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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선] 날 세운 吳 "지독한 내곡동 모함, 수사 받아야" 朴 "협박하나"


입력 2021.03.31 06:00 수정 2021.03.31 05:35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박영선·오세훈 두번째 TV토론도 '기승전 내곡동'

박영선 "끝까지 거짓말" 오세훈 "입만 열면 모함"

반박에 재반박 난타전…후보 간 정책 토론은 실종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오른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30일 내곡동 땅 투기 의혹을 놓고 또다시 정면 충돌했다.


이날 중앙선관위원회가 주최한 TV 토론회에서 박영선 후보는 내곡동 땅 투기 의혹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박 후보 측을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후보자 비방) 혐의로 고발했던 오세훈 후보는 "지독한 모함"이라며 "선거가 끝나더라도 책임을 묻겠다. 정정당당하게 수사를 받으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수사 운운하는 것은 협박"이라고 반발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왼쪽부터)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이수봉 민생당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먼저 박 후보가 내곡동 부지 사진 판넬을 꺼내 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오 후보 처가 소유의 내곡동 땅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저,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사유지와 인접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보면 볼수록 이상하다. 결국 MB 패밀리와 MB 황태자의 땅들이 붙어 있는 곳이 그린벨트가 해제됐다"고 말했다.


반면 오 후보는 당시 그린벨트 해제가 서울시 국장 전결로 결정됐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거짓말 프레임을 씌우려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린벨트 해제는 제가 시장이 되기 전 노무현 정부 때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국토부에 제안해 시작된 것"이라며 "이미 방침이 섰기 때문에 시장인 제게 보고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곧바로 "반론하겠다"면서 오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보금자리주택 지구 지정제안서를 보면 오세훈 서울시장의 직인이 찍혀 있다. 그린벨트를 푸는 문제는 청와대까지 보고되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오 후보는 끝까지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있다. 오죽하면 거기 경작했던 사람들이 오세훈을 봤다고 증언하겠느냐"고 몰아붙였다.


박 후보는 내곡동 땅 관련 35억 5천만 원의 보상비 외에 택지 보상까지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 후보는 둘째 처남이 해당 택지를 몇 달 안에 같은 값에 팔아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이 땅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협의 택지이기 때문에 원래 분양한 가격대로 팔아야지 그 이상으로는 팔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관계자들은 거래 내역서를 원가에 파는 것처럼 하고 프리미엄을 붙여 이중 계약을 한다고들 한다"라며 새로운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이에 오 후보는 "큰 처남은 이익이 안 된다고 판단해 협의 매수를 포기했고, 작은 처남은 매수 신청을 했는데 당시 추첨을 통해 배정받은 곳이 외진 곳이라 계약금만 낸 상태에서 다른 분에게 넘겼다. 마치 별도의 땅을 받아서 처가 쪽에 추가 이익이 생기는 것처럼 말한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본질은 (내곡동 땅은) 상속받은 땅이고, 노무현 정부의 국토부가 제가 서울시장으로 취임하기 전에 이미 임대주택단지로 내정했다는 것. 그리고 시가의 85%만 보상받은 강제 수용된 땅이라는 것"이라며 "(박 후보의 모함은) 보통 지독한 모함이 아니다. 이 부분은 선거가 끝나더라도 책임을 물을 것이고, 수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수사를 운운하는 건 협박"이라고 발끈했고, 오 후보는 "정부가 수사기관을 장악하고 있는데 이게 어떻게 협박이냐"고 맞받았다. 박 후보는 "흥분하지 마시라. 거짓말 콤플렉스가 생긴 것 같다"고 비꼬자, 오 후보는 "(박 후보가) 거짓말 프레임 도사라는 생각이 든다"고 응수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오른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두 후보의 신경전은 오 후보의 한국국제협력단 (KOICA) 중장기방문단을 두고도 계속됐다. 일자리 분야 토론을 벌이던 박 후보는 오 후보의 코이카 봉사활동을 두고 "스스로 남의 일자리를 뺐었다"면서 "코이카 특혜"라고 규정했다. 오 후보는 "아프리카로 봉사하러 간 것도 일자리를 뺐었다고 하냐"고 말했고, 박 후보는 "봉사하는 것도 청년들에게는 일자리"라고 날을 세웠다.


토론회 전반에 걸쳐 박 후보의 공세가 이어지자, 오 후보는 "(박 후보가) 입만 열면 내곡동으로 가고, 제가 봉사하러 떠났던 프로그램까지 들먹이면서 모함한다. 제가 박 후보에 대해 단 한마디 흑색 선전에 가까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나"라며 "시중에는 도쿄 부동산 투자 이야기가 돌아다니고, 지난 청문회 때 서울대병원 황후 진료도 해명이 안 됐고 재벌 후원금도 유야무야됐다. 그래도 저나 우리 당에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실제로 이날 토론은 기승전 '내곡동'으로 흐르면서 심도 있는 정책 토론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주거안정 대책과 관련해 박 후보는 "집 없는 무주택자에게 평당 1천만원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고, 오 후보는 "민간 주도의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18만 5천호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서울시장 취임 후 최우선으로 추진할 정책으로 박 후보는 1인당 10만원의 재난위로금 지급을, 오 후보는 1인 가구 안심 특별대책을 각각 제시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상황과 관련해선 엇갈린 진단을 내놨다. 오 후보는 "정부의 무능으로 백신 확보가 늦어 한국의 접종률이 OECD 가운데 꼴찌"라며 "대한민국의 접종률은 1.6%에 불과해 전세계 101등"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박 후보는 "국민의힘의 가장 큰 문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들어왔을 땐 대통령부터 먼저 맞으라고 공격하더니, 이제 맞고 나니 순서를 새치기 했느냐고 한다"며 "한국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OECD 가운데 1등이었다. 1등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어디서 나왔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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