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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코로나 백신 빛 보나…국내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


입력 2020.11.10 16:22 수정 2020.11.10 16:25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4만명 대상 임상 3상 중간분석 결과 "백신 90% 예방 효과"

바이든 당선인 자국민에 백신 무료 공급 계획... 국내 영향은 적을 듯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 3개사… 임상 1상 1건·전임상 2건

해외 수천억대 천문학적 투자 이뤄지는데 국내는 '생색내기' 수준

국내에서 백신을 개발 중인 회사는 제넥신, SK바이오사이언스, 진원생명과학 등 3곳이다. 제넥신은 임상 1상 단계이며, 나머지 두 회사는 동물 전임상 단계에 그친 상황이다.(자료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함께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중간 결과가 발표됐다. 중간 결과이긴 하지만 이는 일반 독감 백신의 두 배에 가까운 것으로 코로나 종식을 앞당길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그러나 국내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임상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여서 결국 막대한 비용을 들여 해외서 백신을 수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화이자의 이번 임상 시험은 9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50% 이상의 예방 효과를 요구하는데 화이자의 백신은 90%로 이를 크게 뛰어넘었다. 화이자는 유효성을 확정하기 위해 테스트를 계속할 계획이다.


이번 데이터는 아직 동료검토(peer-review)를 거치지 않은 상태이고, 논문으로 나오지 않은 상태다. 화이자는 아직까지는 임상 진행 과정에서 심각한 안전상의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전체 데이터가 확보되면 논문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화이자 백신의 상용화는 내년 상반기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이자는 이르면 다음 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승인 신청을 할 계획이다.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올해 연말까지 최대 2000만명분(2회 투여 기준)의 백신을 제조할 수 있고, 내년에는 13억회 투여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2회 투여해야 면역력이 생긴다. 화이자는 백신의 예방 효과가 나타난 시점은 두 번째 백신 투여 7일 후이며, 첫 번째 투여일로부터는 28일 뒤라고 전했다.


미국서 먼저 승인을 받은 후 유럽의약품청(EMA)에서도 심사를 진행해 내년 상반기 미국과 독일 등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될 전망이다.


미국 코로나 백신 상용화 '코앞'까지 왔는데… 국내 임상은 제자리


반면 국내 기업들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진척은 더딘 편이다.


국내에서 백신을 개발 중인 회사는 제넥신, SK바이오사이언스, 진원생명과학 등 3곳이다. 제넥신은 임상 1상 단계이며, 나머지 두 회사는 동물 전임상 단계에 그친 상황이다.


국내에서 백신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제넥신은 현재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에서 'GX-I7'의 안전성과 예비 효과 탐색을 위한 임상 1b상을 진행 중이며, 이달 말 결과를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제넥신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GX-I7에 대한 1/2a 임상시험을 허가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임상 2상을 위한 허가 절차를 건너뛰고 바로 다음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진원생명과학도 최근 식약처에 'GLS-5310'의 임상 1상과 2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임상시험 계획서를 제출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지난달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임상1상 시험승인을 신청해둔 상태다.


화이자 백신 수입 한다면, 우리 국민 내년 하반기에나 맞을 수 있을 듯


우리 국민이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시기는 내년 하반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0만명을 넘어선 미국과 확진자가 2만명을 돌파한 독일이 자국민을 우선 접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공급계약을 맺은 국가들보다 우리나라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앞서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1억개의 백신을 제공하는 내용의 계약(19억5000만 달러 규모)을 미국 정부와 체결한 바 있다.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일본과도 공급계약을 맺어둔 상태다.


정부는 화이자의 백신 중간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최종 결과를 지켜본 후 내년 하반기 국내 접종을 목표로 실무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2부본부장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국제기구를 통해 백신을 확보하고, 다른 국가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봐야 한다"면서 "또 국내 전문가들과 함께 접종전략을 수정·보완하면서 콜드체인(저온유통)도 챙기는 등 여러 시스템을 완비하려면 아무래도 내년 2·4분기 이후 시점에나 확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백신 제조 및 유통 계획에 250억 달러(약 28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선거 공약으로 백신 전국민 무료 공급을 언급한 만큼 미국인들은 무료로 백신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 각국이 백신 개발에 천문학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데 비해 우리 정부의 지원이 미미하다. 정부가 'K방역' 'K바이오'를 추켜올리면서도 지원에는 뒷짐 지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내년 하반기까지 개발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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