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상대로 KBO리그 데뷔전...5.2이닝 2실점 호투
신인 이상 투구로 '현재의 양현종' '미래의 양현종' 기대 고조
좌완 신예 이의리(19·KIA 타이거즈)가 으리으리한 데뷔전을 치렀다.
이의리는 8일 고척 스카이돔서 벌어진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 5.2이닝 3피안타(1피홈런) 3볼넷 3탈삼진 2실점 호투했다.
개막전이 우천으로 취소돼 일정이 밀려 이날 등판한 이의리는 시범경기 성적(2경기 7이닝 평균자책점 0.00)이 헛되지 않음을 입증했다.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이의리의 데뷔전은 으리으리했다. 경기 초반 8타자 연속 범타 처리하는 기대 이상의 투구로 KIA 벤치를 놀라게 했다. 3회 2사 1,2루 위기에서 이정후를 1루수 땅볼로 잡아냈고, 1-0 앞선 4회에서는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박병호의 헛스윙을 유도하며 3구 삼진을 잡았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패스트볼을 비롯해 체인지업-슬라이더-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로 키움 타자들을 제압했다. 제구와 경기운영 능력도 데뷔전을 치르는 신인 투수 이상이었다. 지난해 광주제일고를 졸업한 이의리(2021 신인 드래프트 1차지명)에게 KIA가 왜 3억원의 계약금을 안겼는지 알게 한 투구다.
1-0 앞선 6회말 2사 1루에서 키움 4번타자 박병호에게 투런 홈런을 내주기 전까지는 실점도 없었다. 홈런 후 안타를 허용하고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이승재(7일 경기 3이닝 무실점)와 함께 KIA에 희망을 불어넣은 이의리를 향해 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인터뷰도 신인급 이상이다. 이의리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긴장하지 않고 내 공을 던졌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을 주고 싶다”며 자신감을 드러내면서도 “(박병호 삼진은)포수 리드대로 따라 좋은 결과가 나왔다. 앞으로 체력 관리를 더 철저히 해 더 좋은 투구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 KIA는 선발투수 때문에 고민이다. 매 시즌 170이닝 이상 소화하며 14년 통산 147승을 수확한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며 텍사스 레인저스로 떠났다. 애런 브룩스와 다니엘 멩덴의 원투펀치는 KBO리그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지만 뒤를 받칠 국내 투수는 물음표였다.
좌완 에이스 부재로 인한 선발진 고민이 적지 않은데 이의리는 그 자리를 메워줄 후보로 떠올랐다. “아직 멀었지만 롤모델은 양현종 선배님이다. 빈 자리를 메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던 이의리는 ‘현재의 양현종’과 ‘미래의 양현종’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 기대는 으리으리한 데뷔전으로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