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통상임금 문제로 중단된 잔업 복원하라며 사측 압박
한국GM, 수출물량 생산 시급한데 잔업·특근 거부로 회사에 타격
자동차 업계가 잔업, 특근 등 연장근로 시행 여부를 놓고 노동조합과 진통을 겪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사측이 비용부담 심화로 잔업을 없애자 임금 손실을 이유로 사측에 잔업 시행을 압박하는가 하면, 역으로 한국GM 노조는 생산 수요가 많아 잔업·특근이 필요한데도 이를 거부하고 있다.
기업의 생산 유연성을 위해 활용돼야 할 연장근로가 노조의 이해관계에 맞춰 시행 여부를 강제당하는 상황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의 최우선 요구조건으로 ‘잔업 복원’을 내세우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 2017년 8월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패소하자 매일 30분씩 하던 잔업을 그해 9월부터 중단했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면서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게 돼 있는 잔업수당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기아차 노조는 잔업 폐지로 근로자들의 임금 손실이 심해지고 있다며 사측에 잔업 복원을 요구해 왔다.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차 근로자들과 비교해 기아차 근로자들이 연간 200만원가량씩 임금 손실을 입고 있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현대차의 경우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측이 승소하며 잔업수당 부담이 늘지 않아 기존과 같이 잔업과 특근을 실시해 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애초에 기아차 근로자들이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면서 잔업 미실시에 따른 임금 손실을 감안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판결을 앞두고 사측이 패소할 경우 잔업수당 부담이 심해져 잔업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근로자 측이 승소하며 거액의 과거 소급분(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에 따른 잔업·특근 수당 상승)을 챙긴 반대급부로, 이후 발생할 잔업 폐지까지 감수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아차로서는 상여금이 포함된 통상임금 산정 방식으로 수당을 책정해 잔업을 복원할 경우 비용 대비 생산 효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같은 현대차 그룹에 속한 현대차 노조와의 형평성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승패가 갈리면서 기아차의 잔업수당은 현대차의 1.5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가 이 비용을 지급하며 잔업을 실시할 경우 현대차 노조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한국GM은 기아차와는 정 반대의 상황으로 노사가 갈등을 겪고 있다. 생산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에 노조가 잔업·특근을 보이콧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GM 노조는 사측과의 올해 임단협 교섭이 난항을 보이자 지난 23일부터 쟁의행위 차원에서 잔업·특근 거부를 결정했다.
한국GM은 모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 본사로부터 배정받은 글로벌 신차 트레일블레이저의 수출이 본격화되며 생산에 박자를 가해야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노조의 잔업·특근 거부로 누적 1700대 이상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측은 노조의 쟁의행위로 인한 생산 차질이 지속될 경우 올해 목표인 손익분기 달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노조에 잔업·특근 거부 철회를 호소하고 있다.
한국GM 노조의 잔업·특근 거부는 2000여개 협력사들에게도 심각한 타격이다. 한국GM은 올해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누적 생산 손실이 6만대에 달해 여기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들의 피해도 심각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노조의 잔업·특근 거부까지 더해지며 다수의 협력사들이 부도 위기에 내몰려 있다. 한국GM 협력사 모임인 ‘한국GM협신회’는 지난 28일 성명을 통해 “한국GM의 생산차질로 유동성이 취약한 협력사들은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하지 못하고 부도에 직면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다”고 호소했다.
업계에서는 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회사의 실적을 높이는 데 활용돼야 할 잔업·특근이 노조의 이해관계에 의해 강제당하거나 거부당하는 상황이 노사 모두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장근로는 회사에게는 실적 제고를, 근로자에게는 소득 증대를 가져다주는 상호 윈-윈이 되는 시스템”이라며 “노조가 연장근로수당을 무조건 받아내야 하는 소득으로 인식하거나 연장근로 시행 여부를 회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