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대권주자·중진 속 洪 복당 찬성 기류 속 반대도 여전
'변화·혁신' 내세운 전당대회. 자칫 '洪 복당 논쟁' 덮힐라
"프레임 논쟁 아닌 정책적 대안 나누는 전당대회 만들어야"
홍준표 "전당대회가 '복당대회' 안 돼야…'청문회'라도 만들어달라"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복당 여부를 둘러싼 논란의 여진이 국민의힘 안팎에 이어지고 있다. 복당의 키를 쥐고 있는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며 문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자칫 전당대회를 통해 노렸던 시너지에도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홍 의원의 복당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11일 국민의힘의 잠재적 대권주자들 및 중진 의원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내며 더욱 불거졌다. 대체적으로 홍 의원에게 당의 문을 여는 것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뤄, 김기현 권한대행의 고심이 깊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 의원의 복당을 받아들여야 한다. 홍 의원은 오랫동안 당을 위해 헌신한 분으로, 복당을 요구할 자격이 충분한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위해 모든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홍 의원의 복당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합당 모두 지지한다"고 언급했다.
초선 및 원외 청년 인사들을 중심으로 홍 의원의 복당에 대해 우려하는 기류가 일고 있는 것을 감안한 듯 원 지사는 "초선 의원들의 우려를 잘 알 고 있고, 이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를 당이 귀담아 들어야 한다"면서도 "홍 의원은 당에서 존중받을 자격이 있는 분으로, 지금은 문재인 정권을 끝내기 위해 모두가 손을 잡을 때다. 더 큰 보수의 기반하에 중도확장으로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황교안 전 대표도 "상대편을 도왔던 분들도 영입하고 통합하려 하는데, 원래 우리 식구였고 '대선 승리를 위해 힘쓰겠다'고 하는 분을 외면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며 "우리 당은 큰 산과 하해(河海)가 되어야 정권을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전 대표의 홍 의원의 탈당을 유발했던 지난해 총선 공천의 책임자이기도 하다.
3선의 장제원 의원도 "'홍준표 복당불가론'이 실체가 없다는 사실은 여론조사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며 일반 국민의 47%, 국민의힘 지지층의 65%가 홍 의원 복당에 찬성한 것으로 조사된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이에 더해 당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대부분의 인사들도 홍 의원의 복당에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경태·주호영·홍문표·조해진·윤영석 의원을 비롯해 신진 세력으로 분류되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도 "문호를 열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단 여전히 홍 의원의 복당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는 이날 페이스북에 "그러잖아도 전당대회 앞두고 '도로영남당', '도로한국당' 논란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홍 의원의 복당은 '도로탄핵당' 이미지를 소환할 수밖에 없다. 내년 대선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저도 개인적으로 홍 의원이 보수의 훌륭한 자산이고 인간적으로 소탈하고 담백한 분이라고 알고 있다"면서도 "총선 참패 이후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대해 홍 의원의 강경한 비난 입장은 향후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전직 대통령 사과에 대해 앞장서서 비난 발언 서슴지 않았고, 우리 당 서울시장 후보로의 단일화를 고수했던 입장에 대해서도 당내 중진들과 함께 김 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자 간섭"이라고 설명했다.
당 안팎에서는 오는 12일 오후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어느 한 쪽 방향으로 명확한 결론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홍 의원의 복당 문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국민통합과 화합의 가치를 당의 전면에 내세운 상황에서 열리는 전당대회가 자칫 민생 정책 및 혁신과 쇄신의 비전을 둘러싼 경쟁이 아닌 특정 인사의 복당 가부 문제로 매몰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
한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홍 의원의 복당 여부가 전당대회의 주요 논제가 될 경우 애써 수면 아래로 잠재웠던 지역·계파, 더 나아가 탄핵 프레임이 전당대회를 뒤덮을 수 있다"며 "이 같은 논쟁보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정책적 대안을 둘러싼 논쟁을 만들며 경선 승복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 역시 전당대회가 자신의 복당 여부로 얼룩지는 것을 우려하며 김기현 권한대행 체제의 지도부가 발빠른 결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당내 의견 수렴이 여의치 않을 경우 원내 의원들 앞에서 '청문회'라도 각오하겠다는 입장이다.
홍 의원은 "전당대회가 복당대회가 되지 않도록 김기현 권한대행이 조속히 '복당 청문회'를 개최해 주시면 당당히 나가서 모든 것을 해명 하도록 하겠다"며 "주호영, 조경태 당대표 후보 등도 김 권한대행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전당대회 축제의 장을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