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파 vs 이낙연파, 호남 분화되나
민형배 "이재명, 시대에 부합"
이병훈 "이낙연, 대선후보로 더 적절"
전북 진안 출신 정세균도 다크호스
차기 대선이 1년 2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호남 민심'이 '이재명파'와 '이낙연파'로 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호남은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기도 하지만 전남 영광 출신으로 전남지사를 지낸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안방이기도 하다.
이병훈 민주당 의원(광주 동구남구을)은 17일 "이 대표가 (이재명 경기지사보다) 대선 후보로 더 적절한 인물"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 대표 체제에서 권력기관 개혁 등 1987년 민주화 이래 가장 많은 개혁 법안을 처리했다"며 "막스 베버가 말한 열정, 책임감, 균형감에 도덕성을 덧붙여 판단하면 이 대표가 정권 재창출에 적절한 후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가 새해 첫날 제안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에 대해선 "대통령께서 국민의 눈높이를 보고 최종적으로 결정하실 것"이라며 "민주당의 정치적 자산이자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호남의 재목인 이 대표가 일방적으로 돌팔매질을 받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면 민형배 민주당 의원(광주 광산구을)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공개 지지했다. 민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사회정책비서관·자치발전비서관을 지낸 대표적인인 호남·친문 인사다.
민 의원은 지난 12일 광주 지역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사면론'을 비판하며 "대선주자로서의 가능성이나 기대에 대한 제 나름의 미련을 조금 버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대에 부합하는 사람, 시대적 과제를 잘 풀어나갈 사람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도록 해야 한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이 지사가 앞서 말한 기준들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강조했다.
민 의원은 지난 14일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대표가 (같은) 고향 출신인데 왜 그러느냐(지지하지 않느냐)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출신 지역이 호오나 찬반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근 호남 민심은 이 지사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 이 대표의 지지율은 10%에 그쳤다. 이 지사는 23%, 윤석열 검찰총장은 13%를 기록했다.
특히 호남(광주·전라)에서 이 대표의 지지율은 21%까지 떨어졌다. 이 지사는 28%를 기록했다. 지난달 조사(이재명 27%·이낙연 26%)보다 두 사람의 격차는 더 벌어진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한편, 이 대표는 18일 광주를 찾아 5.18 민주 묘역을 참배하고 천주교 광주대교구장을 예방한다. 이 지사는 이 지사는 오는 29일 인공지능 관련 행사 참석을 위해 광주를 찾는다. 정치권에선 "설 연휴를 앞두고 호남 민심잡기 경쟁이 벌써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북 진안 출신의 정세균 국무총리가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설 경우 '이재명파·이낙연파·정세균파' 세 갈래로 분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