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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정의 유통Talk] 3차 재난지원금과 선의의 역설


입력 2021.01.04 07:00 수정 2021.01.03 20:17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일정 지급 기준 높여…“대상서 제외”

약자 돕기위한 정책이지만 약자 돕지 못해

서울 중구 문을 닫은 식당 테이블에 임대문의 문구가 적힌 종이가 놓여진 모습.ⓒ뉴시스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만들진 않는다.”


이 격언은 착한 의도에서 출발한 정책이 나쁜 결과를 초래했을 때 흔히 인용된다. 의도는 좋았지만 방법이 틀렸다는 데 방점이 있다. 정부정책의 득과 실을 평가할 때 혹은 ‘선의의 역설’을 강조하기 위해 종종 등장하는 말이다.


대표적인 게 약자를 돕는다는 정책이 아이러니 하게도 약자를 돕지 못하는 경우다. 최근 3차 재난지원금이 딱 그렇다. 이전 대비 지원 금액은 현실성을 높였지만 일정한 기준으로 지급 대상에 대한 허들도 함께 높이면서 현장에 혼선을 빚는 등 부작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29일 정부가 발표한 3차 재난지원금 대상에 식당과 카페 업종이 포함됐다. 두 업종 종사자에게는 집합 제한업종으로 지정돼 영업에 차질을 빚은 데 따른 피해금액과 임대료 경감비용 등 현금 200만원이 지급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


문제는 지급 기준이다. 정부는 ‘매출이 감소한 연매출 4억원 이하 소상공인’으로 한정해 금액을 차등 지급하는 안으로 최종 결정을 지었다. 그러나 상당수 자영업자들이 명목적으로는 지원 대상에 속하면서도 조건에서 탈락해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현상을 만들었다.


편의점 업계가 대표 사례다. 대부분 편의점은 담배를 취급하고 있어 매출 6억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담배가 편의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매출은 약 40%로, 세금 비중이 90%에 육박한다. 실질적으로 판매금 대비 수익은 크지 않다는 소리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급 대상의 기준 설정시 실제 상황이나 현장의 사정 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임의적인 기준을 내세워 상당수의 점주들이 재난지원금 지원을 거부했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모든 편의점이 집합제한 대상에 포함됐음에도 제외시켰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높은 임대료를 감수해야하는 등 업태 특성상 높은 매출에 비해 이윤이 낮은편이다.


때문에 ‘빽다방’이나 ‘이디야’ 같은 소규모 공간의 출점이 이뤄지는 프랜차이즈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형화 전략을 펴는 프랜차이즈 점주 역시 받지 못했다.


물론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할 때만 해도 정부의 바람은 이게 아니었을 것이다. 좋은 의도로 시작했던 일임은 분명하다.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운 서민에 힘이 되고 추가적인 경제성장 까지 한 번에 잡는 방아쇠라고 믿었던 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정부의 돈 씀씀이에 따라 붙는 효율성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선별지급으로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키는 건 잘 못 된 처사라는 생각마저 든다.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을 탓할 순 없지만 벌써 세 번째 거듭된 어설픈 정책에 ‘면죄부’를 주기는 어렵다.


착한 의도라는 정책일수록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법’ 인데 매번 콩을 심으면서 한 번은 팥이 나겠지 기대하는 어리석음은 극치다. 더 나은 다른 결과를 원한다면 현장의 목소리를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게으른 선의는 악의보다 나쁘고, 사회에는 더 큰 해악을 끼친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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