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몸값 최대 100조원 LG에너지솔루션 IPO딜 따내
올해만 6개 이상 조단위 빅딜 풍년...기존 3강 체제 위협
KB증권 등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는 가운데 IPO 상장주관 3강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올해 KB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과 카카오뱅크 등 주요 빅딜을 잇따라 수임하면서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의 ‘빅3’ 체제를 흔들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그동안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온 삼성증권도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17개 기업(이전상장 포함·스팩 제외)의 상장을 주선했다. 국내 주요 증권사 21곳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어 한국투자증권(15개사), NH투자증권(9개사), 삼성증권·하나금융투자(6개사), 대신증권(5개사), KB증권(4개사), 신영증권·키움증권(3개사) 순으로 나타났다.
공모총액 기준으로는 NH투자증권이 2019년에 이어 작년에도 전체 상장주선 실적 1위에 올랐다. SK바이오팜·빅히트 등 ‘대어급’을 포함한 주선 기업 9곳을 통해 공모액 2조1182억원을 기록한 덕분이다. 다음으로 한국투자증권(1조6874억원)이 2위를 기록했고 상장 주선 기업 수 1위였던 미래에셋대우의 공모액은 7726억원에 그쳤다.
이어 삼성증권(5498억원), 하나금융투자(1764억원), 신한금융투자(1672억원), 대신증권(1530억원), 유진투자증권(1210억원), KB증권(1080억원), 현대차증권(1022억원) 순이다. 유진투자증권의 경우 신한금융투자와 JNTC(1210억원) 상장을 공동 주관했고 현대차증권은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명신산업(1022억원) 딜을 이끈 것이 반영됐다. KB증권은 지난해 KT 계열사 플레이디 등 4곳의 상장 업무를 맡았지만 1080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KB증권은 지난 2019년 기업금융(IB)부문을 담당하는 김성현 대표이사 선임 이후 IPO 등 주식자본시장(ECM) 역량 강화에 공을 들여왔다. 이후 주요 대기업의 상장 주관사를 잇따라 꿰차면서 성과를 입증하기 시작했다. 지난 연말 임원 인사에선 심재송 ECM본부장을 전무로 승진시켜 다시 한번 조직에 힘을 실어줬다. 당시 인사에서 전무 승진 인사는 심재송 본부장이 유일했다.
KB증권은 지난달 몸값만 50~100조원에 달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대표주관사 자리를 따냈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공모액만 10조원 이상이다. 지난해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IPO 시장은 물론 역대 국내 상장 사례 중 최대어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 밖에도 KB증권은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지, 한화종합화학, 원스토어, SK매직 등 대기업 계열사들의 대표주관사를 맡고 있다. 모두 조 단위의 기업가치가 전망되는 기업으로,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지의 기업가치는 각각 10~40조원, 7~10조원 수준이다. KB증권은 최근 롯데렌탈의 공동 주관사에도 이름을 올리면서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이 대다수 빅딜을 따내 창사 이래 처음으로 IPO시장 내 주관실적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그동안 빅딜의 경우 대형 증권사들에게 주관 쏠림이 나타났지만, KB증권이 작년 원스토어 등 대표주관사 선정을 계기로 대어급 빅딜 경험을 쌓기 시작하면서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증권의 경우 다른 초대형 IB 증권사보다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펼쳐 초대형 IB 중 IB 관련 수익 비중이 비교적 낮은 상황이다. 다만 삼성증권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관련 투자를 늘리면서 점진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연초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피비파마) IPO를 흥행으로 이끈 가운데 올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카카오페이의 단독 주관사로 선정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업계에선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가 10조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사측은 IPO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바이오 섹터 전문성 확보에도 나선 상태다. 약학박사 수의사 등 전문인력을 주축으로 한 바이오 전담팀을 구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유근탁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은 지난 5일에 상장한 피비파마 주관사로 관련 IB수수료 수입이 1분기에 인식될 예정”이라며 “삼성증권은 작년 한 해 동안 인수금융 주선 규모가 약 2조5000억원으로 연간 약 207%가 늘면서 중개 수수료업(Fee-Biz) IB 부문에서도 시장 경쟁력을 갖춰 올해도 경쟁력을 발휘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