 늦어지는 부분은 아쉽지만 조금 늦어지는 만큼 추후더 확실히 준비해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4조3168억원의 자기자본을 지닌 신한금융투자는 '라임 사태'로 금감원으로부터 기관제재를 받을 처지여서 발행어음 신청을 미루고 있다. 9조5000억원 수준의 자기자본을 보유한 미래에셋대우는 5월 일감 몰아주기 혐의에 관한 중징계를 피하면서 발행어음 신규 인가에 대한 길을 열었지만 역시 라임 사태에 연관돼 심사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4조9648억원 규모의 자기자본을 지닌 삼성증권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과 유령주식 배당사고 등에 발목이 잡혀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발행어음에 대한 투자자 수요가 지속적인 상황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증권사가 제한적이어서 공급 정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라며 "인가 제한에 대한 증권사들의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만큼 유연한 규제로 발행어음 사업에 대한 추가 인가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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