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과 민주당의 언론 불만은 모든 매체가 정권 옹호하라는 뜻
4개 방송, 거대 통신 장악 불구 만족 못 하는 저 탐욕과 후안무치
하루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생태탕 싸움으로 떨어져 버렸다.
이슈의 본질은 이미 저 멀리 실종되고 야권 단일 후보 오세훈이 생태탕을 먹었냐 안 먹었냐, 그가 그날 그 음식점에 왔을 때 흰색 면바지를 입었냐 안 입었냐, 굽 낮은 구두 페라가모를 신었냐 안 신었느냐로 바뀌었다. 뉴스를 한 자 한 자 꼼꼼히 읽으며 따라가지 않는 대다수 독자는 이게 도대체 무슨 싸움이고 무슨 중요한 쟁점이길래 선거 막판에 이다지도 혼란스럽게 야단인지 헷갈리고 있다.
보도의 시작은 KBS였다. 집권 민주당이 여론에서 크게 열세인 후보 박영선의 대역전극을 위해 화력을 집중할 이슈가 오세훈의 처가 내곡동 유산 땅 셀프 보상 의혹이란 것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KBS는 대통령 문재인과 민주당 편이라는 걸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이 있다면 그는 간첩이다.
KBS가 신호탄을 쏘자 민주당이 신나서 화답했고, 몇 개 안 되는 친여 진보좌파 매체들이 이를 받아 의혹 부풀리기에 공조(共調)했다. 친여 언론이 몇 개 안 남게 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 때문이지 야당에서 언론 탄압을 해서가 아니라는 것도 간첩 아니면 모를 사람이 없다.
내곡동 공세의 백미(白眉)는 교통방송의 김어준 쇼였다. 교통방송은 서울 시민의 세금으로 운전자들에게 시내 교통 정보를 알리려고 만들어진 라디오 방송국이다. 필자 같은 중노년층에 교통방송 하면 서유석이 생각난다. 가수로서 이 방송의 한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던 그는 교통 전문가가 돼 논문도 썼다. 요즘 세대에게 교통방송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김어준일 것이다.
김어준이 누구인가? 대깨문(대가리 깨져도 문재인을 지지한다는 사람들)들을 선동하고 그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 주는 대표적인 편파, 왜곡 방송의 주인공이다. 그런 그가 이번 보선에서도 역할 하나를 단단히 하고 있다. 오세훈에게 결정타를 먹일 생각으로 내곡동 생태탕집 가족을 자신의 프로그램에 등장시킨 것이다.
당시 식당 주인이었던 여성은 일요시사라는 매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세훈이 왔는지 안 왔는지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이 어떻게 알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런데 그녀와 아들이 돌연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4일 후 나와 오세훈이 잘 생겨서 기억하고 옷 색깔과 구두 브랜드를 정확히 기억한다며 16년 전 일을 천재 음식점 모자인 것처럼 폭로하고 나선 것이다.
그 나흘 동안 김어준과 이 모자가(그리고 어쩌면 정권 측 사람도) 어떤 계획을 짜고 어떻게 입을 맞췄는지는 상상하기에 어렵지 않다. 이즈음 민주당 선대본부 대변인의 '중대 결심'이란 말이 나왔다. 그 중대 결심이 오세훈이(그는 내곡동 셀프 보상에 관한 공무원의 증언이 나오면 사퇴하겠다고 했었다) 처가 땅 측량 현장(생태탕집 인근)에 가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책임을 지고 후보 사퇴하지 않으면 박영선이 사퇴할 것이라는 말 일리는 없으므로 궁금증을 일으켰다.
그것은 바로 시청 정문 앞 폭로 기자회견이었다는 걸 아는 데는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 생태탕 집 아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국민 앞에 생중계되는 TV 카메라 앞에서 오세훈이 식당 옆에 있는 땅 측량하는 곳에 분명히 왔었다는 사실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충격적으로' 발표하려고 했으나... 이 기자회견은 취소되었다.
주최 측은 회견 예정자가 해코지 당할까 봐 무서워서 못하겠다고 해 부득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오세훈 측 극성 지지자들로부터 항의와 욕설이 빗발쳤으리라는 건 안 봐도 비디오다. 그러나 그런 정도도 예상하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폭로를 감행하려고 했었나? 아마도 이 아들은 기자들의 사실 확인을 위한 어려운 질문 세례에 답변할 일이 겁 났을 것이고, 그가 김대업의 허위사실 폭로의 대가를 알고 있다면, 국민의힘 쪽에서 사후 제기할 소송도 두려웠을 것이다.
그는 어떤 보상을 보장받거나 기대하고 김어준 인터뷰에 협조했을 것으로 추측하는 건 무리가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10년 전 업소에서의 도박 방조(식당에서 손님들이 도박판을 벌이려면 식당 측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혐의로 과징금 600만원 고지서를 구청으로부터 받은 사람이다. 민주당은 그를 '의인', '민주주의를 지켜 오신 분'이라고 칭했다.
데일리안 보도에 따르면 김어준은 뉴스공장에 어제 익명의 출연자 5명을 출연시켜 오세훈과 부산시장 보선 국민의힘 후보 박형준 의혹 제기에 두 시간을 통째로 할애했다. 이 방송에서 야당 측 반론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방송에 나온 박형준 관련 부산 엘시티(LCT) 특혜 분양 의혹 제보자도 이 분양 사기와 사문서 위조 등으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전과자다.
박영선과 민주당은 어용 방송 매체들이 이렇게 앞다퉈 집권당 후보를 위해 몸 바쳐 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만이 많다. 마치 대한민국의 모든 매체가 문재인 정권을 옹호하고 자신들에 유리하게 보도해야만 만족할 것이라는 태도다. 4개 공영, 준공영 방송사와 거대 통신사를 쥐락펴락하는 사람들의 탐욕과 후안무치(厚顔無恥)가 놀라울 따름이다.
박영선은 "보수 언론의 왜곡 기사가 난무하고 있다"라고 했으며 민주당의 친문 아첨 독설가 정청래는 "언론을 믿지 말고 우리 자신을 믿읍시다"라고 지지자들에게 호소했다. 그들이 말하는 언론들의 보도는 문재인 정부가 잘못한 것들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반영하는 여론조사 추이에 따른 결과물이다.
지금이 '땡전뉴스'의 5공 독재 치하인가? 더구나 오세훈은 집권 여당이 아닌 야권의 단일 후보이다. 그가 어떻게 언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말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민주당이 말하는 보수 언론은 아마도 오세훈의 내곡동 의혹을 김어준처럼 자신들을 위해 노골적으로 편들어 보도하지 않아 온 신문들을 가리킬 것이다. 사실에 근거하지도 않고 중립적이지도 않은 편파 보도를 해야 공정한 언론이라고 보는 그들의 생각을 대놓고 강요한다.
박영선과 민주당은 여당 후보의 유세장은 인파가 빼곡히 들어차게 보이는 앵글로 포착하고, 야당 후보 유세장은 텅텅 비어 한산한 모습 쪽으로 카메라를 일부러 돌려서 찍어 보도한 그 옛날을 그리워하고 있는 듯하다.
그들은 그런 언론들을 갖고 독재를 하던 정권에 맞서 싸워 민주화를 쟁취했다는 사람들이다. 알고 보니 둘은 똑같은 집단이었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