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경선 생각하면 친문 품어야하고
본선 경쟁력 생각하면 친문은 걸림돌
결국 '민심' 택할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
내년 대선 11개월을 앞두고 여당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독주 체제'는 한층 더 견고해질 전망이다.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당내 대권 라이벌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으면서다. 당내 일각에선 '대선 불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표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4·7 재보선으로 표현한 민심을 겸허하게 수용한다. 저의 책임이 크다"며 "문재인 정부 첫 국무총리, 민주당 대표와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제가 부족했다.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선거 결과에 대해 "당의 일원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준엄한 결과를 마음에 깊이 새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께 더 가까이 다가가고, 더 절박하게 아픔을 나누고, 문제 해결을 위해 더 치열하게 성찰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5~7일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24%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전주대비 7%p 하락한 18%로 집계됐다. 이 전 대표는 10%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지사는 최근 각종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선두권을 형성하며 순조롭게 대선가도를 달리는 듯 하지만 민주당 최대 주주인 친문 세력과 확장성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당내 경선을 생각하면 친문 지지층을 껴안아야 하지만, 본선 경쟁력을 높이려면 중도로의 외연 확장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친문 세력과 지지층이 강하게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 결과로 드러난 민심은 '정권심판'이었던 만큼 결국 이 지사가 문재인 정권과 '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지사의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선거 결과에 대해 "그 동안 민생을 제대로 챙기지 않고 오만한 행태를 거듭해온 당연한 결과"라며 "당의 중진으로 민심과 동떨어지게 가는 당에 대해 쓴 소리 한마디 제대로 못한 잘못이 크다"고 자책했다.
다만 이 지사는 대선 후보로 최종 결정되기 전까지는 일단 여권과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크다. 여전히 친문 핵심부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 지사 입장에선 섣불리 여권과 대립각을 세웠다가 본선에 진출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친문 진영에선 제3의 대선 후보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국무총리직을 내놓고 대권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알려진 정세균 총리와 '원조 친노' 이광재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 지사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택받기 위해선 강성 친문의 지지가 필수적이지만 본선을 생각하면 친문은 걸림돌"이라며 "어느 시점엔 현 정권과 본격적인 차별화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