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회장 취임 후 지속적으로 변화
코로나19 불확실성 확대로 안정 가능성
변화·혁신 속도 위해 파격 인사 여지도
LG그룹이 이달 말로 예정된 연말 정기 인사에서 부회장단에 변화를 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구광모 회장이 그동안 꾸준히 변화를 줘 온데다 세대교체 가속화라는 관점에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올해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불확실성 확대로 안정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파격 인사 가능성도 남아있어 더욱 주목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LG는 지난달 19일부터 진행 중인 사업보고회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이달 말 정기 인사를 실시할 예정인 가운데 구 회장을 보좌하는 부회장단의 변화 여부가 화두가 될 전망이다.
현재 LG 부회장단은 권영수 부회장((주)LG)과 신학철 부회장(LG화학), 하현회 부회장(LG유플러스), 차석용 부회장(LG생활건강) 등 총 4명이다.
이 중 신학철 부회장은 구 회장 취임 이후 새로 합류한 인물로 지난 2018년 6월 구 회장 체제 출범 이후 그동안 LG그룹을 이끌어 온 부회장단 6명 중 총 3명이 교체됐다.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은 구 회장이 취임한 해 용퇴했고 지난해에는 한상범 전 LG디스플레이 부회장에 이어 조성진 LG전자 부회장도 물러났다. 구 회장 취임 직후에 권영수 부회장과 하현회 부회장이 각각 (주)LG와 LG유플러스로 자리를 맞바꿔 구 회장 이전부터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뿐이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LG 부회장단의 변화는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추가 교체는 조직 안정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LG화학·LG유플러스·LG생활건강 등 각 부회장들이 맡고 있는 핵심 계열사들의 실적도 좋아 인위적으로 교체할 명분이 크지 않은 것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구 회장의 최측근인 권영수 (주)LG 부회장의 경우 LG화학·LG전자·LG디스플레이·LG유플러스 이사회 의장 등 LG그룹 핵심 계열사 의장을 맡고 있다.
구광모 회장이 전면에 나선 이후 권 부회장이 실질적인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교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주)LG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권 부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3년 3월까지로 LG 부회장들 중 가장 많이 남았다.
신학철 부회장도 LG에너지솔루션 출범과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 마무리 등 산적해 있는 현안이 많아 변화를 주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신 부회장 재임 이후 LG화학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는 점도 유임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하현회 부회장은 대표이사 임기 만료가 내년 3월로 얼마 남지 않았지만 LG유플러스로 온 이후 일궈낸 성과가 많다. 대표이사 취임 후 총 1000만달러 규모의 5세대이동통신(5G) 콘텐츠 수출과 CJ헬로비전(현 LG헬로비전) 인수 등의 성과를 거뒀다.
또 그동안 LG전자·LG디스플레이·(주)LG·LG유플러스 등을 두루 거치면서 사업구조 고도화와 각 계열사 실적 개선을 이끌었던 것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차석용 부회장 역시 입지가 견고하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대표를 맡고 있는 LG생활건강이 올해에도 신기록을 쓰면서 차 부회장을 대체하기 힘들다는 얘기도 나온다. LG생활건강은 올 3분기 327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구광모 회장이 사장단 승진을 통해 부회장단을 보강하거나 세대교체에 나서는 등 인사 폭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변화와 혁신을 꾀하기 위해 새로운 인물을 적극 발탁하는 구 회장의 인사 스타일상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 인사도 대규모로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실제 구 회장은 취임 첫해 3M 수석부회장 출신인 신학철 부회장(LG화학)을 전격적으로 영입한 바 있다.
이와관련 LG전자를 이끌고 있는 권봉석 사장의 승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17년 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권 사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돼 코로나19 불확실성 속에서도 최대 실적을 내는 등의 성과를 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이 전면에 나선 이후 외부 인사 영업과 젊은 피를 수혈하는 등 인적쇄신에 적극 나섰다”며 “다만 올해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로 인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