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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어음업 한 발짝 다가선 미래에셋…투심·시장 모두 잡는다


입력 2021.02.09 06:00 수정 2021.02.08 18:54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지난해 5월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조사 이후 9개월 만에 금감원 외평위 심사 통과

발행어음 잔고 지난해 3Q 17.5조, 1년 새 11.1조 56%↑…"향후 수익성도 밝아"

금감원 외평위가 미래에셋대우에 대한 발행어음 인가 신청을 통과시켰다. 사진은 서울 을지로 소재 미래에셋대우 본사 전경.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대우가 발행어음업 인가에 한 발짝 다가서면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발행어음을 찾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공급이 정체됐던 만큼 미래에셋의 합류가 시장규모를 확대시킬 수 있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아울러 최근 발행어음 수익률이 개선돼 투자자들이 더 몰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향후 시장이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금융감독원 외부평가위원회는 미래에셋대우의 발행어음업 인가 신청 안건을 통과시켰다. 금감원장 자문기구인 외평위 심사를 통과한 미래에셋대우는 현장실사,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심의만 통과하면 발행어음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미래에셋에 대한 발행어음업 인가 심사는 지난 2017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돌입하면서 3년 넘게 중단됐다. 공정위가 미래에셋대우 등 그룹 계열사 11곳이 미래에셋컨설팅에 일감을 몰아중 것으로 보고 조사흘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위가 지난해 5월 미래에셋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검찰에 고발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발행어음업 심사가 재개됐다.


발행어음은 증권사의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만기 1년 이내로 발행되는 단기어음이다. 자기자본이 4조원 이상인 초대형 투자은행(IB)로 지정된 증권사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단기금융업무 인가를 받아야 취급이 가능하다. 현재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 등 세 증권사만 발행어음업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미래에셋대우의 발행어음업 인가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발행어음에 대한 투자수요가 급증해 물량이 일찌감치 완판되는 사례가 줄을 이어 부족했던 공급을 틔워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5조3468억원의 자기자본을 기록했던 한투증권은 연간 10조원으로 잡았던 발행어음 한도가 8개월 만에 9조478억원어치가 판매되자 발행어음 판매를 일시 중단한 바 있다.


KB증권도 지난해 설정했던 3조원의 발행어음 판매 목표치를 9개월 만에(3조5600억원) 초과하면서 판매를 일시적으로 제한했다. 이 같은 호조에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3개 증권사의 전체 발행어음 잔고는 17조4496억원으로 2019년 3분기의 11조1430억원 대비 56.6% 급증했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발행어음형 (CMA)는 지난해 9월 말 8조8459억원 규모로 판매됐다. 2018년 9월 말 잔고가 1조5004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2년 만에 489.5%(7조3455억원) 폭증한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모험자본 공급이란 취지 아래 발행어음 사업을 활성화시켜 시장에 마중물이 되는 자금을 지속해서 투입한다면 중소기업과 자본시장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상생경제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IB 시장에 발맞추기 위해 더 많은 플레이어가 투입돼 시장을 활성화 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증권사들이 이 같은 투자자들의 수요에 발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발행어음업 인가를 받기 위해 설정된 까다로운 조건이 증권사들의 사업진출을 방해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발행어음업 인가 신청을 위한 조건인 자기자본 4조원을 갖춘 증권사는 한투·NH·KB를 제외하면 미래에셋(8조9589억원), 삼성증권(5조844억원), 메리츠증권(4조4284억원), 신한금융투자(4조3827억원), 하나금융투자(4조2854억원) 등 5개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지난해 8월 메리츠증권과 하나금투는 해외 대체투자 과정에서 부당 이익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금감원으로부터 기관주의 조치를 받았다. 금융사가 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게 되면 향후 2년 간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메리츠증권과 하나금투 모두 발행어음업 진출을 위한 요건을 갖췄음에도 신규인가 신청을 할 수 없게 됐다. 마찬가지로 4조원의 자기자본을 넘긴 신한금융투자는 '라임 사태'로 업무 일부정지의 징계를 받아 발행어음 신청을 미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자본이 9조원에 육박하는 미래에셋이 발행어음 시장에 뛰어들어 발행어음을 판매할 경우 투자자들의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 전망도 나쁘지 않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개인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NH QV 발행어음(원화)'의 수익률을 0.15%포인트씩 상향하는 등 실제로 시장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대우가 발행어음 사업에 진출하게 되면 자금조달을 자유롭게 받을 수 있게 돼 레버리지를 확대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발행어음 시장에 플레이어가 많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후발주자로서 금리를 낮추는 등 경쟁력을 향상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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