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SF9로 데뷔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마요' 원진아와 멜로 연기
로운의 성장세는 수직이 아닌 상향 곡선이었다. 다시 말해 운이 좋아 지금의 대세가 된 것이 아닌, 조연부터 단계를 밟아오며 깨지고 부딪쳐 이뤄낸 성과다. 빛을 보지 못하는 순간도 있었다. 2017년 KBS2 '학교 2017', tvN '멈추고 싶은 순간: 어바웃 타임'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SBS '여우각시별'에서 워너비 남사친 고은섭으로 두각을 드러낸 로운은 2019년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 타이틀롤을 맡아 갈고 닦은 기량을 펼칠 기회를 맞았다. 액자식 구성으로 만화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큰 키와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비주얼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 기회의 순간들이 펼쳐졌다.
첫 주연작에서 안정된 연기력과 화제성을 확보한 그 해 MBC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로운은 다음 차기작을 정하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쏟아지는 기대만큼 어깨도 무거워졌다. 신중한 고민 끝에 결정한 작품이 현재 방영 중인 JTBC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다. 이드라마는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짝사랑하는 선배와 가짜 연애를 하며 서로 사랑하게 되는 청춘 멜로다.
로운은 채현승으로 분해 유송아(원진아 분)의 곁에서 그의 이별을 위로하고 자신을 봐줄 때까지 기다리는 믿음직스러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시청률은 1~2%에 머물어 아쉽지만 교복을 벗고 소년이 아닌 남자로 멜로 연기를 펼치는 그의 일취월장을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채현승이 가지고 있는 올곧은 신념, 배려 깊은 인성을 가진 채현승이란 캐릭터는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기 충분했다. 짝사랑에 마침표를 찍고 진짜 연인으로 발전해 본격적인 로맨스를 펼치고 있어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를 재미있게 보고 있는 시청자라면 본격적인 설렘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로운은 배우와 SF9으로서 보여주는 얼굴이 다르다. 로운의 드라마를 보고 팬이 된 사람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친근한 로운의 성격이 더욱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물론 무대 위에서는 9명 중 센터가 돼 멋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지만 무대 아래서는 주변 사람들을 웃기고 싶어하는 모습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로운이 팬사인회 당시 팬보다 말이 더 많고 시키지도 않은 개인기를 하는 흔치 않은 가수라는 재미있는 일화도 공개됐다.
가수와 배우를 오가던 로운에게 개인적인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2019년 로운은 SF9 단독 콘서트 당시 "솔직히 조금 지쳤었다. 제가 생각하는 성공에 빨리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노력했는데 기대만큼 충족하지 못했을 때 오는 상실감이 컸다. 이래저래 제가 다니면서 많이 알렸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들었다"면서 진심을 털어놨다. 다른 멤버들에 비해 인지도가 높아 기회가 많았던 만큼, 팀을 알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쉬웠을 자리가 로운에게는 당연하지 않았다. 이같은 점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 로운의 가장 큰 무기다. 또 하나의 강점은 보이지 않는 노력이다. 한 영상에서 SF9 월드투어를 위해 독일에 머물던 로운이 두툼한 대본을 가지고 혼자 카페로 향하는 모습이 비쳐졌다. 카페에서 대본을 읽으며 생각에 잠기다 메모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간을 쪼개며 대본을 보고 분석했던 수많은 순간들이 쌓였기에 지금의 주연 자리가 버거워보이지 않는 것이 아닐까. 큰 키와 만화같은 비주얼에 갇혀있기에는 가진 것이 많은 배우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