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다음 심판 때까지 잘못된 심판이 만든 상황에 묶여 살아야
“잘못을 통렬히 반성한다” “도와달라” 이건 일종의 심판 매수
사람은 일생 크게 세 가지 심판의 지배를 받는다고 한다. 생겨난 순서대로 보면 신(하늘)의 심판, 법(法)의 심판, 유권자(有權者)의 심판이다.
모든 심판이 두렵지만, 신의 심판, 하늘의 심판은 정말 두렵다. 종교에서는 유한한 생명체인 인간은 삶을 마칠 때, 하늘의 심판을 받는다고 가르친다.
온갖 거짓말과 위선적 행동으로 발뺌을 하다가 맞닥뜨리는 법의 심판, 이것 또한 겁나고 그 결과는 부끄러운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법의 심판은 허술한 구석이 많다. 그래서 나온 말이 ‘천망불루(天網不漏)’ 아닐까? ‘하늘의 큰 그물은 넓고 넓어서 성긴 듯 하지만 하나도 빠져나가게 하는 법이 없다’는 뜻.
특히 요즘같이 법을 위반하는 국회의원이나 공직자가 많고 이들이 마치 법 위에 사는 듯 오만방자하게 굴면서 심판을 연기 받는 세상에서는 이 ‘천망불루‘라는 말은 보통 사람에게 큰 위안이 된다.
세 번째 심판인 유권자의 심판은 더 익숙하다. 앞의 두 심판에서는 보통 사람들이 심판을 받는 입장이라고 한다면 유권자의 심판에서는 보통 사람이 심판을 하는 입장이 된듯해, 좀은 위로도 되고 으쓱해진다.
그러나 법의 심판이 완전하지 않듯이 유권자도 틀린 심판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유권자는 다음 심판 때 까지는 그 잘못된 심판이 만든 상황에 묶여 살아야 한다.
바야흐로 서울과 부산의 유권자들은 4월 7일 심판의 시간을 갖는다.
얼마 전 민주당은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잘못을 통렬히 반성한다” 면서 “도와달라”고 했다. 이건 일종의 심판 매수 아닌가? 보통 경기에서 심판 매수 행위는 중대한 잘못으로 간주돼, 몰수패가 선언된다.
또 민주당은 반성한다면서도 뭔 잘못에 대해 반성하는지는 구체적으로는 말을 않는다. 일일이 말하기에는 너무 많아서인가? 이런 반성도 반성인지 의아하다.
우리가 자녀를 키울 때도 당사자가 뭔 잘못을 했는지 본인더러 말하게 한다. 그러고 나서 용서하고 “앞으로 그렇게 하지 말라”고 타이르고, 따뜻하게 품어준다. 보통 사람들의 이런 자녀 훈육법이 틀리지 않았다면, 민주당의 반성은 진심이 실리지 않았다는 의심이 간다.
얼마 전 경남 진해의 한 매운탕 집에서 다른 손님이 식사하다 남긴 생선 곤이를 끓여서 손님에게 제공하다가 말썽이 생겼다. 관할 구청이 15일 영업정지 조치를 했고, 주인은 아예 식당을 폐업한다.
식당 주인으로서는 자신의 잘못된 일에 대해 최대의 책임을 진 것이다.
청와대나 민주당이 진해 매운탕 집 주인 정도의 상(商)도의만 있어도 이번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서울과 부산시장이 어디서 고상한(?) 연애를 하다가 들킨 것도 아니고, 어린 부하 여직원을 ‘시장의 이름으로’ 오랫동안 성추행하다가 자살하거나 그만뒀는데, 그 자리를 기어코 잇겠다고 하니, 서울과 부산 유권자들은 도대체 어떤 심판을 내려야 하는가?
그러고도 ‘반성했으니까 표를 달라’는 심판 매수 행위를 그냥 눈감아 주어야 하는가?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는 아직도 박원순 전 시장이 ‘가장 청렴한 공직자’라며 재평가하자고 한다.
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작년 1월 말 고려대학교 임미리 교수가 경향신문에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을 썼다.
집권 민주당 정부에 실망하고 또 추미애 장관의 정신 나간 짓에 절망한 임 교수는 ‘촛불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고, ‘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분노로 집권했으면서도’ 대통령은 국민이 아니라, 문제 투성이 조국 장관에게 ‘마음의 빚’ 운운하고 있으니 정신 좀 차리게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일갈했다. 멋진 칼럼이었다.
이 칼럼을 보고 민주당은 분노로 끓었다. 당장 임 교수를 고발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지적이나 심판에는 조금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하늘의 심판, 법의 심판도 무서워하지 않는 그런 민주당이 요즘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당황한 기색이 완연하다. 상도의로 치면 진해 매운탕 집 주인 수준에도 미달하는 민주당이지만 마지막 심판인 ‘유권자의 심판’은 무서워하는구나 싶어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역시 모든 선거는 심판이다.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