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출신의 작가이자 철학자인 알랭드 보통은 저서 ‘영혼의 미술관(Art as Therapy, 2013)’에서 예술의 7가지 기능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 기억 2. 희망 3. 슬픔 4. 자기이해 5. 균형회복 6. 성장 7. 감상.
사람은 그 순간을 기억하고자 그림을 그렸고, 희망과 슬픔은 현실의 고통을 견디게 한다. 우리에게 직관이나 육감이 있지만, 여전히 자기 자신을 잘 알지 못한다. 예술작품은 우리가 자신을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해주고, 감정에 치우쳐 있을 때 균형을 잡아주기도 한다. 어떤 이는 미술작품 앞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데 성장과 감상의 기능이다.
자신의 고유함으로 의외의 사건을 만드는 것이 예술이라고 하는데, 감상자 입장에서는 미술을 딱히 공부하지 않아도 누구나 느낄 수 있다. 반면, 작가 입장에선 그 어떤 분야보다 창의성이 요구된다.
권순범 작가는 유리 재료를 이용한 회화, 도예, 설치, 건축 등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가 주재료로 사용하는 ‘유리’는 빛을 매개로 속성을 드러내고, 고정된 이미지가 아닌 조명이나 빛에 따라 그 온기와 색채가 수시로 변화한다.
“제 작업은 자연과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재료의 선택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인간적 사고에서 해석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중 유리는 실용적, 장식적 가치를 넘어 시·지각적 효과로 기존 미술의 조형적 한계를 넘어서는 현대미술의 실험적 소재라고 봅니다. 저는 공간 드로잉을 기본으로 다양성을 추구하며 유리를 통해 유리예술의 확장이라는 측면과 기존 미술이 가지는 시·지각적 요소를 넘어 새로운 조형세계를 구축해 나가고자 합니다.”
그는 최근 B상태의 항아리 시리즈와 빛과 그림자 유리조형전을 열었다. 그의 유리회화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실험적 예술이라는 측면에서 도자기에 회화를 그려 넣는, 오만철 작가의 도자회화와 닮은꼴이다. 다만 그의 작품은 한 공간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공간에 따라 수시로 변화한다.
유리 표면과 그 위에 그려진 이미지들이 빛과 조명에 의해 다르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변적 풍경은 빛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며, 그의 작품을 응시하면 변화하는 세상의 속성과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권순범 작가/ 1990년 홍익대 미술대학 졸업, 現 창작스튜디오 잇다 대표, EZIBS 건축조형 디자이너, 미술협회회원 영상설치분과, 2019청주아트페어(청주비엔날레 특별전시장), B상태의 항아리 시리즈와 빛과 그림자 유리조형전(어우재 미술관), 유리작가 초청 특별전시전(DOGYE GLASS WORLD)
글/ 이동신 갤러리K 아트딜러, ssjameslee@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