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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연예계 미투 폭로, 그리고 그 후


입력 2020.11.04 14:00 수정 2020.11.04 14:06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오달수, 무혐의 받고 2년만에 영화 복귀

2018년, 서지현 검사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시작된 미투(#METOO) 운동은 순식간에 연예계로 번졌다. 특히 영화계에서 대중에게 친숙했던 남자 배우, 감독들을 향한 미투가 지속됐고, 이들은 활동 중단부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까지 나왔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20년, 미투 꼬리표를 단 연예인들은 어떤 상황일까.


배우 오달수는 성추행 의혹으로 활동을 중단한 지 2년 만에 '이웃사촌'으로 상업 영화에 복귀, 공식석상에 나선다. 오달수는 2018년 극단에서 함께 활동했던 여배우를 성추행 한 논란으로 출연 예정이었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하차하고,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해당 여성은 인터뷰를 통해 1990년대, 배우 엄지영은 2003년 서울의 한 모텔에서 오달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혐의를 부인하던 오달수는 "전부 저의 책임이다. 제가 한 행동과 말에 어떤 책임과 처벌도 피하지 않겠다"고 사과했다. 당시 개봉을 앞뒀던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은 오달수의 출연분량을 통편집하고 그 자리에 조현철을 투입해 개봉했다.


오달수는 칩거 생활에 들어갔고,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와 계약 후 지난해 독립영화 '요시찰'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오달수 사건의 내사를 진행한 경찰은 구체적인 혐의점을 찾지 못해 혐의 없음으로 내사 종결했지만 논란에 휩싸인 그 자체로도 이미지 타격은 회복되지 못했다. 그랬던 오달수가 '이웃 사촌'으로 스크린에 돌아온다고 알린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한때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미투 운동 의혹에 휩싸였던 인상은, 아직까지 쉽게 지워지지 않았고 국민 정서상 이른 컴백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무혐의가 나온 만큼 컴백에 문제 없다는 반응도 있다. 오달수는 언론시사회 후 진행되는 기자간담회까지 참석할 예정으로, 그 동안의 심경 고백, 근황, 앞으로의 계획 등이 언급될 것으로 보여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를 비롯해 많은 영화제에서 활약한 김기덕 감독을 향한 미투 폭로도 파장이 컸다. 김 감독에게 성추행 및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 여성들의 증언이 잇따르자 국내에서 퇴출 목소리가 높아졌다.하지만 김 감독은 제기된 혐의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 주장하며 미투 의혹을 폭로한 여성 배우와 이를 보도한 MBC 'PD 수첩'을 상대로도 1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김 감독은 국내에서 활동이 막히자 해외로 눈을 돌려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2019년 일본 유바리 영화제 개막작에 김 감독의 영화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이 초청됐으며, 4월에는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됐다. 하지만 최근 여성 배우와 MBC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패소, 원고의 소송 비용도 모두 부담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배우 조재현은 2018년 2월 여러 여성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지목 받았고 당시 출연 중이던 tvN 드라마 '크로스'에서 하차, 등 연예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배우로 활동하던 조재현의 딸 조혜정도 활동이 막혔다. 최근 조재현의 변호사는 그가 지방에서 칩거 중이며 등산을 다니는 것 외에 별다른 일을 하지 않는다는 근황을 전했다.


사실상 조재현은 은퇴를 한 셈이지만 미투 사건은 법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재일교포 배우는 실제로 조재현을 고소하지 않았고, 조재현은 합의된 관계였다면서 여배우 쪽에서 오히려 금품을 요구했다고 법적대응에 나섰지만, 귀국해 조사 받지 않아 기소 중지 상태다.


아직 미성년자 성폭행 관련 손해배상청구를 당한 소송은 마무리 되지 못했다. 만 17세였던 2004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과의 합의가 성립되지 않자 법원은 강제조정을 내렸지만 해당 여성이 이의신청을 했다. 이에 조재현은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나머지 사실은 부인하며 합의가 아닌 소송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례도 있었다. 조민기는 2018년 2월 교수로 재직 중인 청주 대학교 연극학과 여대생들을 성추행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후 추가 피해자들의 폭로가 잇따랐다. 조민기는 이를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충북경찰청 소환조사를 앞두고 3월 9일 자신의 아파트 지하주차장 옆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외에도 최일화, 한재영, '흥부'의 조근현 감독이 성추행 했다는 가해자로 몰리며 활동을 중단했다.


미투 폭로로 폭풍같았던 지난 날을 보내며, 연예계 성 인식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자정작용을 한 현상이 자리를 잡았다. 또 여러 소송들이 아직 남았고, 무혐의 선고에도 이미지 회복을 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는 등 여진도 여전하다. 연예계 일각에서는 지난 2년 간 연예계를 휩쓸고 간 미투 폭로에 대해 다시한번 차분하게 되돌아봐야 하지 않냐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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