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다음주 매각 합의식…예상가 4500억 이상
코로나19 등 불확실성 해소 기대…유동성 확보 청신호
통합 후 중복인력 부담 덜 듯…고용안전 약속 이행 도움
대한항공이 서울시와 송현동 부지 매각에 잠정 합의하면서 향후 경영정상화와 아시아나항공 통합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경영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핵심 자산인 송현동 부지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와 대한항공은 이르면 다음주 송현동 부지 매각 최종 합의식을 열고 조정서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1일 또는 12일 합의식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한항공으로부터 송현동 부지를 매수해 서울시와 교환하는 ‘3자 교환’ 방식의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중재안이 받아들여지면서 잠정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송현동 부지의 경우 매각 계약 시점이 특정되지 않아 대금 입금 시점이 확실치 않다는 점은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다. 현재 예상 매각가는 4500억~55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경영난 해소를 위한 자금마련 차원에서 송현동 부지 매각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서울시의 공원화 계획 발표로 한 동안 민간 거래가 이뤄지지 못해 난항을 겪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대한항공과 서울시는 권익위의 중재로 송현동 부지 매각 합의안 체결 직전까지 갔지만 막판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서울시의 요청에 의해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서울시는 조정문이 갖는 구속력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합의문 수정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자구계획 핵심 중 하나인 송현동 부지 매각이 해소됨에 따라 경영정상화는 물론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따른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 극복과 통합 이후 중복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 확대 측면에서도 유동성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재무건전성이 해결되면 통합 이후의 시너지 효과 역시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그 동안 송현동 부지를 제외한 자산 매각과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위한 유상증자를 착실히 진행해 왔다”며 “이번 잠정합의를 통해 그 동안 숙제로 남았던 송현동 부지 매각 역시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경영정상화와 향후 통합 시너지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한항공은 기내식 사업부 매각과 유상증자 등 자구 계획을 점진적으로 이행해 왔다. 대한항공은 지난 1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발행주식 총수를 기존 2억5000만주에서 7억주로 늘리는 정관 일부개정 안건을 상정해 이를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3조3000억원 수준의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가능하게 됐다. 이 중 1조5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분 취득을 위해, 나머지 1조8000억원은 차입금 상환, 아시아나항공 통합전략(PMI)에 사용할 예정이다.
자산 매각 역시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8월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을 9906억원에 매각하며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후 공항버스 사업인 칼리무진 사업부를 105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왕산레저개발 매각 계약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많은 불확실성을 안고 있던 대한항공 입장에선 가뭄의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자금압박이 상당했는데 부지매각을 통해 현금흐름에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조원태 회장이 직접 나서 사업 확장 계획등을 밝히며 통합 이후의 고용안전을 약속했지만 느끼는 부담은 컸을 것”이라며 “이러한 약속을 이행함에 있어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