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 두 번째 EP '해피 엔드' 발매
어린 시절부터 기타에 푹 빠져 기타를 전공하고, 지금까지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이준형이, 이제 싱어송라이터로서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싱어송라이터로서의 활동은 지난해 10월부터, 만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가 음악을 대하는 자세는 여느 베테랑 가수 못지않다. 기타로만 연주하던 노래를, 이제 목소리까지 얹어 노래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줬을 뿐이다.
이준형은 이달 1일 두 번째 EP 앨범 ‘해피 엔드’(Happy End)를 발매했다. 데뷔 앨범인 첫 EP ‘모놀로그’(Monologue)가 소년의 아픈 성장일기라면, 이번 앨범은 밝고 따뜻한 느낌의 동화 같은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서로 다른 느낌의 두 앨범을 통해 이준형은 자신이 그릴 수 있는 다양한 색깔들의 일부를 보여준 셈이다.
- 처음 음악을 접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때, 부모님을 따라 교보문고에 갔었어요. 어릴 적에 만화를 정말 좋아해서 만화책들을 찾고 있었는데 갑자기 남무성 작가님의 ‘Paint it rock’이라는 만화책이 눈에 들어왔어요. 록의 역사를 읽기 쉽게 만화로 그려놓은 책이에요. 엄마한테 졸라서 그 책을 구매했고 만화책에 나오는 비틀즈, 레드제플린 같은 록 뮤지션들을 보면서 기타를 치고 싶다는 생각이 생겼어요. 그렇게 초등학교 6학년이 되자마자 졸라서 기타학원을 등록했고 그게 제 음악인생의 첫 시작이었습니다.
- 기타를 전공하셨고, 세션 활동도 이어왔는데요. 싱어송라이터로서 첫 출발을 하게 된 계기도 있었나요?
어릴 때부터 기타를 치면서 전공으로 대학까지 들어왔지만 그럼에도 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기타 연주를 하면서 다른 뮤지션들의 뒤에서 반주를 하기 보단 정말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곡을 쓰기 시작했고, 친구들이랑 대회를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제가 노래를 안 부르고 다른 친구가 불렀습니다, 그땐 노래를 못했어요(웃음). 그러다 제 자작곡으로 나갔던 한 대회에서 어떤 관객분이 오셔서 현금 뭉치를 쥐어주셨어요. 그러면서 ‘나이 30먹고 처음으로 노래 듣고 감동해서 눈물 흘려봤다, 너무 고마워서 주는 거니깐 거절하지 말라’고 하시며 5만 원짜리 4장을 쥐어주셨는데 정말 의미 있고 감동받았었던 순간이었어요. ‘좋은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이다’라는 제 음악적 가치관을 인정받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 일을 계기로 앨범을 만들기 시작하고, 노래도 직접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 노래가 ‘꽃밭’이고요. 이때 받았던 돈은 아직도 쓰지 않고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하.
-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데뷔는 지난해 10월이네요. 첫 앨범을 받아 본 기분은 어땠나요?
그 동안은 음원사이트에서 다른 뮤지션들의 음악을 찾아 들었었는데, 이제는 음원사이트에서 제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좋아해 주시는 팬 분들도 생겨서 놀랐고요. 사실 별 다른 공연활동 없이 앨범부터 먼저 발매해서 지인들만 들을 줄 알았거든요.
- 올해 초부터 11월 싱글을 발매하기 전까지 공백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한 것인가요?
첫 앨범을 낸 후에 탱자탱자 놀다가, 다음앨범에 대한 계획을 구상하기 시작했는데 코로나19가 터지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을 정말 많이 하다가, 이렇게 가만히 있기만 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올해 여름쯤에 발매 날짜를 전부 잡아버렸어요. 제작기간까지 생각하다보니 또 다시 가을·겨울에 곡들을 발매하게 되었습니다.
정확하게는 8월 12일에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라는 새로운 싱글을 발매하면서 컴백했습니다.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완성된 노래를 엎기도 하고 싱글로 낼지 앨범으로 낼지, 정규로 낼지 EP로 낼지, 앨범 콘셉트를 어떻게 잡을지 등 창작의 고민이 많이 컸던 것 같네요.
- 싱어송라이터로 아직 1년 밖에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누구에게나 있다는 슬럼프가 이준형 씨에게도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노래실력이 많이 부족해서 고민이 많았어요. 기타는 이전부터 계속 쳐왔지만 노래는 앨범을 제작하겠다고 마음을 먹고서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했거든요. 배움은 끝이 없구나 생각하고 계속 배우는 중입니다. 그 외에도 새로운 노래에 대한 고민, 제작비용에 관한 고민, 홍보에 관한 고민, 번아웃 등 다양한 이유로 때로는 짧게, 때로는 길게 슬럼프가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 무명시절 때 누구나 겪는 흔한 증상일거라 생각해요.
- 12월 1일, 발매한 새 앨범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요? 전 앨범과는 이미지가 매우 다릅니다.
네 맞아요. 처음 냈던 곡들이 너무 잔잔하고 센치한 분위기여서 이번 앨범에서는 신나는 노래들을 넣어보고 싶었어요. 공연장에서도 신나는 곡이 확실히 재밌거든요. 일전에 잔나비 밴드의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뜨여남품’ ‘주연위’ 등 잔잔한 분위기의 히트곡들도 좋았지만 다른 여러 신나는 노래들이 정말 좋았었어요. 그래서 ‘태양’과 ‘나의사랑’을 쓰게 되었어요.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도 그런 분위기의 노래입니다.
- ‘태양’은 이전에 싱글로 낸 곡이기도 하죠. 리마스터링 버전을 이번 앨범에 담은 이유가 있나요?
사실 이전 마스터링이 아쉬웠어요. 원래 앨범에 들어갈 노래였고 그걸 선공개로 싱글발매 한 거였는데, 앨범에 넣는 김에 리마스터링 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번 앨범에 대한 구성과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번 앨범은 Intro, Outro+5곡의 구성으로 되어있는데요. 각 곡마다 스토리가 있는데 전체적으로 밝고 따뜻한 이야기들을 담아보았어요. 거기에 맞춰 밝고 따뜻한 사운드를 만들다 보니 이번 앨범은 록사운드와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중심이 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밝고 어쿠스틱한 감성의 앨범입니다. 앨범 아트웍은 하얀 곰인형이 하트를 안고 있는 그림을 꼭 넣고 싶어서, 동화책 표지 같은 느낌으로 아트웍 작가님에게 부탁드렸어요.
- 타이틀곡 ‘해피 엔드’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나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우리의 사랑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는 이야기에요. 조금은 오글거릴 수 있는 말들을 영어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제목이 ‘해이 엔드’(Happy end)인 것도 ‘동화의 결말처럼 우린 행복하게 살아갈 거야’라는 의미에요. 노래를 쓰기 전 부터 이번 타이틀곡은 정말 따뜻한 느낌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 바람이 표현된 노래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노래에요.
- ‘메이비’는 영화 ‘너의 결혼식’을 보고 쓴 노래라고요. 어떤 느낌을 받으셨던 건지 궁금합니다.
이 영화는 제목이 스포일러라.(웃음) 줄거리 이야기를 맘껏 하겠습니다. 만약 영화가 보고 싶으시다면, 대답은 넘기시길. 하하. 우선 영화의 주제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에요. 제가 평소에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고 또 박보영 배우를 좋아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 마지막에 극중 남자 주인공(김영광)의 첫사랑이었던 여자 주인공(박보영)이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 김영광 씨가 신부대기실에 있던 박보영 씨를 찾아와서 ‘네가 내 옆에 있어줘서 정말 고마웠다, 잘 살아’라는 말을 하고 결혼식 뒷모습을 보면서 아련하게, 그리고 환하게 웃고 결혼식장을 나갑니다. 그 장면이 너무나도 여운이 남아서 남자 주인공의 시점에서 가사를 써보았어요.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노래입니다.
- 평소에도 곡을 쓰는데 영화에서 영감을 얻는 편인가요?
영감은 모든 곳에서 얻어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얻기도 하고 사랑을 경험하면서 얻기도 하고, 영화도 그 중 하나입니다. 로맨스 영화를 좋아해서 거기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 곡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은요?
저는 노래를 만들 때 반드시 지키는 철칙이 있는데, 사람들이 이 노래를 듣고 흥얼거릴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잠깐 소비되고 마는 게 아닌, 정말 오래오래 들을 수 있는 노래들을 만들고 싶거든요. 그러려면 노래의 분위기도 좋아야하지만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아요.
앨범 발매 일정을 빡빡하게 잡아놔서, 벼락치기 하듯이 앨범을 작업했어요. 그러다 마감 기한을 조금 넘기기도 하고 재녹음도 하고요. 항상 쫓기듯이 작업을 진행해서 앞으로는 다 만들어 놓고 발매 일정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 앨범이 나온 이후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노래 전개가 한 편의 영화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칭찬이었어요. 사실 이번 곡의 가사들은 로맨스 영화들에서 많이 영감을 얻었고 한 편의 영화 같은 앨범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렇게 감상해주셔서 너무 기뻤습니다. 그 외에도 발매 이틀 후가 수능이었는데 제 앨범을 들으신 수험생분이 시험 보면서 ‘나의 사랑’ 가사가 자꾸 생각났다는 말도 해주셨어요. 저 같은 뮤지션들은 그런 말들이 정말 큰 힘이 된답니다.
- 이번 앨범을 통해 대중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이번 앨범은 이상적인 사랑에 관한 이야기, 꿈을 가진 청춘을 응원하는 이야기, 나의 사랑을 고백하는 이야기 등 밝고 아름다운 이야기들로 가득 채웠어요.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특별히 있기보다는 그냥 이런 노래들로 누군가 위로를 받고, 감동을 얻고, 기쁨을 얻는다면 그게 가장 의미 있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네요.
- 음악 활동에 있어서 영향을 받는 아티스트, 롤모델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국내로는 검정치마, 잔나비, 장범준, 혁오, 사비나앤드론즈, 찰리빈웍스, 해외로는 Bruno Major, Matt maltese, John Mayer, Queen, Beatles의 음악들에 주로 영향을 받아요. 이유는 오래오래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만드는 사람들이기 때문이고요. 그 외에 열심히 활동하는 수 많은 뮤지션들에게 여러 영향을 받습니다.
- 싱어송라이터로서 음악적 방향성도 듣고 싶네요.
좋아하는 느낌으로 노래를 계속 쓰다보면 그게 방향성이 된다고 생각해요. 다음 앨범 곡들도 계속 구상하고 있는데 이번 곡들과는 다르게 글루미(gloomy, 우울)한 느낌일 것 같아요.
- 향후 계획이나, 목표가 있을까요?
머리에 파뿌리가 날 때까지, 아니 숨이 멎을 때까지 음악하고 싶어요. 새로운 앨범도 냈으니 이제 다음앨범 준비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앨범을 만드는 일은 어렵지만 즐겁거든요. 목표는 처음에 말한 것처럼 제 2의 검정치마, 잔나비 같은 뮤지션이 되는 게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