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프리메라리가 레반테전 교체에 강한 불만
그라시아 감독 용병술에 현지언론들도 의문 제기
이강인(20·발렌시아) 분노에 현지언론들도 공감했다.
발렌시아는 지난 13일(한국시각)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펼쳐진 ‘2020-21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7라운드 레반테전에서 0-1로 졌다. 라이벌팀과의 ‘발렌시아 더비’에서 패한 발렌시아는 무득점 패배의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강인은 최전방 공격수를 지원하면서도 수비에 적극 가담했다. 파울을 유도해 프리킥 찬스도 잡았다. 답답한 경기력으로 일관하는 발렌시아 선수들 중 유일하게 활기를 띠었다. 패스 성공률도 89%에 달할 정도로 경기력은 우수했다.
탁월한 기술을 앞세운 볼 키핑과 탈압박 능력, 중원에서 상대의 집중 견제를 무너뜨리는 지능적인 움직임 등 단연 눈에 띄었다. 몸이 무거웠던 발렌시아 선수들의 패스가 부정확해 이강인은 좀처럼 찬스를 잡지 못했고, 찬스를 열어주기에 바빴다.
그러나 하비 그라시아 감독은 이강인을 가장 먼저 불러들였다. 흐름상 발렌시아가 밀리고 있었지만 이강인이 잘 뛰고 있던 터라 이해하기 어려운 교체였다. 0-1 뒤진 후반 18분 가장 먼저 교체된 이강인은 그라시아 감독 내민 손을 무시하고 벤치에 앉아 10분가량 좌절에 휩싸인 듯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감쌌다. 중계 카메라에 포착된 이강인 눈가에는 눈물까지 맺혔다.
발렌시아는 이후에도 무기력한 경기력 끝에 만회골을 넣지 못하고 패했다. 그라시아 감독의 용병술은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경기 후 현지언론들도 그라시아 감독의 용병술에 의문을 제기하며 좌절한 이강인을 주목했다.
14일 스페인 수페르 데포르테는 “선수들 스스로 패배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지만, 감독의 전술적인 결정들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르카 역시 "이강인은 그라시아 감독 판단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교체 후) 절망에 빠진 듯 어두웠다"고 전했다.
리그 12위에 머물러 있는 발렌시아는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단 한 차례도 연승이 없다. 어려운 상황에서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결과까지 좋지 않자 그라시아 감독을 향한 선수들과 현지언론들의 불신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그 과정 속에서 이강인은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발렌시아 유스팀 출신으로 리그에서 정상급 유망주로 분류됐던 이강인은 아이러니하게도 발렌시아와 맞지 않았다. 프리시즌 고메즈와 조합을 이뤄 공격 주축이 되는 듯했던 이강인은 시즌 초반 어시스트 부문 1위에 오를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지만, 팀 내 ‘파벌’ 문제가 불거진 시점부터 이강인은 다시 비주전이 됐다. 이후 이강인은 제약이 있는 출전 시간에 불만을 토로하며 이적을 준비했다.
현지언론들은 팀 성적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강인을 중용하지 않는 그라시아 감독 용병술에 물음표를 던졌다. 감독과의 불화설까지 불거질 정도로 상황은 좋지 않았다. 그라시아 감독은 “불화설은 없다. 이강인이 팀에 남았으면 좋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2022년 6월까지 계약되어 있는 이강인은 올해도 이적시장을 앞두고 ‘발렌시아 탈출’을 노렸다. 높게 책정된 이적료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각 구단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실패했다.
지난 시즌과 비슷한 패턴이다. 이런 반복되는 상황에서는 이강인이 발렌시아에 남을 이유도 가능성도 없다. 의아한 용병술을 이강인이 묵묵히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