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미국 트러스트', 한국 국세청에 보고했는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2.27 07:30  수정 2026.02.27 07:30

ⓒ데일리안 DB

최근 자산가들 사이에서 미국의 리빙 트러스트(Living Trust) 등 해외 신탁을 활용한 자산 관리와 상속 설계가 보편화되고 있다. 하지만 '신탁'이라는 제도의 특성상 명의가 수탁자에게 이전되다 보니, 그동안 세무 보고의 영역에서 다소 비켜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그 관리의 체계가 본격적으로 잡히기 시작했다. 2023년 말 개정된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올해(2026년)부터 해외 신탁에 대한 신고 의무가 새롭게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제도의 시행 초기 단계이나, 자진 신고를 필두로 과세당국의 관리망이 점진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자산가들의 선제적인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과세당국은 해외 부동산이나 금융계좌에 비해 상대적으로 파악이 어려웠던 해외 신탁에 대해서도 단계별로 검증의 고삐를 죄겠다는 방침이다. 신고 대상은 거주자와 내국법인을 모두 포함한다. 거주자의 경우 2025년 중 단 하루라도 해외 신탁을 유지했다면 오는 6월 30일까지 해외 신탁명세를 국세청에 제출해야 하며, 내국법인은 사업연도 종료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제출 의무가 발생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실질적 지배·통제' 여부다. 미국의 위탁자 설정 신탁(Grantor Trust)처럼 위탁자가 신탁을 해지하거나 수익자를 변경할 권리를 보유한 경우라면 사업연도마다 명세를 제출해야 하므로 본인의 권리관계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이번 개정안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신고 대상이 되는 '해외 신탁'의 정의다. 법령에서는 '외국의 법령에 따른 신탁 중 한국의 신탁법에 따른 신탁과 유사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향후 납세자와 과세당국 사이에서 치열한 해석의 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트러스트 구조는 주(State)마다 법령이 다르고 형태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과연 내가 설정한 구조가 한국 신탁법 제2조에서 말하는 '신임관계에 의한 재산의 관리·처분'이라는 본질적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한 법리적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미 과세당국은 국내 신탁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실무적으로 '수익권의 귀속'과 '위탁자의 실질적 통제권'을 기준으로 신탁의 실체를 판단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해외 신탁의 계약서 문구 하나하나가 신고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가 될 것이다.


비록 제도 시행 초기라 하더라도,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뒤따르는 행정적·경제적 부담은 절대 가볍지 않다. 제출의무자가 기한 내에 해외 신탁명세를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제출할 경우, 해당 해외 신탁 재산가액의 10% 이하에 상당하는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자산 규모가 큰 고액 자산가에게는 자칫 상당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국세청은 신고가 미비한 경우 소명 요구일 전 10년 이내의 신탁 설정 및 재산 이전 내역에 대해 취득 자금 출처 소명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 만약 통지받은 후 90일 이내에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못한다면, 향후 세무 검증 과정에서 더욱 엄정한 대응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아직 제도가 초기이니 완벽하지 않을 것"이라거나 "방법이 다 있다"라는 주변의 조언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한국 국세청은 이미 한·미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FATCA)을 통해 미국 내 금융기관으로부터 한국 거주자의 계좌번호, 잔액, 이자 및 배당 소득 등 정교한 금융 데이터를 매년 정기적으로 받고 있다. 실제로 과거 비밀주의를 내세우던 조세회피처의 신탁회사를 통해 해외 자산을 은닉했다가, 국세청의 외국환 거래자료 분석과 정보 수집망에 포착되어 수백억 원대의 세금을 추징당한 구체적인 사례들이 존재한다. 국세청의 검증은 단순히 '지금 당장 아느냐'가 아니라, 전산망에 누적된 지난 10년 치 외환 거래와 자산 흐름 데이터가 '언제 정밀 분석 대상이 되느냐'의 문제다.


결국 해외 신탁 신고는 단순히 법적 의무를 이행하는 수동적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자산의 출처와 운용을 선제적으로 투명하게 소명함으로써, 가족의 소중한 재산을 불필요한 세무 리스크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적극적인 자산 방어 전략이다. 제도 도입 초기일수록 한·미 양국의 세법 체계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데이터 흐름을 정확히 읽어낼 수 있는 전문적인 조력을 통해, 보다 정교하고 체계적인 자산 방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글/ 이승현 미국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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