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8월 나스닥100 선물⸱옵션 규모 1조4344억 달러…지난해 전체 1.7배
홍성국 의원 "증권사들 감독 사각지대에 규제 회피…투자자 보호 나서야"
일명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선물·옵션 거래액이 1년 새 70%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증권사가 개인에게 리스크 안내 및 투자자 보호는 소홀히 한 채 고위험 해외선물옵션 투자를 권하고 있어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이 금융투자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표적인 해외선물⸱옵션 종목 '나스닥100 E-mini, Micro E-Mini'에 투자한 개인의 거래량이 올해 8월 기준 2034만 계약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거래량인 745만 계약보다 173% 증가한 규모다. 약정금액은 1조4344억 달러(1646조4043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8446억 달러 대비 70% 급증했다. 올 연말까지 포함하면 증가폭은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선물⸱옵션은 대표적인 초고위험 파생상품으로 꼽힌다. 계약당 금액과 레버리지가 커 수익률 변동성이 크고 원금 손실 위험성이 높아 환율 변동에 따라서도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국내 선물⸱옵션거래는 최소한의 진입장벽을 설정하고 있다. 국내 선물⸱옵션거래 투자자는 최초 1000만원 이상 기본예탁금, 약정금액 0.51%~84.45%의 위탁증거금을 예탁해야 한다. 이어 파생상품의 위험성에 대한 사전교육을 1시간, 모의거래 과정을 3시간 이상 이수해야 한다.
하지만 해외선물⸱옵션거래 진입장벽은 국내 거래보다 훨씬 낮다. 각국 거래소가 요구하는 수준의 증거금 제도만 있을 뿐 기본예탁금이나 사전교육, 모의거래과정 이수 의무는 없었다. 증권사들도 금융투자업규정으로 정한 '해외투자와 관련한 위험고지서'를 빽빽한 글씨 14장 분량으로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국내 거래보다 위험성은 높은데 안전장치는 미흡한 실정이다.
그나마 있는 안전장치는 파생상품을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증권사들이 고객 유치 경쟁을 펼치면서 더 약해지고 있다는 게 홍 의원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약 18만 원(150달러) 수준의 증거금만으로 거래가 가능한 '마이크로 해외선물' 상품이 출시됐다. 각 증권사들은 계약당 0.5달러 수준의 수수료 인하, 현금 리워드, 경품 추첨 등 각종 이벤트도 제공하고 있다. 진입장벽을 낮춰 투자 경험을 유도하는 잽(Jap) 전략이다.
일부 증권사 홈페이지에서는 해외선물투자를 소개하면서 기본예탁금 없이 증거금만으로 투자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1/10의 증거금으로 투자 가능', '풍부한 유동성', '리얼 투자의 세계' 등 긍정적인 홍보 문구가 나열돼 있다. 위험성 고지는 맨 하단에 작은 글씨로 덧붙였다.
홍성국 의원은 "규제와 감독의 사각지대를 파고들어 개인투자자에 고위험 투자를 권하는 증권사들이 우리 유통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스스로 코리아디스카운트를 부추기고 있는 만큼 자본시장과 투자자 보호에 대한 감독당국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