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한 판 가격 12일 기준 6292원
산란계 약 640만 마리 살처분 영향
관련 제품도 ‘들썩’…식품업계 예의 주시
국내에서 생산되는 주요 식재료 가격이 연초부터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면서 설 명절을 앞두고 식탁 물가 연쇄 인상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가격 조정에 나선 선두업체가 하나 둘 눈에 띄면서 지난해 대비 가계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특히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유통·식품업계는 4년 전에 벌어진 계란 파동이 또 한 번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14일 계란 한 판(특란 30개) 소비자 가격은 6292원이다. 지난달 15일 5583원에서 12.6% 상승한 수치다. 지난달 15일만 해도 3432원이었던 계란 한 판 가격은 지난 13일 4492원까지 상승했다. 한 달 만에 30% 이상 올랐다.
AI로 살처분 된 산란계는 약 640만 마리로 추정된다. 통계청은 지난해 3분기 산란계 사육수가 7385만두라고 발표했다. 양계업계는 AI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으면, 전체 산란계 중 살처분 비중이 10%를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장 대형마트와 베이커리 업계 등은 심각성을 인지하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제2의 계란파동이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이유에서다.
이미 일부 마트에서는 일선 소매점에서는 계란 한 판(특란 30개) 가격이 7000원 원대를 넘어섰다. 이는 2018년 3월 통계 작성 이래 최초다.
이 같은 계란 가격의 상승세는 계란이 들어간 편의점 샌드위치, 김밥, 도시락 등의 일부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고, 재료비 인상을 감당하지 못하는 외식업체들도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계란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제품이 많다보니 원가 상승에 따른 먹거리 연쇄 가격 인상도 우려된다. 계란은 빵부터 과자 등 생활에 밀접한 제품들과 연관이 깊다. 설 음식에 해당하는 부침개, 떡국 등도 계란이 필수 재료로 꼽힌다.
식품업계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올 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가격 인상을 자제했지만 계란 등 식재료 가격 상승으로 더 이상 가격 인상을 미루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고 있어서다.
베이커리 업계도 걱정되긴 마찬가지다. 지난 4년 전 계란파동 당시 파리바게뜨는 계란 수급 문제로 카스텔라, 머핀, 롤케이크 등 계란 사용량이 많은 일부 품목 생산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계란이 많이 쓰이는 과자 생산 역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가공제과류를 주로 생산하는 제과업체는 제품 특성상 3~4주까지 여유가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생산 중단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업계는 아직까지는 큰 타격을 받지 않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SPC그룹과 CJ푸드빌은 현재 파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당장의 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매와 달리 계란을 대량구매를 하고 있어 수급에는 문제가 없으나, 가격 때문에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당장 한 두 달이면 문제될 게 없지만, 이것이 지속됐을 경우 조정할 가능성도 크다. 현재는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자 가격이라는 것이 계란 값 하나만 가지고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포장재·부자재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복합적으로 결정된다”며 “계란 가격 폭등으로 인해 지금 당장 제품 가격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서민 가계 부담은 이미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허리띠를 졸라 맨 상황에서 ‘밥상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계란뿐 아니라 최근 국민 식생활에 필수적인 농·축·수산물은 물론 가공식품도 잇따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 성남에 거주 중인 주부 강모(50대)씨는 “남들은 가격 조금 오른 것 가지고 호들갑 떤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워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시기엔 모든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특히 매일 소비하는 먹거리의 경우에는 더욱 예민하다. 물가가 지속 오르니 다른 소비를 더 줄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