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1차전 6.2이닝 무실점...기대 이상의 호투
실책에도 흔들리지 않고 강타자들과 승부에서도 대담
“소형준이 미쳐줬으면 좋겠다.”
KT 이강철 감독 기대에 만 19세 신인 소형준은 눈부신 피칭으로 화답했다.
소형준은 9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벌어진 ‘2020 신한은행 SOL KBO’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 6.2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했다. 0-0 맞선 7회초 2사 1,2루 위기에서 교체됐지만, KT 관중들과 더그아웃에서는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정규시즌 2위에 올라 창단 이래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KT는 구단 역사상 첫 가을야구 선발로 외국인 원투펀치를 뒤로 하고 신인 소형준을 낙점했다. KBO리그 역사상 최연소 포스트시즌 1선발이다.
소형준은 KBO리그에 데뷔한 올해 정규시즌 26경기(24선발) 13승 6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2006년 류현진(당시 한화 이글스) 이후 14년 만에 ‘고졸 10승’을 달성해 신인왕을 예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투수다. 그래도 일각에서는 “너무 큰 부담을 준다” “2차전부터 승부하려는 것 아니냐” 등 부정적 의견도 많았다.
소형준은 ‘대형 신인’답게 모든 우려를 기우로 만들었다. “미쳐줬으면 좋겠다”는 이강철 감독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시리즈를 앞두고도 “잘 해보고 싶다”며 대담한 모습을 보였던 소형준은 1회초부터 실책이 나왔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1회초 선두타자 정수빈 타구를 유격수 심우준이 놓쳐 출루시켰지만 표정을 감췄다. 이후 페르난데스-오재일-김재환으로 이어지는 두산 강타선을 연속 범타 처리했다. 2회 이어 3회에도 오재원-박건우를 연속 삼진으로 솎아내며 삼자범퇴 처리했다. 4회에는 김재환에게 풀카운트에서 2루타를 맞았지만 떨지 않았다. 포수 장성우를 바라보며 씨익 웃고 긴장을 풀었다. 이후 허경민을 체인지업으로 땅볼 처리하며 위기를 모면했다.
5회 김재호-오재원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무리한 소형준은 6회에도 다시 한 번 실책으로 주자를 내보냈다. 페르난데스 땅볼 타구를 1루수 강백호가 빠뜨렸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은 소형준은 오재일을 2루 뜬공 처리했다.
6회까지 무실점 투구로 두산 선발 크리스 플렉센(7.1이닝 2실점)과 팽팽한 투수전을 펼친 소형준은 7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1사 후 박세혁에게 안타를 맞은 뒤 김재호에게 볼넷을 내줬다. 첫 4사구를 내준 소형준의 투구수가 100개에 이르자 KT는 투수를 교체했다. 그 와중에도 첫 포스트시즌 등판에서 편안하게 리드한 포수 장성우를 향해 ‘폴더 인사’를 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후 가동한 불펜(쿠에바스-김재윤-조현우)의 3실점으로 KT는 2-3 패했지만, 소형준의 강렬한 호투는 지워지지 않았다. 구위도 구위지만 야수들 실책에도 침착했고, 강타자들과의 승부에서도 대담한 피칭을 했다. 때로는 표정을 감출 줄도 알았고, 위기에서는 웃음으로 두려움을 이겨냈다. 이강철 감독 기대대로 미쳐줬던 소형준은 큰 경기에서의 호투로 ‘열아홉 베테랑’의 진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