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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절체절명 와중에…르노삼성 노조, 파업 가결할까


입력 2021.01.31 06:00 수정 2021.01.29 11:31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현 집행부 지지층 감안하면 과반 찬성으로 가결 가능성

대주주 마힌드라 손 떼며 위기에 놓인 쌍용차 상황 변수

르노그룹 CEO "르노삼성 경쟁력 문제" 수익성 강화 요구

르노삼성 부산공장 전경.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가 새 주인 찾기 난항으로 임금 지급을 미루는 등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가운데,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은 내주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한다.


회사가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동종 업체인 쌍용차의 상황이 조합원들의 표심(票心)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는 내달 1일부터 이틀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한다.


르노삼성 노사는 완성차 5사 중 유일하게 2020년 임금·단체협약을 타결하지 못한 상태로, 올해 들어 4차례 본교섭을 진행했으나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당초 노조는 지난 8~9일, 11~12일 파업 찬반투표를 계획했다가 본교섭 일정이 잡히면서 연기했지만, 사측이 희망퇴직을 발표하면서 결국 찬반투표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쟁의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 쟁의권을 확보했기 때문에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되면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노조는 사측이 교섭 과정에서 노조 요구안에 상응하는 제시안을 내놓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산매각, 희망퇴직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해 일감이 줄어 가동률이 떨어지며 700억원대 적자를 냈다며 유동성 확보와 고정비 절감을 위해 일산 테크노스테이션(TS) 부지 매각과 희망퇴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르노삼성을 바라보는 대주주 르노그룹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프랑스 현지 시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익성을 중심으로 경영 전략을 전환하는 그룹의 새로운 경영전략 ‘르놀루션(Renaulution)’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르노삼성을 라틴아메리카 및 인도 공장과 함께 ‘수익성을 더욱 강화해야 할 사업장’으로 지목했다.


전체 생산능력의 절반 이상을 르노그룹으로부터 배정되는 수출 물량에 의존해야 하는 르노삼성으로서는 다른 사업장 대비 경쟁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르놀루션 발표 당시 박종규 르노삼성 노조위원장은 데 메오 CEO에게 SM6와 QM6 후속물량 등 신차 배정을 요청했지만 데 메오 CEO는 “3~4개 정도의 교체 모델이 흥미로울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고 한국에서 생산할지는 모르겠다”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는 “경쟁력이 중요하지만, 르노삼성의 경쟁력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직접적으로 배경을 언급하기도 했다.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CEO. ⓒ르노삼성자동차

앞서 지난해 1월 르노삼성을 방문한 당시 르노그룹 2인자 호세 비센테 데 로스 모소스 제조·공급 담당 부회장은 “르노삼성은 품질·비용·시간·생산성(QCTP) 측면에서 경쟁력을 많이 상실했다”면서 “르노 본사에선 한국 공장은 또 파업이냐는 말이 나온다. 르노삼성이 유럽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선 노사 갈등부터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르노그룹 내부에서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파업 공장’으로 낙인이 찍힌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시키고 파업에 돌입한다면 르노그룹 내 르노삼성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노조 집행부가 파업 찬반투표 카드를 꺼낸 만큼 이제 시선은 조합원들의 선택에 쏠린다.


르노삼성 노조 내부적으로는 현 집행부의 강성 노선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집행부가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을 위해 진행한 체제 전환 찬반투표가 부결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당시 체제 전환 찬반투표는 가결 요건이 투표자의 3분의 2 이상이었기 때문에 부결된 것으로, 찬성표는 투표자의 60.7%에 달했다.


두 달 뒤 열린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현 박종규 위원장은 56.8%를 득표해 실리 성향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집행부 지지층이 금속노조 가입을 추진할 만큼은 안 되지만 과반수는 된다는 의미다. 파업 찬반투표 가결 요건도 투표자의 과반수다.


변수가 있다면 현재 쌍용차의 상황이다. 쌍용차는 대주주 마힌드라와 원매자인 HAAH오토모티브간 매각 협상이 결렬되면서 P플랜(프리패키지드 플랜·Pre-packaged Plan) 돌입을 결정한 상태다.


사전계획안 마련과 채권자 2분의 1 이상 동의 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다면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통해 내달 28일까지 보류해 놓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돌입이 불가피하다.


P플랜이 됐건 법정관리가 됐건 쌍용차의 구조조정은 필수적이다. 그 과정에서 상당수의 인력이 회사를 떠날 수도 있다. 이미 쌍용차 임직원들은 이달부터 2개월간 임금을 절반만 받으며 일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르노삼성 조합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면 집행부 지지층에서 이탈표가 나올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쌍용차의 위기는 대주주 마힌드라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긴축경영에 들어가면서 쌍용차에 대한 지원을 끊은 것에서 비롯됐다”면서 “이번에 르노그룹이 3년간 30억 유로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강력한 긴축 전략을 내놓은 것도 르노삼성에게 심상치 않은 신호임을 근로자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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