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제재심 3차 심의 끝에 결론…금융권 대혼란 불가피
연말 제재심 앞둔 은행권 '초긴장'…CEO 줄소송 이어질 듯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와 최고경영진(CEO)에 대해 중징계를 확정하면서 당장 옷을 벗어야 하는 금융사 CEO들이 제재결정에 불복해 소송으로 맞서는 등 법정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재심을 앞둔 은행권 CEO까지 자리가 흔들릴 수 있는 결정인 만큼 금융권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10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신한금융투자‧KB증권‧대신증권 등 3곳의 CEO들에게 연임 및 3~5년 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를 내렸다. 아직 최종 확정까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결이 남아있긴 하지만, 금융권에선 결과가 쉽게 뒤집히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재심은 이날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現금융투자협회장)와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에게 '직무정지'를, 박정림 KB증권 대표에겐 '문책경고' 권고를 결정했다. 김성현 KB증권 대표와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에겐 '주의적 경고'를 권고했다.
금감원의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 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돼 연임 및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이에 중징계 대상 CEO들은 제재에 불복해 징계 취소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등을 통한 법적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증권사 측은 내부통제 미흡을 이유로 CEO까지 제재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한데다 과도한 책임전가라며 반발해왔다.
지난달 29일부터 총 3차례에 걸쳐 진행된 제재심에서는 금감원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을 근거로 경영진 제재를 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 반면 증권사 측은 관련 조항이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경영진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직접적인 근거는 아니라고 맞섰다.
중징계 대상 CEO 소송전 예고…금융권 대혼란 불가피
특히 연말 라임사태 관련 제재심을 앞둔 은행권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금감원의 징계 방침대로라면 은행권 CEO들도 자리가 위태로워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된 금융권 CEO만 줄잡아 30여명에 달해 금융권 대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미 금감원은 지난달 라임펀드를 판매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 은행권에도 검사의견서를 보내 본격적인 제재를 예고했다. 금감원은 은행권에 대한 징계는 올해 안에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이 보낸 의견서에는 '은행들이 펀드 판매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는 등 부실이 있었고,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에 대한 제재와 같은 징계논리로, 은행과 은행장에게도 무거운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향후 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가 이뤄지면 소송전이 확대되는 것은 물론 금융권 전반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라임펀드 판매 은행을 보면, 우리은행이 총 3577억원을 판매하면서 가장 많은 판매액을 기록했고, 신한은행(2769억원)과 하나은행(871억원)이 뒤를 잇는다.
금융권에서 이번 제재심을 예의주시한 것도 향후 은행권 등에 대한 징계수위 방향타가 될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었다. 더욱이 중징계 대상인 CEO는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앞서 금감원이 올해 초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서도 내부통제 부실을 문제 삼아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게 중징계 처분을 내렸고, 두 CEO는 제재에 불복해 징계 취소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낸 바 있다. 법원은 "금감원 제재에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며 CEO들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판매를 허가해준 펀드를 판 금융사에 대해 내부통제기준 마련 미비란 모호한 근거로 CEO까지 중징계하는 것은 금융사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소송전으로 인한 금융권 혼란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