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3세' 김동관, 태양광·그린수소 사업에 조 단위 투자…'친환경 에너지 기업'
'현대 3세' 정기선, 대우조선·두산인프라 인수 마무리 및 신사업 발굴 '속도'
'80년대생' 젊은 오너들이 신성장 동력 발굴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잇따른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로 돌파구 마련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그 어느 때 보다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이들의 경영 행보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김동관 한화 전략부문장(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 사장)과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현대중공업 그룹선박해양영업 대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은 대표적인 80년대생 오너로서 그룹 내 다양한 직함을 갖고 핵심 사업들을 지휘하며 미래 총수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점에서 곧잘 비교된다.
김 사장과 정 부사장은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있다. 두 사람은 각각 1983년생, 1982년생 한 살 터울로, 공군과 육군에서 장교로 복무한 이력이 비슷하다. 10여 년간 별다른 구설에 오르는 일 없이 경영에 몰두해왔다는 점도 닮은 꼴이다.
김동관 사장은 '한화 3세'로 지난 9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2015년 전무로 승진한 김동관 대표는 이후 4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올해 인사에서 9개월 만에 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최근 들어 김 사장은 에너지 부문에서 신성장 동력 발굴과 투자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에너지 대전환 트렌드에 발 맞춰 각광 받고 있는 태양광과 그린수소 사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단행, 한화솔루션을 친환경 에너지 분야의 리딩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한화솔루션의 중장기 그림은 △태양광 모듈 기술 개발 및 AI(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에너지 사업 △그린수소 밸류체인 구축 등으로 압축된다.
태양광 모듈 제조 분야에서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페로브스카이트 등 차세대 태양광 소재의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한다. 한화솔루션은 기술 개발을 통해 태양광 모듈을 기존 P타입에서 N타입으로 생산하고 2025년까지 페로브스카이트(차세대 태양광 소재)를 이용한 텐덤 개발 및 양산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한화솔루션의 모듈 생산능력(Capacity)은 올해 11GWh(기가와트시)에서 2025년 16GWh로 확대된다.
미국·유럽 등 수익성이 좋은 시장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개발, 건설, 매각하는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적극적 투자도 진행한다. 아울러 사용자의 전력 소비 패턴 관련 데이터를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해 잉여 전력을 통합 판매하는 분산형 발전 기반의 가상발전소(VPP)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
이를 위해 최근 인수를 완료한 미국 소프트웨어(SW) 업체인 그로잉 에너지 랩스(GELI·젤리)를 통한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한화솔루션은 “단순히 태양광 모듈을 생산·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정보기술(IT) 기반의 고부가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의미”라면서 “지속적 투자를 통해 태양광 기반 에너지 사업에서만 2025년 매출 12조원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화솔루션은 주력 사업인 태양광 뿐 아니라 신재생 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 수소 분야 투자에도 나선다.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 개발, 수소의 저장·유통을 위한 수소 탱크 사업 확대,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인수·합병(M&A) 등에 자원을 적극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그린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할 방침이다.
수전해를 하기 위한 에너지원(태양광, 풍력 등)은 한화큐셀로부터 확보하고, 만들어진 수소를 운반 또는 저장하는 역할은 한화케미칼 첨단소재 부문에서 담당한다. 수소를 공급하는 충전 시스템은 한화파워시스템이 맡는다. 이처럼 한화솔루션은 수소 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온 계열사들과 협업해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태양광 및 수소 사업 고도화를 위해 한화솔루션은 내년부터 5년간 총 2조8000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으로, 한국 뿐 아니라 미국·유럽의 친환경 에너지 시장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는 “지속 가능성 제고를 위한 기후 변화 대응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면서 “10년 이상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서 쌓아온 역량을 발판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실질적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올해 현대중공업그룹의 주요 인수·합병(M&A)에 뛰어든 정기선 부사장 역시 그룹 외형 확대에 보다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부사장은 '현대 3세'로 2017년 현대중공업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에도 올랐다. 2018년엔 현대중공업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를 맡아 사실상 핵심부서 대부분을 총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주력 사업은 조선(현대중공업), 정유(현대오일뱅크), 건설기계(현대건설기계), 중전기기(현대일렉트릭), 태양광(현대에너지솔루션), 선박 A/S(현대글로벌서비스) 등이다.
올해 현대중공업지주는 건설기계 부문 외형 성장을 위해 KDB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유진그룹과의 치열한 경합 끝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건설기계 부문 재도약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이로써 현대건설기계는 세계 7위 건설기계 회사로 새롭게 도약할 전망이다. 두산이프라코어와의 공급망, 서비스, 기술력 공유를 통해 글로벌 상위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시너지 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기대다.
조선 부문의 경우 LNG선 등 연말 수주 '쌍끌이'에 성공하면서 내년 구조조정 우려를 불식시켰다. 내년 기업결합을 앞둔 대우조선해양과의 시너지도 예상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정유사들의 조 단위 적자에도 유일하게 흑자에 성공하면서 선방하고 있다.
정기선 부사장은 올해 인수에 성공한 두산인프라코어를 조기 정상화하고, 대우조선과의 기업결합을 마무리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EU의 반독점 규제기관인 집행위원회는 대우조선 인수 시 현대중공업의 시장점유율이 21%로 커지는 점 등을 우려하며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시장의 독점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대우조선처럼 국내외 주요 국가들을 대상으로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밟아야 한다. 사실상 현대중공업그룹 경영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정 부사장은 내년 대우조선-두산인프라 기업결합 심사 완료를 위해 매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지난 9월 발족한 '미래위원회'에서도 정 부사장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위원회는 정 부사장이 위원장을 맡아 바이오, AI, 수소·에너지 사업과 관련된 사업 발굴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서울아산병원, 현대로보틱스 등의 기술 및 노하우 등이 폭넓게 활용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사장이 현대중공업그룹의 외형 확대와 함께 신사업 전반을 직접 챙긴다는 것은 그만큼 그룹 내 역할이 막중하다는 의미"라면서 "내년에는 조선·정유·건설기계 등 주력 사업 확대는 물론 신사업도 함께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을 보다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